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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인도 시민도 방패로 “까버려!”

등록 2008-05-28 19:53수정 2008-05-29 11:54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28일 밤 동대문운동장 앞 도로에서 거리시위를 하고 해산한 뒤 뒤늦게 경찰이 출동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28일 밤 동대문운동장 앞 도로에서 거리시위를 하고 해산한 뒤 뒤늦게 경찰이 출동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현장 6신] 21번째 촛불문화제
“흩어지면 어제처럼 붙잡혀 간다” 격렬 저항
사진채증 ‘프락치’ 덜미…“공안 경찰로 회귀”
[6신 : 새벽 2시] 불안한 촛불 시위대…“흩어지면 연행, 밤샘 시위” 

거리 행진을 벌이던 시위대와 경찰이 5일째 충돌했다. 이번엔 동대문운동장 부근이었다. 경찰은 도로뿐 아니라 인도에 있는 시민들에게도 방패를 휘둘렀다. 전날 자발적으로 연행됐던 시민들은 경찰의 진압에 격렬히 저항했다. 일부 시민들은 “흩어지면 경찰에 또 연행될 것”이라며 밤샘 시위를 벌릴 태세다.

[촛불시위 돌발] 사복 경찰 2명의 정체는?…‘시위대 채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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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경찰은 동대문 두타 광장 앞에 설치했던 경찰 차 바리케이트를 모두 거뒀다. 흩어졌던 시민 2백여명은 “협상 무효, 고시 철회” 등의 구호를 외치며 두타광장에서 앞으로 행동방향에 대해 난상 토론을 벌였다. 시민들은 28일 새벽 시청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집에 가던 시민들이 연행된 것을 놓고 오늘도 귀가하다 잡혀갈 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 시민이 “흩어지면 어제처럼 붙잡혀 간다”고 외쳤다. 시민들은 동의한다는 뜻에서 박수를 보냈다. 일부 시민은 “청계광장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소수의 의견이었다.

 1시10분. 중부경찰서 정보 과장이 시위대를 찾았다. 그는 “흩어져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은 연행할 계획이 없다”며 “이만 해산하고 돌아가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시위대는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기자들은 “인도에서 시민들을 연행하던 어제와 방침이 달라진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그는 “대답할 입장이 아니다”고 언급을 피했다.

  새벽 2시. 시민 2백여명은 이명박 정부와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내용 등의 자유발언을 하며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갹출한 돈으로 빵과 음료를 사먹으며 배고픔을 달래고 있다. 무장한 경찰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동하지 않고 이곳에서 밤샘 시위를 이어갈 태세다.

 한편, 오늘 시위에선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없고, 크게 부상당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30일 대규모 촛불 문화제를 전국 동시다발로 열겠다”고 밝혔다. 글=허재현 박종찬 기자 catalunia@hani.co.kr 영상=은지희 김도성 피디 eunpd@hani.co.kr


[5신 : 새벽 1시] 촛불시위대, 경찰과 다섯번째 충돌…인도 시민에도 방패 휘둘러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28일 밤 청계광장에서 문화제를 마치고 펼침막을 들고 거리시위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28일 밤 청계광장에서 문화제를 마치고 펼침막을 들고 거리시위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11시30분. 동대문쪽으로 향하던 시위대는 ‘두타’ 앞 도로 5차선을 점거했다.

이에 앞서 광희사거리 인도에서 시위대 사진을 찍던 한 경찰이 시민에게 덜미가 잡혔다. 시민들은 경찰을 에워싼 후 “누구냐?”고 따졌다. 경찰은 처음엔 “나는 신분증이 없다”고 경찰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의 주변을 에워싸고, 재차 물으니 “서울시경 정보과 형사”라고 말했다. 이 30대 중반의 남자는 검은색 점퍼를 입은 사복차림이었고, 분노한 시민들은 경찰의 사진기를 빼았었다.

이용민(22·한국교원대 3년)씨는 “프락치 얘기를 듣긴 했지만 지방에 살고 있어 잘 몰랐다”며 “오늘 처음 봤는데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었다고 하지만 경찰이 시민을 채증하는 것을 보니 민주경찰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11시40분. 전투경찰 1천여명이 밀리오레쪽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시민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곧바로 인도로 흩어졌다. 예전과 달리 도로를 더 이상 점거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방패를 휘두르며 인도까지 시민들을 쫓아와 때렸다. 일대는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경찰의 폭력을 피해 도망가던 시민들이 서로 엉켜 넘어졌다.

