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1일 오전 전남 화순 성심장례식장에서 서울 창전동 네 모녀 살해사건의 희생자인 김아무개(46)씨와 세 딸의 주검을 운구차에 싣고 있다. 이날 서울로 옮겨진 주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됐다. 화순/연합뉴스
일가족 살해 용의자 이호성의 추락
사라진 1억7천만원 일부 이씨 형 통장 입금
유서에 “옛날이 행복했다…먼저 가 있을게”
부검결과 김씨 등 둔기로 머리 맞아 숨져
이씨, 혈흔 숨기려 침대에 잉크까지 뿌려
사라진 1억7천만원 일부 이씨 형 통장 입금
유서에 “옛날이 행복했다…먼저 가 있을게”
부검결과 김씨 등 둔기로 머리 맞아 숨져
이씨, 혈흔 숨기려 침대에 잉크까지 뿌려
서울 마포구 창전동 네 모녀 살해 사건의 용의자인 이호성(41)씨의 한 지인은 “호성이는 한 방에 홈런을 터뜨리는 야구처럼 사업을 하려다가 파멸을 맞았다”고 말했다. 무리한 사업을 하며 사채 빚을 쓰다 경제적으로 곤궁해졌고 끝내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도 범행 동기는 돈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 사업 실패=이씨가 광주에서 웨딩홀을 운영할 때 동업자였던 박아무개(49)씨는 “사업이 초창기 성황을 이루다 웨딩홀 공사 때 발행한 어음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사채를 쓰면서 화근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3년 초부터 추진하던 전남 순천의 화상경마장 사업마저 실패하면서 결국 2005년 6월31일 부도를 냈다.
이후 이씨는 조직폭력배들한테서 고율의 사채를 쓰면서 파멸의 구덩이로 점점 빠져 들어갔다. 박씨는 “호성이가 3억원짜리 당좌어음이 만기가 돼 돌아오면 5억원짜리 어음을 다시 써주는 방법으로 ‘돌려막기’를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씨는 2005년 11월 ㅂ·ㅊ씨 등 부동산업자들과 함께 충남 등지의 땅에 투자한다고 속여 3명에게 31억여원의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와 사문서위조 등)로 구속됐다. 이씨는 보석으로 풀려나온 뒤에도 조직폭력배인 조아무개(41)씨 등과 어울리며 스크린 경마장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도 했지만, 2006년 11월 농림부의 승인 취소로 끝내 물거품이 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씨는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서울로 달아나 ‘잠수’했고 부인과도 이혼했다. 신용불량자가 된 이씨는 야구계와도 거의 인연을 끊은 채 지냈다.
■ 범행 동기=살해된 김아무개(46)씨는 지난해 10월 아파트 전세계약을 맺으면서 잔금으로 남아 있던 1억7천만원을 올 2월20일까지 치르기로 약정했다. 김씨는 1억7천만원을 ㅎ은행에 예치해 놓고 있었다. 김씨는 이 돈을 2월15일 ㅎ은행에서 찾아 ㄱ은행 등에 분산 예치하고, 사흘 뒤인 18일 다시 현금으로 인출한다.
