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가 100% 안전하다는 주장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낍니다. 우리도 광우병이 무서워서 쇠고기를 골라 먹는데 어떻게 한국에서는 다 개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주부 이선영(38)씨는 9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얼마 전 쇠고기 리콜 파동 뒤로 교포 사회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미국산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는 얘기가 한인회에서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분개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8일 밤 방송된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전화로 참여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논리적으로 지적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교포들이 수십년간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데,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이보다 더 좋은 증거가 어디 있느냐”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주장했다. 또 뉴욕·워싱턴·로스앤젤레스의 재미 한인단체들이 줄줄이 나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이씨를 비롯한 한인 주부들은 ‘쇠고기 수입 재협상 실행을 요구하는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을 꾸려 정부와 한인회의 주장이 실상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근 광우병 위험 소라고 불리는 ‘다우너 카우’(주저앉는 소)에 대규모 리콜 명령이 내려졌는데, 실제 회수된 건 수십만 톤(t) 중 200톤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다 먹은 것”이라며 “미국인들도 광우병의 위험을 아는 사람들은 채식주의로 돌아가거나 유기농이나 ‘그래스 페드’(방목해 풀 먹여 키운 소)를 먹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인 주부 3만6천명 정도가 모이는 인터넷 동호회 ‘미즈빌’에서 대다수 의견은 ‘무서워서 (미국산 쇠고기를) 못 먹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집도 가끔 먹어도, 일반 쇠고기보다는 2배 비싸지만 한우보다는 저렴한 유기농 같은 걸 사 먹는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씨는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 문제 없이 먹고 있다는 일부 한인단체장들의 발언은 25만 미주 한인들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마치 미주 한인 전체를 대표하는 것인 양 잘못 전달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미국 내 한인들의 여론도 커지고 있다.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이번 미국 쇠고기 협상으로 앞으로 광우병 위험에 노출될지도 모를 한국 동포들에 대한 우려와 걱정에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개방과 관련한 재협상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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