 혼란을 틈타 경찰은 마구잡이 연행을 시도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경찰차에 올랐던 전날과 달리 완강하게 저항했다.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이곳 저곳에서 벌어졌다. 경찰은 도망가는 시민들을 향해 “까버려! 까버려!”를 외치며, 따라 붙었다.

 충돌 과정에서 부상자가 나왔다. 최문준씨(38)는 “인도 위로 도망치다가 경찰에 붙잡혀 있는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데, 경찰이 나에게 달려들었다”며 “경찰이 내 무릎을 꿇리고, 내 머리채를 손으로 붙잡자마자 나머지 경찰들이 내 얼굴을 마구 때렸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최씨를 연행하려 했으나 일부 시민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 그를 빼냈다. 최씨는 코피를 많이 흘렸고, 얼굴이 부어올랐다. 의료봉사대가 최씨를 치료했다.

 12시10분. 두타 앞 도로를 점거했던 시위대는 대부분 뿔뿔이 흩어졌다. 인도로 밀려난 시민들은 경찰들을 향해 “이게 민주경찰이냐. 너희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항의했다. 현재 200여명의 시민만이 두타 앞 광장에 모여 있을 뿐이다. 이들은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구호를 계속 외쳤다. 앞으로 행동방향에 대한 즉석 토론도 벌였다.

2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21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거리행진을 시도하려는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2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21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거리행진을 시도하려는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누리꾼 ‘골리앗’(55)은 “인도로 도망가는 사람까지 방패로 찍고 21세기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명박은 지금 시대가 박정희 독재정권 시대가 아님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다더니, 결국 20년 전으로 돌아가 버렸다”고 혀를 찼다.

 현재 거리시위에 나선 시위대의 공식적인 지도부는 없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요구에 따라 거리 시위는 산발적으로 벌어진다. 다만 일군의 무리들이 대열의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즉흥적으로 길을 잡았다. 시민들은 동대문운동장에 도착하자마자 “내일 다시 모입시다”며 ‘해산선언’을 한 대열 지휘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김강기명씨(27·종로구 원서동)는 “시민을 이끌던 대열이 동대문운동장 도로에 도착하자마자 해산해 버렸다”며 “시민들만 덩그러니 남았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시45분. 경찰은 두타 앞에 바리케이트로 세웠던 전경 버스를 모두 철수시키고, 경찰 병력도 일단 인도에서 벗어나 인근 골목으로 빠졌다. 그러나 시위대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연행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부상자의 수도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4신 : 밤 11시30분] 촛불시위 참가자 2천여명 거리행진 돌입…경찰과 충돌 우려 

청계광장을 빠져 나간 시민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작은 무리를 형성하며 산발적으로 움직였다. 일부는 일민미술관 쪽 길을 이용해 청계광장을 빠져나갔고 일부는 청계천으로 내려와 광교부근까지 걸어 청계광장을 빠져나갔다.

시위대가 다시 출연한 것은 10시45분께. 이들이 명동 롯데백화점 앞 4차선 도로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2000여명의 본 대열을 형성한 후 명동을 지나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경찰의 행진원천봉쇄작전은 실패했다. 명동 곳곳엔 교통경찰들만 보일뿐 시위대를 막아서지 못하고 있다.

저녁 10시 10분. 청계광장을 빠져 나가던 시민들은 골목을 모두 차단한 경찰에 재치있게 항의했다. 한 시민은 인도에 주차한 경찰 버스 유리창에 “불법주차 신고 731-0512”라고 쓴 손팻말을 붙였다.

까까머리에 어린 티가 나는 중학교 2학년 김세운군은 “여기가 니네 집이냐. 차 빼라”고 경찰에 당당하게 항의했다.

경찰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프락치 조심하자”고 수근거렸다. 이아무개(32)씨는 “사복을 입고, 나이키 신발을 신은 남자 두 사람이 붙어다니면 필시 경찰이니 조심하라”고 주변 시민들에게 말했다. 이씨는 “그들은 귀에 무전기를 대고 항상 서로 연락을 하더라”며 귀에 무전기 대는 시늉을 했다.

저녁 10시 20분. 몇몇 시민들은 손 확성기로 “30분 뒤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 모이자”고 시위대에 전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내준 일민미술관 쪽 통로를 이용해 롯데백화점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 50명이 모이지 못하자 시민들은 “광교 쪽으로 모이자”고 수근거렸다.

10시45분. 롯데백화점 앞 4차선 도로에 갑자기 50여명의 시민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모두 나오세요”라고 외쳤다. 5분 뒤 시위대는 500여명으로 불었다. 시위대는 도로에서 “협상무효, 고시철회, 연행자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이 더 모이기를 기다렸다.

