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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살사에 푹 빠진 40대 직장인 “새해엔 취미 하나 만드세요”

등록 2007-01-03 06:57

살사댄스에 푹 빠진 임경오(왼쪽)씨가 지난해의 마지막날인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살사댄스 연습실에서 강습회원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살사댄스에 푹 빠진 임경오(왼쪽)씨가 지난해의 마지막날인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살사댄스 연습실에서 강습회원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07 새아침 희망 릴레이] ②라틴댄스 입문 한달 임경오씨
8박자 리듬 몸맡긴 뒤 술 줄이고 젊은이와 교감
“취미 만들면 인생이 바뀝니다”

일요일인 31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작은 골목길에 자리잡은 ‘바 보니따’ 문을 열자 경쾌한 8박자의 라틴음악이 들린다. ‘라틴 바’를 내세운 이곳은 낮에는 라틴 댄스 동호회원들의 연습장으로, 밤에는 춤과 술을 곁들인 클럽으로 바뀐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어스름녘이지만, 반질반질 윤이 나는 마루가 깔린 무대에선 50여명이 살사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고 있다. 대부분 살사 댄스를 배우는 동호회 사람들이라 편안한 운동복 차림이다. ‘춤바람’이라는 말 속에 담긴 부정적인 인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수십명의 댄서들 가운데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임경오(44)씨의 모습이 눈에 띈다. 언뜻 봐도 이곳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 8명의 초급반 동료들과 함께 스무살 가까이 어린 강사 박영숙(26)씨의 스텝을 따라하고 있다. 아직 힘이 들어가 있지만 과감하게 발을 뻗는 동작이 꽤나 익숙해 보인다.

“새해 목표가 꼭 거창할 필요 있나요? 정말 빠져들 수 있는 취미 하나쯤 만들어 보세요. 인생이 바뀝니다.” 인터넷 언론사에서 일하는 임씨가 살사 댄스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일. ‘왕초보’이지만 그의 머릿속은 야무진 목표로 가득차 있다. 앞으로 7~8개월 바짝 연습해 올여름 국내 최고의 경연대회인 ‘살사 콩그레스’에 출전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춤을 시작한 이유는 “마흔을 넘으니까 건강이 걱정돼 6개월 전부터 헬스클럽을 다녔는데 기계만 상대하다 보니까 지루해서”였다. 하필 살사를 고른 것은 “힙합은 너무 젊은 사람들의 춤인 것 같아서”였는데, 이렇게 격렬한 춤인 줄 미처 몰랐단다.

살사의 격렬함은 지난 한 달 동안 그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원래 ‘몸치’인데다가 나이까지 많아 같은 반 동료들을 따라가려면 배로 노력해야 했지만, 단 하루도 연습을 빠지지 않았다. 매일 퇴근 뒤 밤 9시께 바에 도착해 2시간 동안 춤을 춘다. 술도 줄였다. 연습을 끝낸 뒤 회원들과 함께 생맥주 한두 잔 하는 것이 전부다.

“댄서들은 살이 찌면 안 되기 때문에 술도 많이 마실 수 없다”고 임씨는 말한다. 살사 입문 한 달 만에 마음가짐은 벌써 프로다. 귀가시간은 매일 자정을 넘긴다. 부인은 가끔 “다 늙어서 춤바람이 났다”고 놀리지만, 남편이 새로운 취미에 빠져 젊어지는 것이 싫지 않은 눈치다.

임씨가 살사를 시작하면서 얻게 된 것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젊은이들과의 ‘인간적인 교감’이다. 임씨는 “예전에는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다”며 “모두들 교양이 넘치고, 인간적이며, 열심히 뒤따라가려는 나를 진심으로 격려해 준다”고 말했다.

나이트클럽에도 몇 번 가보지 못한 임씨는 이제 임씨는 나이트클럽에 가서도 자신있게 춤출 수 있다. 그러나 벌써 나이트클럽은 임씨에게 시시한 곳이 돼 버렸다. 콩그레스 대회 무도장에서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고 파트너와 열정적인 포즈를 취하는 미래의 임경오.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꿈꾸는 그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차 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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