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신문 절차 마쳤다는 취지
변호사 교체로 신문 지연
이명박쪽 ‘대선 코앞’ 귀국 자초
변호사 교체로 신문 지연
이명박쪽 ‘대선 코앞’ 귀국 자초
김경준씨가 귀국 시점과 관련해 “일부러 이때 온 게 아니라 민사소송이 끝나서 온 것”이라고 밝힌 뒤 다시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17일 “사기꾼 김경준의 첫마디는 역시 거짓말이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일부 언론도 이를 기정사실화해 거짓말로 단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김씨 가족과 변호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의 진의는 다른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김경준씨 관련 재판은 모두 5건이었다. 이 중 두 건은 이명박 후보(LKe뱅크 투자금 반환소송)와 ㈜다스(투자금 190억원 반환소송)가 각각 제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비케이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격인 옵셔널벤처스가 낸 소송이다. 나머지 두 건은 김씨가 한국 법무부의 송환요청을 거부하며 낸 인신보호요청 재판과 미국 정부가 김씨 등의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낸 재산압류 소송이다. 김경준씨는 이중 재산압류 소송과 다스와의 소송에서 1심을 이긴 상태다.
김경준씨는 최종적으로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가 대리인으로 나선 이명박 후보와의 소송에서 자신이 나서는 증인심문(데포지션)을 지난 10월3일에 마치고 인신보호 요청을 철회하는 형식으로 한국행을 택했다.
김씨 쪽은 인신보호 요청에 대한 마지막 이의신청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어차피 내년 7월이면 무조건 한국으로 가야 하는 만큼 그 이전에 모든 증인심문 절차를 마쳐놓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김경준씨가 이미 지난 8월9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뒤, 가족과 변호인들도 미국에서의 모든 증인신문 절차를 그 이전에 마치겠다는 말을 해왔다.
이에 비춰보면 김씨가 “민사소송이 끝나서 온 것”이란 말은 민사소송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절차가 모두 끝나서 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씨의 귀국이 대선 코앞에 이뤄진 것은 오히려 이 후보쪽의 탓이 더 크다. 김씨의 증인심문은 애초 8월27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김백준씨가 변호사를 교체하면서 신문이 한달이상 늦춰졌다. 새로 선임된 김재수 변호사는 법정에서 “본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니, 신문 날짜를 3주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미국 법원이 받아들인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이르면 10월 중순에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한달 가량 늦춰진 셈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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