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이 벌어지기 한달여 전 국내 대형유통업체의 육류 구매 담당자들이 미국의 쇠고기 생산·수출업자들의 단체인 미육류수출협회(UMEF) 돈으로 미국과 일본 육류산업 시찰을 다녀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7일 관련업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미육류수출협회는 지난 3월13일부터 21일까지 8박9일 동안 국내 대형유통업체 육류 구매 담당자들을 초청해 일본에서 열린 한 식품박람회를 참관한 뒤 미국 쇠고기·돼지고기 산업을 견학시켰다. 행사 진행에 들어간 왕복항공료와 숙박비 등 1인당 400만원 안팎의 경비는 협회 쪽이 부담했다.
이 행사에는 신세계 이마트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를 비롯한 몇몇 유통업체 육류 담당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육류수출협회 쪽은 이날 “한국 바이어들이 미국에서 목장과 쇠고기·돼지고기 가공공장을 둘러보고 생산 현황 설명을 들었다”고만 밝혔다. 국내 육류 유통업자들은 이 행사가 미국 쇠고기 생산·수출업자들이 한국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움직임을 미리 알고서 한국의 대형 육류 바이어들에게 사전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광우병 위험·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 직전 이뤄진 유통업체들의 육류산업 시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담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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