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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살 축산농 빈소서 농민들 “국가가 이럴 수 있나”

등록 2008-05-04 21:24수정 2008-05-07 16:52

경남진주 지수한우농장 강삼규(46)씨의 소 판매기
경남진주 지수한우농장 강삼규(46)씨의 소 판매기
미국산 쇠고기 ‘성난 민심’
`벼랑끝에 내몰린 농심’ 정부 지원책 영세농은 빼놔
‘쇠고기 싸게 먹게 됐다’
이 대통령 발언에 격분도

“땅을 빌려 가지를 심어서 열심히 사료값을 갚았는데….”

20여마리의 젖소 비육우를 키우던 경기 평택시 청북면 축산농민 유아무개(57)씨가 지난 3일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먹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9시간여 만에 숨졌다. 유씨의 빈소가 있는 평택시 안중읍 구장례문화센터에는 가족들의 오열이 간간이 이어지는 가운데 빈소 곳곳에서 깊은 울분과 한숨이 배어나왔다.

4일 유씨의 농장에서 만난 같은 동네 주민 유증오(53)씨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료비 대느라 그리 고생만 하더니…. 3월에는 송아지 12마리를 들였다가 원인 모를 병으로 죄다 죽자 술만 퍼마셨어.”

가족들에겐 유씨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3일 밤 11시 빈소를 찾은 진보신당 노회찬·심상정 의원을 만난 유씨의 친형은 “사흘 전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들어온다는 뉴스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걱정 말라’던 동생이었다”며 “제발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나도록 정치를 똑바로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와 올해 사료값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축산농민들은 정부의 미국산 수입쇠고기 개방 충격에 이어 유씨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올 것이 왔을 뿐 시작에 불과하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강병무 전북남원축협조합장은 “4일 우시장이 열리는 날이어서 나가 보니, ‘국가에서 도대체 이럴 수 있느냐’며 농민들이 못살겠다고 난리더라”며 “계속 사료값이 올라 축산농민들은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료 1포대(25㎏)의 값은 지난해 7200원에서 34%가 오른 9700∼1만원 선. 마리당 평균 200여포의 사료를 먹여야 하는 축산농가의 사료비 부담이 마리당 60만∼70만원씩 더 는데다, 쇠고기 수입개방 발표 뒤 중간상인들은 소값의 폭락을 기대하고 수매를 하지 않고 있다. 강원 춘천의 축산농민 전기환(47)씨는 “사료값이나 하려고 지난달 비육우 2마리를 팔기로 했는데 쇠고기 개방 발표 뒤 판매상이 수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는 “불안한 축산농민들이 송아지 입식을 포기하면서 송아지값이 폭락하고, 다 큰 비육우는 ‘홍수출하’로 소값이 형성도 안 되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농민들 가슴에 멍을 남기는 말로 축산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축산농민들은 사료값이 오르면서 정부가 연리 3%에 1년 내 상환하는 긴급사료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방침이 최근에 쇠고기 개방대책으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원 대상이 90평 이상 개방식 축사여서 영세 축산농들은 혜택을 보지도 못한다. 또 5천만원 이상 지원대상인 대형 축산농민은 부채가 많아 담보물건을 더 낼 상황이 안 된다. 숨진 유씨도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숨진 유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유증오씨는 “유씨가 자기 소유의 축사 규모가 작아 지원을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의 축산농민 강삼규(46)씨는 “대통령이 ‘쇠고기를 싸게 먹게 했는데 무슨 말이냐, 수입 쇠고기가 안 좋으면 안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 대통령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평택 전주/홍용덕 박임근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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