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고시’를 발표한 가운데 서울 시정광장 앞에서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4만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종근 기자
[현장중계] 고시 강행하던 날 촛불집회
“이명박 정부, 국민 버리고 미국 택했다” 격앙
새벽 3시까지 도로 시위…강제 해산·연행 당해
“이명박 정부, 국민 버리고 미국 택했다” 격앙
새벽 3시까지 도로 시위…강제 해산·연행 당해
[8신=30일 3시] 가두시위 강제 진압…시민 4명 연행
스크럼 짠 시민들 “불의의 시대에 잡혀가는 것이 영광” [%%TAGSTORY5%%] 1시30분. 평화롭던 광화문 분위기가 돌변했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며 도로에 앉아 있었다. 광화문 4거리 방향 버스 바리케이드가 열리며 경찰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을 외쳤다. 현장은 시민들의 구호소리와 경찰들의 구호소리가 뒤엉켜 긴장이 높아졌다. 새벽 2시. 골목 곳곳에서 경찰들이 쏟아져 나와 시위대의 허리를 잘랐다. 시위대는 둘로 갈렸다. 도로 시위를 벌이던 2천여 명의 시민들은 혼비백산하며 인도로 도망갔다. 하지만 대열 앞 쪽에 있던 시민 2백여명은 자리에 앉아 팔과 팔을 이어 스크럼을 짠 상태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 중엔 한 부부도 끼어 있었다. 29일 처음으로 집회에 나온 남기보(46·서울 강서구 화곡4동)씨 부부다. 남씨는 “두 아이가 집에 있지만 나라 걱정이 돼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씨는 “차라리 이 불의의 시대에 잡혀 가면 영광”이라며 부인의 팔을 더 꽉 잡았다. 경찰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금방이라도 연행할 분위기다. [22번째 촛불문화제] “고시 강행 규탄…이명박 오지마!”
[%%TAGSTORY3%%] 유모차 부대 “시위대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TAGSTORY4%%]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시민 10여명도 도로에 앉아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노 대표는 “내가 연행돼 다른 사람이 안전하다면, 내가 연행되겠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공권력으로 전국민적인 분노를 막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2시 40분. 연좌시위를 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는 시민 2백여명은 <아침이슬>을 부르며 긴장된 순간을 버티고 있다. 최성근 제1기동대 경정이 시위대를 찾아 확성기로 자진해산을 권유했다. 최 경정은 “연행할 생각은 없다”며 “오래 했으니 차길은 열어야 하지 않겠나. 안전하게 인도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우리가 원하는 건 고시철회다”고 주장했다. 한 40대 남성은 “우리가 여길 못지키면 미친소가 들어온다”고 맞섰다. 시민들이 철수하지 않자 최 경정은 “책임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시민들은 “책임자는 없다. 자발적으로 모여 있다”고 대답했다. 2시 50분. 2백여명의 시민들은 의견이 둘로 갈렸다. “다른 시민들이 모두 인도로 빠졌으니 더 이상 교통 방해 하지 말자”는 쪽과 “청계광장에서만 시위하러 나온 게 아니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결국, 30여명은 끝까지 남아 연좌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이 연좌시위를 하고 있는 곳에 합류했다. 3시. 노회찬 후보가 경찰의 설득에 동의하며 연좌시위를 풀었다. 나머지 연좌시위를 하던 시민들도 도로에서 일어나 인도로 올라갔다. 교보빌딩과 광화문우체국 사이 8차선 도로는 차량 통행이 완전히 재개됐다. 그동안 과잉연행과 폭력진압에 따른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오늘 경찰은 최대한 시민들을 설득해 해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8일 새벽처럼 인도까지 쫒아가 시민들을 공격하진 않았다. 시민들이 인도로 밀려나는 과정에서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경찰과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도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을 연행했다. 경찰의 진압을 막던 예비군 복장의 시민 2명을 포함해 4명이 연행됐다. 