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서’에 대한 각 대학당국의 반응
‘총선 출마 교수’ 소속 대학에 물으니
“문제될 바 없다” “당사자 양심에 맡겨야”
대부분 현행법 탓…미국선 복귀때 ‘신규임용’
“문제될 바 없다” “당사자 양심에 맡겨야”
대부분 현행법 탓…미국선 복귀때 ‘신규임용’
선거에 출마했다 떨어진 현직 교수들의 무원칙한 강단 복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해당 대학들은 복직 규정 강화 등 개선안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에게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교수정치인’의 폐해를 근절하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로 출마한 현직 교수들(초빙·겸임교수 제외) 가운데 낙선한 8명은 곧장 강단에 복귀했거나 다음 학기에 자동 복직할 예정이다. 또 비례대표와 재선을 포함해 국회에 입성한 교수 20명 대부분은 앞으로 4년 장기 휴직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들의 소속 대학 가운데 선거 출마와 관련한 휴직·복직 규정을 손보겠다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병묵 교수(법학)가 출마했다 낙선한 경희대는 13일 “(김 교수의 복직과 관련해) “교칙 개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아직은 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섭 교수(체육학)가 낙선한 충남대도 “관련 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인천대·명지대·경북대 등 현직 교수가 출마한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소장파 교수들이 건의문을 낸 서울대와 고려대는 “제도 개선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에 나섰던 일부 교수들은 “출마와 복직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2주 동안 휴가를 내고 선거를 치른 경북대 이종현 교수(전자공학)는 “현행 법에 교수들의 정치참여를 보장하고 있는데, 선거에 출마했다고 불이익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학회 참석 때문에 휴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교육자로서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 스스로 ‘금배지 교수’를 묵인하거나 은근히 대우하는 분위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석환 명지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일부 사학의 경우에는 학교 발전을 위해 외곽 지원을 하라며, 교수들의 출마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연세대의 한 보직교수는 “정책·예산 등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자기 학교 출신 교수가 국회의원이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폴리페서’ 문제에 대한 자성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이 교수의 공직 출마·겸직을 제한하지 않는 이상, 대학 차원에서 이를 문제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대 나길수 교무팀장은 “국회법 등에서 교수들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학교에서 제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한계가 뚜렷하다”며 “안타깝지만 당사자들이 양심적으로 처신해 주기를 바라는 것 외에 뾰족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현직 교수가 공직에 진출하면 2~4년 단위로 휴직을 할 수 있고,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때는 사실상의 신규임용 절차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이와 관련해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교수정치인 규제 방안을 담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오는 22~24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지금부터라도 대학 스스로 교육권·수업권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관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현웅 송경화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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