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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대착오적’ 법 잣대 우려 커져

등록 2008-05-06 23:20수정 2008-05-07 13:13

‘괴담’ 수사방침 논란
‘국민건강 의사 표현마저 재갈 물리나’
[CTStest]검찰과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괴담’을 ‘허위사실 유포’로 잠정 규정하고, 형사처벌 가능성을 검토해 파문이 예상된다.

검찰은 직접 수사에 나서는 대신 관할 형사부를 통해 경찰 수사를 지휘하기로 했다. ‘괴담’ 수준으로 떠돌던 내용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격상’된 것이다.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 이어, 건강권을 지키려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표현에까지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주요 ‘괴담’의 소재는 △광우병 △독도 포기 △수돗물값 및 건강보험 △인터넷 종량제 △정도전 예언 등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광우병 괴담’의 처벌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검찰은 인터넷 등 전파력이 강한 매체를 통해 허위사실 ‘전파의 위험성’이 커지고, 이것이 불법집회 등과 연결된다면 공공안전을 해치는 것으로 보고 중요 관계자의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괴담의 애초 생산자와 유포 기반이 된 포털사이트보다는 이를 퍼나른 유통자나 중간 거점들이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기통신기본법 등이 주로 ‘통신’ ‘유통’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괴담’ 확산 거점으로 지목된 ‘안티 이명박’ ‘미친소 닷넷’ 등 인터넷 카페들이 주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단 검찰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전기통신기본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도 관련자들의 명예훼손과 관련해 검토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대통령이 독도를 일본에 팔아넘겼다’는 식의 괴담은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사실과 허위가 뒤섞인 과장된 표현을 쓴다고 처벌하는 것은 적용 법조도 마땅치 않을 뿐더러 과잉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검·경은 고민하고 있다. 유언비어를 단속하던 ‘독재시대로의 회귀’라는 시선도 부담이다. 수많은 불특정 네티즌들을 조사해 처벌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처벌에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지만, 청와대와 여권, 정부가 강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어 ‘다른 생각’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검사는 “(괴담을 처벌 대상으로 삼으려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협상과 정책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형태로 퍼졌다고 해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수언론이 일제히 인터넷 괴담의 위험성을 보도한 뒤, 정부와 여당의 대책 마련 주문에 이어 수사 방침이 선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데 그게 죄냐”는 등의 반발이 표출되고 있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법학)는 “인터넷에 수많은 허위사실이 떠돌아도 가만히 있다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서 처벌을 검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명예훼손이 있다면 당사자가 고소하면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남일 김지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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