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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제실망에 ‘부자정권’ 박탈감…미국소가 불댕겨

등록 2008-05-05 15:04수정 2008-05-07 16:41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7% 성장 기대감 꺼지고 무역 적자에 물가 불안 커져
혁신도시 등 국정혼선…대미 저자세 협상 불신 불러
‘아마추어 우파’ 쓴소리…여론무시땐 갈등증폭 우려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해 쌓인 불만이 ‘광우병 집회’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4일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광우병’ 시비 하나를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정권이 출범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민심 이반’을 알리는 경고 신호는 한둘이 아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고, 100만명을 넘는 누리꾼이 삽시간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 제안에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이런 일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한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선거 때부터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며 국민의 기대감을 잔뜩 높여 놨으나, 초기 결과는 이런 기대를 전혀 충족해주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 금융위기 등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크지만, 선거 과정에서 과도하게 ‘7% 성장’을 주장했던 까닭에 자업자득의 측면도 있다. 기대를 높인 만큼 실망도 크게 불렀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또 ‘얼리버드’, ‘노 할리데이’를 외치며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지만, 국민의 경제생활은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4.1% 상승, 1분기 국내총생산(GDP) 0.7%로 3년3개월 만에 최저, 무역수지 5개월 연속 적자 등 어두운 소식만 이어지고 있다.

둘째, 지난 두 달간 나온 숱한 정책 혼란이 이 정부의 국정수행 능력에 회의를 갖게 했다. 정부 여당은 대운하,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뉴타운·혁신도시 재검토 등에서 계속 혼선을 빚었다. 임기응변식 대증요법도 잦았다. 유류세 10% 인하 조처는 1주일 만에 인하 효과는 사라지고 세수 손실은 그대로 떠안게 됐다. 엠비(MB) 물가지수로 불리는 ‘52개 품목’을 정했지만 시장 앞에 무력함을 드러냈다. 연비 1등급 차량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용주차장 주차료 할인문제도 백지화됐다. 전반적으로 국정이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비쳤다. 이런 것들이 ‘쇠고기 협상’에 대해서도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무현 정부를 ‘좌파 무능정부’라고 낙인찍었던 새 정부가 오히려 ‘우파 아마추어 정부’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0년간의 야당 생활을 거치면서 국정 경험을 지닌 ‘인재 풀’이 고갈된데다, 부처 수장들이 현안을 완전히 꿰지 못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깐마늘 값’ ‘청와대 사무실 불끄기’를 걱정하는 등 지엽적인 부분에 관심을 보이면서, 부처 장관들이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며 대증요법식 처방에만 매달리는 것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지난 2일에 이어 3일 저녁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쇠고기 수입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에 이어 3일 저녁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쇠고기 수입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쇠고기 협상’의 경우만을 놓고 보면,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 복원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대미 협상에 대한 불신을 불러온 측면도 있다. 지나친 친미적 행보가 국민으로 하여금 ‘여차하면 정부가 한-미 관계를 위해 국민건강을 희생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이른바 ‘강부자 내각’에 이어 청와대 수석들의 재산의혹 등이 실망감과 좌절감을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부자들만을 위한’ 정권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출총제 폐지 및 금산분리 완화 추진 등 친기업적인 정책만 계속 나오고 서민의 어려움을 살피는 정책은 찾기 힘들다. 또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한다”는 등 이영희 노동부장관의 발언도 새 정부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부자보다는 서민이 먹는다는 점도 서민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국민여론을 수렴하기보다는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문제”라며 “계급적 위화감을 자극하면서 여론이 갈라져 사회갈등이 증폭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결책은 국민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민심을 정치적 공세로 몰아붙이기보다는, 민심이반의 원인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 ‘말로 천냥빚 얻는’ 이 대통령
▶ 전문가들 ‘자발적이고 유연하지만 강력한 저항’
▶ 어린 중고생 ‘먹거리 안전’ 요구조차 한나라-보수언론 ‘반미·반정부’ 몰아
▶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 100만 넘어
▶ 촛불집회 형사처벌 검토 ‘충돌 불씨’
▶ [3일 현장] “광우병 프렌들리, 부자 정책 너무 싫다”
▶ 이념·구호 없었다…10대들 자유롭게 ‘내 미래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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