10시 55분. 골목 곳곳에서 뛰쳐나온 시민들은 롯데백화점 앞 4차로 도로를 완전히 점거했다. 시위대는 2천명으로 늘었다. 대열이 정비되자 시위대는 “고시철회, 협상무효”라고 쓴 깃발을 선두에 앞세우고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11시. 한국은행 앞 사거리에 도착한 시민들은 뻥둟린 광장을 보면서 “와”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격려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28일 밤 청계광장에서 문화제를 마치고 퇴계로에서 동대문으로 이동하며 거리시위를 하고 있다. ‘고시철회, 재협상’이라고 적힌 깃발이 시위대를 이끌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28일 밤 청계광장에서 문화제를 마치고 퇴계로에서 동대문으로 이동하며 거리시위를 하고 있다. ‘고시철회, 재협상’이라고 적힌 깃발이 시위대를 이끌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11시 10분. 2천여명의 시민들은 명동을 지나서 남산 1호터널 부근을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가 명동을 지날 때 쇼핑나온 시민들은 이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시위대가 세종호텔을 지날 때, 투숙객들은 커튼을 걷어 창밖으로 시위대를 구경했다.

시위대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위대는 갈림길에 들어서면 그 자리에서 토론을 벌여 나갈 길을 잡고 있다. 아직까지 경찰과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글/ 허재현 박종찬 기자 영상 은지희 김도성 피디

[3신 : 밤 10시30분] “장관 고시 강행하면 시청 앞에서 분노 표출할 것” 

9시 40분께.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노래를 부르며 촛물문화제가 끝났다. 시민들은 모두 일어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를 외치며 합창을 했다.

촛불문화제가 평화롭게 끝나자 시민들은 다시 거리 행진을 벌이려고 청계광장에서 모전교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계광장 주변 무교동 골목은 한 곳도 빠짐없이 전경버스가 바리케이트를 치고 막았다. 지난 몇일간 시위대가 광화문 방면이 아닌 청계광장 뒷편으로 거리행진을 시도했기 때문에 원천봉쇄한 것이다.

시민들은 청계광장 주변을 배회하며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개별적으로 흩어져 “시청앞 광장으로 모이자”며 청계광장 앞으로 나왔다. 그러나 경찰은 이곳도 모두 막았다. 시민들은 “집으로 가겠다”며 “비켜, 비켜”를 외쳤지만 경찰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10분 뒤 경찰이 동아일보 사옥 옆 일민미술관 쪽 골목길을 시민들에게 열었다. 시민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면서 청계광장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1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28일 청계광장에서 1만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진수 기자
21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28일 청계광장에서 1만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진수 기자

이에 앞서 저녁 9시. 홍성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최근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양심선언한 것과 관련해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협상을 다시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관이 고시를 중단해 국민에 신뢰를 받는 농식품부가 되어야 한다”며 “공무원들도 국민의 편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거리 시위 과정에서 연행돼 풀려난 한 시민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풀려나자 마자 바로 청계광장으로 달려왔다”며 “재협상이 되는 그날까지 경찰이 잡아간다면 계속 잡혀가겠다”불복종을 선언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격려했다.

쓸쓸한 바이올린 연주음악에 맞춰 고등학교 2학년 한채민 양이 무대에 올라와 편지를 읽었다. 시민들은 촛불을 가슴에 대고 진지한 눈빛으로 어린 학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장내가 숙연해졌다.

한양은 “우리는 촛불만 들었을 뿐이다. 연행된 사람들이 꼭 돌아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회자는 촛불문화제 중간중간 속보를 전했다. 정부가 “미국의 반발이 너무 심해 장관 고시를 더이상 연기할 수 없다”는 발표를 했다고 전하자 시민들은 “시청, 시청으로 가자”고 외쳤다. 사회자는 “고시를 강행하면 그날로 여기가 아니라 시청 앞에 모여 분노를 표출하자”고 제안했다.

2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21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거리행진을 시도하려는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2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21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거리행진을 시도하려는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시민들은 자유발언 중간 중간에 “고시철회, 재협상”, “연행자 석방” 등의 구호를 10번씩 외쳤다. 시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촛불을 더 높게 들고, 목소리도 점점 더 높였다.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청계광장 주변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구호가 끝나면 1만여개의 촛불이 파도를 탔다. 사회자는 출렁거리는 촛불의 수를 헤아리며 “경찰은 3천명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1만명은 넘는다”고 주장했다.

