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대대적 증거인멸 의혹
회사관계자 “특검출석 전날 사무실 돌며 일일이 점검”
회사관계자 “특검출석 전날 사무실 돌며 일일이 점검”
삼성화재가 삼성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폐기물 업체를 동원해 수천상자 분량의 문서를 무더기로 없애는 등 대대적인 증거인멸 작업을 벌였다고 삼성화재 관계자가 밝혔다.
한 삼성화재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삼성화재 본관에는 애초 지하 2층부터 6층까지 문서 창고가 있고 각 창고마다 문서가 담긴 상자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지난 16~18일에 폐기물 업체 소속의 대형트럭이 와서 라면상자로 치면 수천상자 이상의 서류 등을 싣고 갔다”며 “문서를 다 없애면 특검팀의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지하 4층에 특검팀을 배려해 일부 문서를 의도적으로 남겨 뒀다”고 말했다.
특히 제보자는 “삼성화재 고위 임원은 지난 20일 특검에 출석하기 하루 전날 직접 지하 문서창고와 14층부터 22층까지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문서 보관 상태 등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회사 관계자도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삼성화재가 파쇄기로 오래된 보험금 입출금 내역 등 관련 문서를 없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보안 지침이 내려와서 문서를 매일 파쇄기에 넣어 없앴다”며 “지하 5층 창고에는 보안요원이 상주해 파쇄기가 고장날 정도로 계속 돌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쪽에서 업무에 지장이 있더라도 데스크톱 컴퓨터를 없애고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뿐 아니라 이 회사 건물 5층에 있는 에버랜드 사무실도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문서 등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금고와 관련해 삼성화재 관계자들은 “22층에 어느 날 빈 공간이 생겼는데 이제 와서 신문 기사 등을 보니 그 곳이 금고가 있었던 장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조진일 홍보팀 상무는 “고위 임원이 특검 출석 전날 사무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문서 점검을 한적이 없고, 문서가 많이 나오는 보험 업무의 특성상 문서 파쇄기는 항상 쓰고 있다”며 “창고에 문서가 쌓이면 오래된 문서부터 없애고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로, 특검 수사에 대비해 따로 문서를 없애거나 이동시킨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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