예산 부족탓 대책 늦어져 주민들 해마다 불안
정부의 재해대책이 예방보다는 복구에 치중하면서 태풍과 집중호우가 닥칠 때마다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복구비를 감당하지 못해 복구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경남 사천시 중앙시장 200여 점포 주인들은 장마가 시작되면서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태풍 ‘매미’와 지난해 8월 폭우로 입은 침수피해의 악몽 때문이다. 중앙시장은 바다와 연결된 삼천포천(한내천)보다 낮은데다 2m 높이의 둑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폭우가 쏟아지거나 바다가 만수위 때면 삼천포천 강물이 둑을 넘어 시장으로 역류한다. 심하면 어른 가슴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다. 정부와 경남도는 이곳의 침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고자 국·도비 100억원을 들여 해수 펌프장과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벌일 계획이지만, 내년에야 착공에 들어가 2010년에야 완공할 예정이다. 중앙시장 번영회 최명수 회장은 “옛날엔 하늘이 내린 재앙이었으나 기술이 발달된 이제는 인재”라며 “지역경제도 어려운데 편안히 장사라도 할 수 있도록 국가예산을 일찍 집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시 서교·광무동 등 연등지구도 만조 때 폭우가 쏟아지면 연등천으로 바닷물이 역류해 들어온다. 2004년 재해 위험지구로 지정됐으나, 아직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시는 연등천 일대 2300여 곳의 주택과 상가의 수해 피해를 막자면 배수 펌프장 건설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지만, 예산이 402억원이나 들어 국비 지원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서교동 ㈜서시장 대표 장세숙씨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밤 12시께 바닷물이 역류해 상인 110명이 상가 침수 피해를 봤다”며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모랫주머니와 모터를 새로 구입하는 등 자구책을 세웠지만, 장마철이 되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충남 부여군 충화지구(칠산천)는 2002년 2월 재해 위험지구로 지정됐으나,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마다 응급조처로 넘어가고 있다. 칠산천은 금강 하류로 서해와 수면 높이가 같을 만큼 낮은 지대다. 2003년부터 연차사업으로 집중호우 때 물이 넘치는 500m 구간에서 8억원을 들여 하천 폭을 넓히고 둑을 높이는 공사를 하고 있으나, 완공까지는 아직도 3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지역종합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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