오늘도 자발적으로 조직된 의료자원봉사단 20여명은 시민과 경찰의 충돌에 대비해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비상의약품을 점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허재현 박종찬 기자 catalunia@hani.co.kr 영상 은지희 김도성 피디 eunpd@hani.co.kr

촛불소녀 한채민의 편지 “눈물 비가 내립니다”

저는 촛불소녀 한채민입니다. 5월 3일 처음 이곳에 나와 오늘까지 14번째 참석했습니다. 오늘 비가 내렸습니다. 제 마음에도 눈물비가 내립니다. 저와 함께, 저희 촛불소녀들과 함께 이 곳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던 언니,오빠,어른들이 많이 연행되었습니다. 저희 촛불 소녀들이 처음 시작했지만, 지금은 저희를 지켜주기 위해 희생하시는 어른들게 진심 어린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드립니다. 강제연행된 분들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우리는 촛불 하나만 들었을 뿐, 맨몸입니다. 우리는 촛불 하나만 들었을 뿐, 평화입니다. (중략) 지금 경찰서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께 촛불의 마음으로 약속 드립니다.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오실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2신 : 밤 9시] “연행되더라도 끝까지 우리 함께 하자. 이명박 물러가라, 제발….” 

21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28일 청계광장에서 1만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진수 기자
21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28일 청계광장에서 1만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진수 기자

오후 7시 10분. 하루종일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완전히 그쳤다. 사회를 맡은 권해진씨가 스물한번째 촛불문화제가 시작을 알리자 시민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부르며 촛불을 흔들었다. 연일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시민들은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 오늘도 1만여명(주최쪽 추산)의 시민들이 촛불을 환하게 밝혔다. 다만, 계속 되는 시위 탓에 사회자의 목소리는 심하게 갈라져 있다.

오늘도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며,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첫 발언자로 아주 작은 체구의 여자 대학생 구아무개(20·한양여대)씨가 나섰다. 구씨는 “우리의 근성은 잡초 근성이다. 이제 정부에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며 “연행되더라도 끝까지 우리 함께 하자. 이명박 물러가라, 제발….”이라고 말했다. 간곡하게 호소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민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위대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일까. 한 시민이 “거리 시위에 나서지 말고 평화적 불매운동으로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운동’을 이어가자”는 발언을 하자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나현호(35.서울시 성수동)씨는 “미국 쇠고기 수입엔 반대하지만, 시민들이 도로 점거시위를 하니 길이 막혀 택시기사인 내가 돈을 벌기 힘들다”며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만 하자”고 제안했다. 나씨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몇몇 시민들은 그와 논쟁을 벌였다.

한 시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일이 손에 안잡혀 일주일 전 회사를 그만두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해 시민들의 위로를 받았다. 유경택(34·서울시 미아동)씨는 “부인이 ‘우리 형편에 집회 나가면 어떡하냐’고 말했지만 일손이 잡히지 않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거리에 나왔다”며 “28일 새벽 시청 앞에서 시민들이 연행되는 장면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분개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이 ‘미친 FTA! 중단하라!!’ ‘2MB의 폭주를 멈춰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무대위 자유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박종찬 기자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이 ‘미친 FTA! 중단하라!!’ ‘2MB의 폭주를 멈춰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무대위 자유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박종찬 기자
7시 40분께. 시민들은 사회자가 알려주는 세 가지 소식에 세 번 환호했다. 사회자 권해진씨가 “민주노총이 우리나라 14개 물류창고를 점거하겠다고 밝혔다. 민변에서 연행자들을 위한 긴급 법률구조단을 꾸렸다. 인권단체들이 경찰의 폭력을 감시하는 인권침해 감시단을 꾸렸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와, 와, 와” 함성을 질렀다.

 현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선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얼굴 크기만한 종이에 매직으로 ‘조·중·동 쓰레기’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동아일보 사옥 앞에 서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선 5월 27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1면 머릿기사를 비교한 우드락 모형물을 설치해 놓고 ‘조선일보 규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 머릿기사 제목은 “사흘째 도로 점거” 였고, <한겨레> 머릿기사 제목은 “귀막은 정부에 국민 뜻 알리고 싶었을 뿐” 이었다.

오늘 촛불문화제에서도 청계광장 주변 곳곳에서 따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시민들이 눈에 띈다. 청계광장 건너편에선 시민 백여명이 촛불을 밝힌 채 따로 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은 광화문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촛불시위를 알리기 위해 따로 모이는 것을 택했다. 이곳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김도현(20.서울시 봉천 7동)씨는 “청계광장은 지금 경찰버스에 둘러 싸여 갖혀 있는 느낌이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촛불을 알리기 위해 따로 모여 있다”고 말했다.

