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성인오락기 심의 과정의 탈법과 로비 의혹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2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영등위 사무실을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게임업체 임원하다 심의직 맡거나 그만둔뒤 취업도
영등위, 유착의혹 제기돼도 진상조사 않고 ‘모르쇠’
영등위, 유착의혹 제기돼도 진상조사 않고 ‘모르쇠’
성인오락기 심의를 맡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예심위원들이 성인오락기 제조업체, 성인오락실 등과 친인척 관계이거나 함께 사업을 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심위원으로 일한 뒤 바다이야기 개발업체에 취업한 사례도 있다.
영등위 예심위원 김아무개(31)씨는 영등위 근무 공익요원이 오락기 제조업체한테 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3월3일 해촉됐다. 예심위원은 오락기가 심의에 올라가기 전에 미리 검토해 심의위원들에게 의견을 내는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심의위원들이 자주 바뀌어 오락기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심의에서는 예심위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게 영등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씨가 오락기 제조업체 임원과 친인척 관계라는 등 유착 의혹은 오래 전부터 영등위 안팎에서 제기됐다. 〈한겨레〉 취재결과 그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부산의 성인오락기 업체 ㅇ사의 임원으로 일한 백아무개씨의 처남으로 확인됐다. 백씨는 지난해 2~3월께 처음 ㅇ사에 입사해 지난해 말 퇴사했고, 이후에는 또다른 오락기 제조업체에서 판매이사를 맡고 있다. 영등위 사무국은 김씨와 백씨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으면서도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보다는 근무태도를 문제삼아 서둘러 김씨를 내보냈다. 김씨가 해촉당하자 이날 다른 예심위원 4명이 동시에 사퇴했다. 이들은 영등위를 나가면서 자신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에 들어있던 업무 관련 파일을 모두 지워버리기까지 했다. 김씨 등 예심위원들이 공익요원 금품수수 사건이나 또다른 비리 의혹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영등위가 서둘러 내보낸 뒤 문제를 덮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해 1~7월 심의위원으로 일한 공아무개(36)씨는 성인오락실 업주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공씨는 부산의 대형 성인오락실 업주인 신아무개(43)씨와 동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씨는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ㅅ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데, 오락실 업주 신씨 역시 같은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또 공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사이버감시단’에는 부산의 또다른 대형 성인오락실 업주 김아무개씨가 이사로 한동안 등재돼 있다가 삭제됐다.
공씨와 같은 기간 심의위원을 맡은 주아무개(41)씨는 심의위원을 맡기 몇달 전까지 게임제조업체 ㅌ사의 이사로 법인등기에 등재돼 있다.
지난해 7월 〈한겨레〉가 주씨와 공씨 등의 부적절한 인사 의혹에 대해 보도하자 이들은 보도내용에 반발하며 사퇴했고 이경순 영등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후속 조처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영등위는 아직도 각종 내용을 부인하는 이들의 반론만 사이트에 올려놓고 있다.
영등위에서 나간 뒤 오락기 제조업체에 취직한 예심위원도 있다. 2001년부터 2003년 6월까지 예심위원으로 일한 장아무개(33)씨는 예심위원을 사퇴한 뒤 바다이야기 개발업체인 지코프라임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논란의 영등위 인물
김씨가 오락기 제조업체 임원과 친인척 관계라는 등 유착 의혹은 오래 전부터 영등위 안팎에서 제기됐다. 〈한겨레〉 취재결과 그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부산의 성인오락기 업체 ㅇ사의 임원으로 일한 백아무개씨의 처남으로 확인됐다. 백씨는 지난해 2~3월께 처음 ㅇ사에 입사해 지난해 말 퇴사했고, 이후에는 또다른 오락기 제조업체에서 판매이사를 맡고 있다. 영등위 사무국은 김씨와 백씨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으면서도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보다는 근무태도를 문제삼아 서둘러 김씨를 내보냈다. 김씨가 해촉당하자 이날 다른 예심위원 4명이 동시에 사퇴했다. 이들은 영등위를 나가면서 자신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에 들어있던 업무 관련 파일을 모두 지워버리기까지 했다. 김씨 등 예심위원들이 공익요원 금품수수 사건이나 또다른 비리 의혹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영등위가 서둘러 내보낸 뒤 문제를 덮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성인오락기를 심의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아케이드게임소위 위원을 지낸 공아무개(36)씨가 대표이사로, 부산의 대형 성인오락실 업주인 신아무개(43)씨가 이사로 각각 등재돼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ㅅ사의 등기부등본. 공씨는 소위 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이미 부산 남포동에서 오락기 300여대 규모의 대형 오락실을 운영하는 신씨와 동업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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