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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토지보상 불만 때문에 숭례문 불질러”

등록 2008-02-12 07:17수정 2008-02-12 11:42

1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숭례문 방화용의자 채아무개씨가 수사본부가 차려진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고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숭례문 방화용의자 채아무개씨가 수사본부가 차려진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고있다. 연합뉴스
용의자 채아무개씨 ‘범행 자백’
2006년 창경궁도 방화…한때 열차테러도 고민
“지난해 7월·12월 두차례 사전답사” 계획 치밀

국보 1호인 숭례문 방화 사건의 피의자가 열차 등 대중교통수단을 대상으로 한 테러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본부는 1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브리핑을 갖고 "피의자가 열차 전복 등 대중교통수단을 대상으로 한 테러도 고려했으나 인명피해를 우려해 포기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강화도 하점면 장정2리에서 긴급체포한 용의자 채모(70)씨를 상대로 밤샘조사를 벌여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채씨가 숭례문을 방화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불을 질러도 인명 피해 우려가 적고 접근이 쉬웠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현우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채씨는 원래 다른 문화재를 노렸는데 다른 곳은 경비 시스템이 잘돼 있어 생각을 접었다. 다수가 이용하는 교통시설도 생각했으나 인명피해가 심할 것 같아 역시 포기하고 접근이 용이한 숭례문을 골랐다"라고 말했다.

채씨는 당초 서울 종묘를 범행 대상으로 고려했으나 낮에는 사람이 많아 큰 피해가 우려되고 밤에는 외부인 출입이 어렵다는 점에서 숭례문으로 목표를 변경해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사전답사를 하는 등 범행을 준비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사결과 채씨는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서 불을 질러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채씨는 1997~1998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자신의 토지가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시공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 관계기관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회적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창경궁에 이어 숭례문까지 연속 방화에 나선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채씨는 경찰에서 "보상문제와 창경궁 문정전 방화 사건으로 추징금을 선고받은데 대해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도 이번 숭례문 방화의 범행동기가 됐다고 진술했다.

채씨 집에서 발견된 `오죽하면 이런 일을 하겠는가'라는 제목의 4장짜리 편지에도 토지보상금 문제, 민원 제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함, 사회에서 받은 냉대 등의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10일 오후 8시45분께 숭례문 서쪽 비탈로 올라가 접이식 알루미늄 사다리를 이용해 건물 안으로 침입, 2층 누각으로 올라가 1.5ℓ 페트병에 담아 온 시너를 바닥에 뿌리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1,2층을 전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채씨는 범행을 마친 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경기도 일산 아들(44)의 집으로 가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강화도 전처의 집으로 갔다가 경찰의 추적에 덜미를 붙잡혔다.

경찰은 채씨의 자백 외에도 채씨의 아들(44)로부터 "아버지가 범행 사실을 고백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채씨 집에서 압수한 회색 점퍼, 검은색 바지, 운동화, 가죽장갑, 사용하고 남은 시너 6ℓ 등 증거품을 정밀 분석 중이다.

경찰은 공범 유무와 추가 혐의 여부에 대한 보강 조사를 마친 뒤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남대문서로 이송된 채씨는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들께 죄송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채씨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고 곧장 경찰서 안으로 들어섰다.


‘숭례문 방화’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일문일답

숭례문 방화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의 남현우 형사과장은 긴급체포된 피의자 채모(70)씨가 "경비가 허술하고 접근이 쉬워 숭례문을 방화 대상으로 삼았다고 자백했다"고 12일 밝혔다.

남 과장은 "채씨가 종묘와 같은 다른 문화재도 지목했는데 야간에 출입이 통제되는 등 경비시스템이 삼엄해 방화 대상에서 제외했고 열차 전복 등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테러도 인명피해를 우려해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12일 오전 남대문 경찰서에서 숭례문 화재 사건 유력 용의자 검거와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12일 오전 남대문 경찰서에서 숭례문 화재 사건 유력 용의자 검거와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행 동기는.
▲ 고양 일산동에 있는 주거지가 재건축되는 과정에서 시공사 측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불만이 계속됐고 2006년 창경궁 방화사건으로 추징금 1천300만원을 선고받자 또 불만을 품었다.

