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장관 “7~10일 더 필요”
야권 “국민 우롱하는 시간끌기”
야권 “국민 우롱하는 시간끌기”
농림수산식품부가 15일로 예정했던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 위생조건’의 장관 고시를 7∼10일 정도 연기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주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에 나와 “장관 고시를 어느 정도 연기할 것이냐”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질의에 “일주일에서 10일 정도의 시일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정 장관은 “어제 마감한 입안예고 기간에 334건의 의견이 접수돼 있어 이 내용을 면밀하고 신중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며, 검역단이 미국 내 31개 승인 도축장을 점검하러 간 만큼 검역 과정을 면밀히 살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재협상은 과학적 근거나 새로운 상황이 발생해야 가능하다”며 재협상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지난 8일 한승수 총리가 밝힌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 조처’ 방침에 이어 또다시 정부가 미봉책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을 피해 가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일단 장관 고시를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가 검토 기간에 수입위생조건의 본질적 내용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추가 검토 기간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정도의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수입위생조건의 원안이 거의 바뀌지 않은 채 25일께 고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약속했고 지난 13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그 권리를 인정한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 때 수입 중단 조처’에 대한 명문화 작업이 이 기간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했고 미국이 스테이트먼트(성명)로 밝힌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명확하게 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밝혀 이 부분에 국한한 추가 협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야권은 장관 고시 연기 방침을 두고 ‘물타기’, ‘시간끌기’라고 일제히 비난하며 전면 재협상을 거듭 촉구했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장관 고시를 연기하는 목적은 재협상에 있는 만큼 재협상이 없는 고시 연기는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절차적·민주적 정당성, 합헌성을 담보한 재협상만이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정부는 야당과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협상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수헌 강희철 조혜정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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