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여론마저 폭압으로 통제” 강력비판
경찰이 중·고생들 사이에 문자메시지로 퍼지고 있는 ‘5·17 휴교 소문’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발신자 추적 등 광범위한 탐문수사에 나섰다. 인권단체들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인 과잉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경찰청은 7일 “지난 5일 안양과 안산, 분당 등 도내 11개 중·고교 학생들에게 휴교 시위 문자메시지가 대량 발송돼 해당 학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분당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찰관 2명은 이날 오전 8시35분께 분당의 한 고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전달된 휴교 시위 관련 문자메시지의 출처를 확인했다. 이 학교 교장은 “경찰이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발신처를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확인한 뒤 이를 알려줬지만 전부 출처가 불분명한 것들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38개 단체가 참여하는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성명을 내어 “휴교 관련 문자메시지는 대개 주장이나 제안들이어서 불법성을 운운하기에 창피한 것들뿐”이라며 “정부와 경찰이 이젠 여론마저 폭압으로 통제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검찰도 인터넷 괴담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사이버 테러 및 폭력의 하나”로 규정하고 전담 수사팀을 통해 법리 검토와 수사 지휘에 나섰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날 ‘전국 민생침해사범 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거짓과 과장된 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함으로써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왜곡해 사회 전반에 불신을 부추기는 것은 심각한 범죄”라며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 등 사이버 폭력 척결에 검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범죄 구성 요건으로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었는지 △명백히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는지를 들었다. 민유태 대검 형사부장은 “이런 조건에 비춰 보면 학생들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이날 성명에서 “검경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사실과 법리를 왜곡해 국민을 범죄자라고 부르며 엄히 처벌하겠다고 하는 데에는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엄포로 국민적 저항을 잠재울 수도 없고, 그런 공안 통치가 되살아나서도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홍용덕, 김남일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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