관련 편지가 발견됐다는데.
▲ 용의자가 1년 전에 작성했던 것으로 안방에서 발견됐다. 제목은 `오죽하면 이런 일을 하겠는가'이다. 편지지 4장 분량의 자필로 쓰였다. 기대에 못 미치는 토지 보상금에 대한 불만, 민원을 제기했는데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 따라서 사회에서 냉대를 받았다는 생각 등을 담고 있다.

왜 숭례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지는 안 나오나.
▲ 현실 비관만 담겨있다. 민원에 대해 서운하다는 얘기가 주요 내용이고 숭례문에 대한 얘기는 없다.

숭례문을 지목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경비가 허술하고 접근이 쉬워서 숭례문을 방화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종묘 같은 다른 문화재도 지목했는데 야간에 출입이 통제되는 등 경비시스템이 삼엄해 방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열차 전복 등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테러도 인명피해를 우려해 포기했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걸 알고 들어갔나.
▲ 적외선 감시장치가 있고 CCTV도 있다는 걸 본인이 알았지만 `잡혀도 좋다'는 식으로 개의치 않고 출입했다.

들어가는 과정은.
▲ 비탈을 올라가서 누각 1층으로 넘어가는 턱이 높아 침투가 어렵다고 생각해 사다리를 갖고 왔다. 넘어가기 위해 사다리 놓았다.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보나.
▲ 작년에 2차례에 걸쳐 사전 답사를 했다. 그리고 시너와 사다리를 준비한 걸로 미뤄볼 때 계획적이다.

정신치료 등 전력이 있나.
▲ 정신질환 등 병력이 없다. 정신 상태는 아주 바르고 양호하다. 창경궁 방화 때도 불만의 표시였다.

하고 있는 일은.
▲ 철학관을 운영했지만 돈이 되지 않아 치웠다고 한다. 또 약품 배달을 했다고 한다. 제약회사 하청을 받아 배달을 하는 것이다. 요즘으로 따지면 퀵서비스 정도. 지금은 나이가 들어 하는 일이 없다.

남대문과 서울경찰청 수사관들이 강화에서 공적다툼을 했다는데.
▲ 남대문서에서는 제보가 있어서 나왔고 서울청에서는 방화전력자를 추리는 과정에서 출동했다. 채씨 집에서 두 수사팀이 만나 공조수사를 할 것을 조율하고 지방청에서 채씨를 데리고 가면서 정리를 했다. 남대문서 형사는 그래서 현장에서 철수했다.

동일수법 전과자가 많았나.
▲ 동일수법 전과자를 분석한 결과 3명이 추려졌는데 2명은 교도소에서 복역중이고 한 명이 행적이 묘연했다. 그게 채씨다.

증거물 처리는.
▲ 등산복, 상의, 모자, 사다리 등은 과학수사계에서 정밀분석하고 있고 잔류물, 현장 토양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다.

사법처리 때 적용법조는.
▲ 문화재보호법. 그 외 아직 혐의 사실이 확정되지는 않아 말하기 어렵다.

특별히 설 연휴 마지막 날을 노린 이유가 있나.
▲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숭례문 방화’ 유력용의자 채아무개씨 강화도서 체포
2006년 창경궁도 불질러…사다리·시너 감식 중
경찰 “토지보상 문제 불만, 사회적 관심 받으려”

숭례문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본부는 유력 방화 용의자 채아무개(70)씨가 범행을 시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숭례문 방화용의자 채아무개씨가 1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숭례문 방화용의자 채아무개씨가 1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채씨가 문화재 방화 전과가 있는데다 목격자들이 본 60대 남성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전날 강화도 화점면에서 붙잡아 밤샘 조사를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10일 오후 8시50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 4가 숭례문의 2층 누각에 올라가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2층 건물을 전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채씨는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러 4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자신이 갖고 있던 토지 보상문제가 잘못돼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채씨는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이 전날 채씨로부터 압수한 편지에도 본인 소유의 경기도 일산 땅이 개발됐으나 보상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땅을 팔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채씨의 자백과는 별도로 채씨 집에서 압수한 사다리, 가방, 바지, 장갑, 시너 1병 등이 이번 범행에 사용된 증거품인지 여부를 감식 중이다.

숭례문 화재 직후 목격자들은 "60대 전후의 남성이 등산용 배낭과 알루미늄 사다리를 메고 누각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11일 소방 당국, 서울시청,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숭례문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벌여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라이터 2개와 출처 불명의 사다리 2개를 발견해 방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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