군복을 입고 촛불시위에 나선 시민들도 눈에 띈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20여명의 시민 자원 의료봉사단이 현장에서 비상 구급약 등을 지참하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약 십여명의 시민들은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별도 모임을 갖고 있다. 28일 새벽엔 시청 앞 인도에 있는 시민들이 백여명 이상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이날 벌어진 100여명의 시민들의 강제연행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은 ‘강달프, 강달프’를 연호했다. 강 의원은 오늘도 무대에 올라 “만나서 반갑지만 좋은 소식이 없어 애가 탄다”고 말했다. 박종찬 기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은 ‘강달프, 강달프’를 연호했다. 강 의원은 오늘도 무대에 올라 “만나서 반갑지만 좋은 소식이 없어 애가 탄다”고 말했다. 박종찬 기자
정종필(30.서울시 신내동)씨는 격한 목소리로 “어떻게 인도에 있는 사람을 잡아갈 수 있느냐”며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우리가 나서서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비폭력의 방법으로 시민들을 지킬 것”이라 덧붙였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도 “지난 군사 독재시절에도 집회 마치고 집에 가는 사람들을 잡아가진 않았다”며 “이명박 정부는 조만간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8시 30분. 하얀 저마포를 입은 ‘강달포’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무대에 올랐다. 시민들은 “강기갑, 강기갑”을 연호하며, 그를 반갑게 맞았다. 강 의원은 “만나서 반갑지만 좋은 소식이 없어 애가 탄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시민들에게 “행동하는 양심의 촛불이 꼭 정부 고시를 막아내자”고 제안한 후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중국에 가있지만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어 정부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대에 선 강 의원은 정부의 변함 없는 ‘강경’ 태도에 화가난 듯 연설하면서 바닥에 발을 두 번 쿵쿵 구르기도 했다.

8시 40분 현재. 주최 쪽은 “약 일만여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약 7천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28일 촛불문화제는 허용하되 거리시위는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격앙된 느낌이다. 시민들은 오늘도 촛불문화제를 마친 후 자발적으로 거리 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계광장 주변엔 여느 때처럼 경찰버스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들이 광화문사거리로 진출하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

허재현 박종찬 기자 catalunia@hani.co.kr 영상 은지희 김도성 피디 eunpd@hani.co.kr

[1신 : 오후 7시] “국민 건강 지키는데 배후와 좌우파가 어디 있나?”

28일 오후 6시50분. <아침이슬>이 청계광장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익숙하게 무대 차량 주변으로 모였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무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21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 문화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촛불문화제가 지난 24일부터 가두시위로 번졌다. 그 뒤 연일 새벽까지 이어진 거리행진과 시민 연행, 경찰과의 충돌 등 한층 높아진 긴장감 속에서도 촛불 문화제는 매일 저녁 7시 평화로운 시작을 알렸다.

촛불 문화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유인물을 나눠주는 민주노동당 당원, “나를 잡아가라”는 스티커를 들고 침묵시위를 하는 사람, 소의 탈을 쓰고 지나가는 시민들과 악수하는 사람, 초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 김밥으로 요기를 하는 여대생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취재수첩에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는 기자들….

연일 거리 시위가 이어지고, 인터넷을 통해 경찰의 폭력 진압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무서워하기보다 오히려 분노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28일 새벽 100여명이 집단으로 자발적 의사로 연행된 것을 화제로 올렸다.

촛불 문화제에 처음 나왔다는 박정윤(21·고양시 일산구 중산동)씨는 “인터넷을 통해 100여명이 한꺼번에 연행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여중생이 울면서 호소하는 모습을 보고 대학생으로서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와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너를 심판한다 나를 연행하라’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한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비장하게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너를 심판한다 나를 연행하라’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한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비장하게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대학생나눔문화 소속 이엽(25)씨는 “연행을 각오한 사람들이 제 발로 경찰차에 오른 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자발적 불복종운동”이라며 “새로운 집회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오늘도 정치권이 내세우는 촛불 문화제 배후설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황대환(55·서울시 마포구 창전동)씨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자식의 건강을 지키는데 좌우파가 따로 있느냐”며 “눈과 귀를 막고 있으니 헛 것이 보이고 헛소리가 들리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시민들은 오늘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외쳤다.

진승모(24·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씨는 “내일 장관 고시가 되면 미친소를 막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든다”며 “국민이나 이명박 정부나 오늘이 미국소를 막아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말했다. 진씨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힘을 모읍시다. 촛불을 듭시다”고 목이 쉬어라 소리쳤다. 청계광장 들머리 무대 차량 앞에는 “연행자 석방! 고시강행 반대!”라는 주황색 펼침천이 걸려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저녁 7시. 집회 시작과 함께 <헌법 제1조>가 청계광장에 울려 퍼졌다. 박종찬 허재현 기자 pjc@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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