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비비케이(BBK)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 시디로 정치권과 ‘거래’를 시도한 여아무개(42·한국이미디어 대표)씨 등은 한 시민단체 인사의 ‘조언’에 따라 한나라당과 집중적으로 접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여씨 등은 지난 10일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에게 음성시디를 처음 건넨 뒤 “검찰에서도 혐의가 없다고 한 내용이고, 별 소용이 없다”며 거절당하자, 이틀 뒤인 12일 저녁 8시께 이회창 무소속 후보 쪽의 김정술 법률지원단장을 만났다. 김 단장이 “동영상을 보고 싶다”며 관심을 표시하면서도 더 이상 만나주지 않자, 여씨 등은 같은 날 밤 9시30분께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을 만났고 이번엔 “이것으로 대세를 바꾸지 못한다”는 답변만 들었다.
결국 이들은 같은 날 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이아무개씨를 만나 이씨로부터 “저(통합신당)쪽에 시디를 넘겨주는 순간 외국에 나가 살아야 한다. 바보짓 하지 말고, 도움을 줄 곳은 한나라당밖에 없다. 시디를 이명박 후보 측근 쪽에 줄 테니 나에게 넘겨라”는 말을 듣고, 한나라당 쪽을 다시 접촉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4일 오후 3시께 서울 여의도 ㄹ호텔에서 이 후보 상임특별보좌관인 박재성씨 등을 만나 인근 한강공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승용차 안에서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어 이튿날 오후 3시께 서울 마포구 도화동 ㄱ호텔에서 박씨를 만나 “이것은 가치 있는 자료이며, 그쪽으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100억원을 요구했고, 오후 6시께 전화로 요구 액수를 60억원으로 낮추다 5분 뒤 다시 3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공동 공갈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여씨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홍성삼 마포경찰서장은 “이들은 금품을 받으면 여씨가 50%, 나머지 두 명은 각각 25%씩 나누어 갖기로 뜻을 모았다”며 “여씨 등은 ‘시디를 거래하려고 했을 뿐 공갈·협박은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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