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합동 대책회의…국정원까지 참석 논란일듯
검찰과 경찰 등이 25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불법적 촛불집회’에 대해 강경 대처 방침을 밝힌 것은 사그라지지 않는 촛불집회의 열기가 더 큰 국민적 저항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된 집회를 놓고 검찰이 휴일에 대책회의를 주도하고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국민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대책회의 뒤 “평화적인 촛불집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겠지만, 24일 촛불시위처럼 한밤중에 도로를 무단 점거하는 등 국민에게 고통과 불편을 주는 불법 행위는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국 차장검사는 “체포한 37명 가운데 가담 정도 등을 따져 주동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로 엄단하겠다”며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밝혔다.
이날 한진희 서울경창청장도 브리핑에서 “해산 명령을 거부한 채 도로를 점거하고 연행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사람들을 주로 체포했다”며 “주된 범죄 혐의는 미신고 불법집회 해산명령 불응죄와 교통방해 두 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24일) 밤 9시 반께 누가 선동하는 게 있었다”며, ‘배후’를 캘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날 관계기관 대책회의에는 검·경뿐 아니라 서울지방노동청과 국가정보원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수사기관들의 대책회의에 국정원 관계자까지 참석한 것은 국민의 정부 이래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이번 일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를 엿보게 한다. 특히 이는 국정원의 ‘시국치안’ 문제에의 개입이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져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과거 국정원이 주도하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는 노동·학원 문제 등에서 강경한 공안적 대응을 결정하는 기구였는데,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국정원법 개정 등에 따라 폐지됐다. 그러나 촛불집회를 빌미로 다시 국정원이 시국 사안에 대해 개입하고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제규 최현준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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