은행 CCTV에 잡힌 피해자 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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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삼 서울 마포경찰서장은 “이씨와 김씨가 함께 다니면서 돈을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자신의 채무 관계로 인해 범행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1억7천만원을 가로채려 했거나, 김씨가 2월20일까지는 갚아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다투는 과정에서 김씨와 세 딸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씨는 김씨한테서 받은 1억7천만원 가운데 5천만원은 2월19일 이아무개(여)씨한테 부탁해 형 통장에 입금하게 했고, 지난 8일에도 이씨한테 부탁해 4천만원을 차아무개씨에게 입금시키고 1천만원은 이씨에게 갚았다. 경찰은 나머지 7천만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쫓고 있다. 숨진 김씨의 오빠는 “1억7천만원 이외에 이씨가 더 가지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생이 살았던 홍제동 아파트를 판 돈이 3억원 이상인데 동생 통장에 2천만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운영한 ㄱ참치 음식점의 주방장은 “최근까지도 내가 이씨를 만나지 말라고 사장님한테 말했다”고 밝혔다. ■ 범행=경찰은 이씨가 김씨와 두 딸을 살해한 뒤 서울 종로에 있던 큰딸까지 불러내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서장은 “김씨는 아파트 방 침대 매트와 방바닥에 핏자국이 있어 방 안에서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당시 아파트에 없던 큰딸이 어디서 살해됐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문수 마포경찰서 형사과장은 “방에 있던 침대 시트가 벗겨져 있고, 침대 위에 군청색 잉크가 뿌려져 있는데 잉크 안에 감춰진 김씨의 혈흔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검을 전남 화순군 동면 청궁리의 한 교회 공원묘지에 암매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김씨와 둘째·셋째 딸은 질식사로 판정됐으며 큰딸은 목졸린 흔적과 함께 머리에 둔기로 맞은 상처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머리를 다친 게 둔기보다는 침대 모서리 같은 곳에 부딪힌 흔적으로 보이고, 큰딸은 한쪽 팔을 잡힌 채 주먹으로 얻어맞은 듯한 멍이 팔과 몸에 많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씨 모녀 실종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이튿날인 지난 9일 경기 일산에 사는 차아무개(여)씨한테 “옛날이 행복했다. 하늘나라로 먼저 가 있을게”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야구협회에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암시였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 9일 밤 11시께 성수대교 근처에서 소주 2병을 마신 뒤, 한강에 투신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완, 광주/정대하 기자 wani@hani.co.kr

홍성삼 서울 마포경찰서장은 “이씨와 김씨가 함께 다니면서 돈을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자신의 채무 관계로 인해 범행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1억7천만원을 가로채려 했거나, 김씨가 2월20일까지는 갚아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다투는 과정에서 김씨와 세 딸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씨는 김씨한테서 받은 1억7천만원 가운데 5천만원은 2월19일 이아무개(여)씨한테 부탁해 형 통장에 입금하게 했고, 지난 8일에도 이씨한테 부탁해 4천만원을 차아무개씨에게 입금시키고 1천만원은 이씨에게 갚았다. 경찰은 나머지 7천만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쫓고 있다. 숨진 김씨의 오빠는 “1억7천만원 이외에 이씨가 더 가지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생이 살았던 홍제동 아파트를 판 돈이 3억원 이상인데 동생 통장에 2천만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운영한 ㄱ참치 음식점의 주방장은 “최근까지도 내가 이씨를 만나지 말라고 사장님한테 말했다”고 밝혔다. ■ 범행=경찰은 이씨가 김씨와 두 딸을 살해한 뒤 서울 종로에 있던 큰딸까지 불러내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서장은 “김씨는 아파트 방 침대 매트와 방바닥에 핏자국이 있어 방 안에서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당시 아파트에 없던 큰딸이 어디서 살해됐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문수 마포경찰서 형사과장은 “방에 있던 침대 시트가 벗겨져 있고, 침대 위에 군청색 잉크가 뿌려져 있는데 잉크 안에 감춰진 김씨의 혈흔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검을 전남 화순군 동면 청궁리의 한 교회 공원묘지에 암매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김씨와 둘째·셋째 딸은 질식사로 판정됐으며 큰딸은 목졸린 흔적과 함께 머리에 둔기로 맞은 상처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머리를 다친 게 둔기보다는 침대 모서리 같은 곳에 부딪힌 흔적으로 보이고, 큰딸은 한쪽 팔을 잡힌 채 주먹으로 얻어맞은 듯한 멍이 팔과 몸에 많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씨 모녀 실종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이튿날인 지난 9일 경기 일산에 사는 차아무개(여)씨한테 “옛날이 행복했다. 하늘나라로 먼저 가 있을게”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야구협회에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암시였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 9일 밤 11시께 성수대교 근처에서 소주 2병을 마신 뒤, 한강에 투신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완, 광주/정대하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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