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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버시바우,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은 북 테러국 해제조건 아냐”

등록 2008-05-13 21:18수정 2008-05-14 01:45

버시바우 미 대사.
버시바우 미 대사.
[버시바우 미국대사 인터뷰]
“미 쇠고기 관련 잘못된 정보 돌아 유감
‘북-시리아 핵협력’ 6자 회담 틀서 논의중
미국은 ‘남북 협력사업’ 재개되기를 희망”
2005년 10월 한국에 온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부임 직후부터 북한 핵실험과 2·13, 10·3 합의 등을 도출한 6자 회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굵직한 사안을 다뤄 왔다. <한겨레> 창간 20돌을 기념해 지난 7일 광화문 대사 집무실에서 장정수 편집인과 만나 특별 회견을 한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북한 핵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를 놓고 한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한국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쇠고기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미국은 식품 안전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 자국내 소비용과 수출용 식량에 두루 동일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미국은 1990년대 광우병이 발견된 뒤 이 병을 퇴치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97년부터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뒤 태어난 어떤 송아지에서도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한국에서) 미국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식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동물성 사료를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30개월 이하 소도 척수 등 위험성 물질을 모두 제거하는 등의 추가적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재개 △상이한 식습관으로 뼈와 내장 등을 미국인보다 많이 먹게 되는 점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국가 광우병 위험등급을 낮추지 않을 경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어도 바로 수입 정지를 할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한-미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고 있다.

“독립 국제기구인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미국을 광우병 위험통제국(controlled-risk country)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 쇠고기 생산 과정에서 광우병에 대한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며, 실제로 미국에서 97년 이후 쇠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린 이는 한 명도 없다. 미국산 티본 스테이크나 갈비가 안전하다고 말한 것은 우리의 판단일 뿐만 아니라, 국제수역사무국의 판단이기도 하다. 이런 다중의 안전장치에 더해, 한국 소비자에게는 뼈가 없는 고기를 골라 사먹을 선택권이 있다. 이들에게 티본 스테이크를 사먹으라고 강요할 이는 아무도 없다.”

-쇠고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미국은 쇠고기 문제를 협상의 타결 조건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부시 대통령 임기 안에 의회 비준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

“부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임기내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졌던 콜롬비아 에프티에이건도 연동시키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다. 일단 쇠고기 문제 해결로 초당적 지지를 받기 유리한 상황이 돼 궁극적으로는 비준이 될 것으로 희망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다음으로 중요한,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에 올려놓을 합의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에프티에이는 시장 자율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 인근 중국과 일본에도 새로운 도전을 안기는 등 세계적인 흐름을 바꿀 것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묻겠다. 현재 6자 회담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시리아 핵협력설을 언급하며 6자 회담이 중동 문제에 얽혀드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북한-시리아 핵협력설의 실상은?


“미국은 몇 달 전부터 비공개 모임에서 북한에 시리아 핵시설 이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북한은 우리의 우려에 대해 이해한다며, 기존 6자 회담 합의에 따라 향후 제3국에 핵물질과 기술,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미 6자 회담 틀 안에서 논의되고 있고, 현재 우리는 이 문제와 플루토늄 문제 등을 모두 포함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검증체계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 데스크의 방북 뒤 미국의 북핵 관련 일정표를 알고 싶다. 북한의 핵시설 신고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 교역금지 대상국 해제는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미-북은 싱가포르와 성 김의 이전 방북에서 모두 성과를 얻은 바 있고, 이번 성 김의 방북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실현하기 위한 마지막 고위 당국자 접촉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회담의 성과를 미리 전망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

-솔직히 물어보겠다. 부시 정권 임기내 북-미 관계 정상화는 어렵지 않겠는가. 남은 시간 동안 얼마나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북한이 6자 회담 합의 2단계를 하루빨리 이행하고, 3단계로 나갈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이미 베이징 2·13 합의 프로세스에서 넉 달 반 내지 다섯 달을 잃었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미-북 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서명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포괄적 합의 중 영변 등 북한 핵시설과 관련 해체등은 1년이 넘어 2년도 걸릴 수 있어, 부시 정권의 임기를 넘길 게 자명하다.”

-북한의 테러 지원국 해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관련해 미국의 견해는 무엇인가?

“일본 정부와 국민들의 우려는 이해하고, 우리 역시 북한에도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안을 테러 지원국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보고 있지 않다. 우리는 테러 지원국 해제 전제조건이 9·19 성명의 이행과 10·3 합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해체라는 점을 분명히해 왔다.”

-이명박 정권 출범 뒤 대통령의 북핵-경협 연계로 남북관계가 냉각기를 맞고 있다. 이는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북한이 남한 대통령을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점은 유감으로 생각한다. 북한은 남한 사람들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뽑은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6자 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 협력사업은 재개되어, 6자 회담과 동시에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통상 한국에서 새 정권이 출범하면 (남북관계에서) 적응기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적응기가 너무 오래가지는 않았으면 한다.”

-대사는 러시아와 동유럽권에서 외교관으로 오래 일했다. 유럽에서는 다자 안보기구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지역 통합과 역내 분쟁 예방에 크게 기여했는데, 향후 6자 회담 역시 동북아 지역에서 유사한 다자 협력기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매우 그렇다.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에 와서 해당 문제 등을 논의한다. 다자 안보기구는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며 평화와 협력을 일구는 기구가 될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 그런 기구가 생긴다면 △북한의 고립 종식과 이로 말미암은 지역 안정성 증대 △한-중-일 3자 협력 △러시아 석유와 사할린 가스 등 에너지 협력 등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동북아시아 다자 안보협력 기구 창설에 적극 협조할 용의가 있다.”

-대사로서의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 소감은?

“2005년 10월 한국에 처음 온 뒤 한-미 관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군사 동맹에의 변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6자 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한-미 비자면제협정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 온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짧은 시일 안에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일구며, 세계적인 기술과 문화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에 경외심을 갖기 마련이다. 한국인들이 높은 교육열과,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다시는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경쟁심도 인상적이었다. 임기가 끝나는 9월 뒤 무엇을 할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향후 동북아와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할 것이라 본다.”

-<한겨레>가 15일로 창간 20돌을 맞는다. 소감이 있다면?

“한겨레 창간 20돌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는 독립 언론이 한국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서 한겨레를 포함해 신문을 보는 독자가 매우 많다는 것은 한국 국민들의 지성과 지식욕을 증명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와 편집자들의 수준과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겨레와 미국 정부는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등 여러 사안에서 종종 다른 생각을 보인 게 사실이지만, 우리 사이에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공통 분모 역시 존재한다고 믿는다. 앞으로 한겨레가 한-미 관계의 주요 사안에서 균형잡히고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할 것과, 특히 다른 견해에 대해서도 더 많은 지면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버시바우 대사 약력]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출신·56살
△예일대 러시아 동유럽학 학사,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통령 특별보좌관 겸 유럽담당 선임국장(1994), 주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1998), 주러시아 대사(2001)

인터뷰 장정수 편집인, 정리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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