이들은 현재 도봉경찰서 등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부상자도 나왔다. 한 40대 초반 남성이 경찰을 피해 도망가다가 넘어져 실신했다. 그는 곧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후송됐다. 3시10분. 광화문 4거리는 평온을 되찾았다. 경찰이 진압 작전에 나선지 1시간 30여 분만이다. 시민들은 퇴각하는 경찰 부대에 “너희들도 수고했다”며 박수를 쳤다. 일부 경찰들도 야광봉을 흔들며 시민들에게 답례 인사를 했다. 시민 3백여명은 청계광장에 모여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밤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소라 조형물 옆엔 시민들이 꽂아 놓은 대형 태극기가 새벽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7신=30일 1시20분]
‘5천 시민’ 광화문 새벽 음악회…노회찬 “쇠귀에 경읽기된 셈”
자정이 넘어서면서 광화문 일대는 팽팽했던 긴장이 조금 누그러졌다. 경찰은 여전히 일민미술관쪽 인도 등 2곳에 진을 치고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 앞에는 예비군복을 입은 10여명의 남성들이 스크럼을 짜고, 경찰과 대치중이다. 이들 예비역들은 경찰의 진압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려고 나섰다고 말했다.
새벽 1시20분. 시민들은 작은 패거리로 나뉘어 뻥뚫린 8차선 광화문 대로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다. 교보문고 후문 쪽에선 작은 음악회가 벌어졌다. 100여명의 시민들은 남성 2명과 여성 1명으로 이뤄진 3인조 밴드가 연주하는 기타와 젬베, 아코디언 리듬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노는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은 여기저기 진보신당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노회찬 대표, 심상정 대표, 조승수 대외협력국장, 김부선씨 등이 작은 음악회 무대에 올라 3분 동안 시민들과 몸을 흔들었다. 이들이 춤출 때 시민들은 <하늘색 꿈>이란 노래를 불렀다.
노회찬 대표는 “국민의 목소리가 결국 쇠귀에 경읽기가 되었다”며 “정부는 앞으로 톡톡한 댓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진보신당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 투표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새벽 1시. 갑자기 일민미술관 쪽에서 과격한 구호가 터져나왔다. “이명박 퇴진! 조중동 타도!” 시민들은 자신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보수신문을 향해 거침없는 분노를 쏟아냈다. 허재현 기자 이규호 피디
[6신=30일 0시20분]
5천 시위대 다시 교보문고로…경찰은 해산 방송 12시20분 교보문고 앞. 대학로로 향하던 시위대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자는 의견에 따라 종로를 거쳐 다시 교보문고 앞으로 돌아왔다. 청와대 턱밑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던 시민들이 돌아오자 교보문고 앞에 남아 있던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시민 5천여 명은 8차선 도로를 차지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해산을 종용하는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시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편, 시위대로 꽉찬 광화문우체국 앞에선 또 다시 ‘프락치’ 소동이 있었다. 시위대를 찍던 한 사진 기자를 시민들이 채증하는 사복 경찰로 오해한 것이다. 이 기자가 자신의 소속을 밝혔지만, 이번엔 시민들이 “조중동 기자 물러가라”고 야유했다. 시민들이 프락치와 조중동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빚어진 헤프닝이었다.
[5신 = 밤 12시]
5천 시위대 청와대 턱밑에서 경찰에 막혀…대학로로 고시 강행에 성난 시민들은 거침없이 청와대 턱밑까지 진출했다. 10시40분. 교보문고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경찰이 막아서자 혼란에 빠졌다. 일부 시민들은 행진을 계속하자며 뒤로 돌아 종각 4거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민 5천여 명은 종각을 지나 2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인사동 쪽으로 향했다. 시위대는 다시 인사동 3거리를 지나쳐 안국빌딩 앞 3거리까지 나왔다. 시민들의 행진은 여기서 멈췄다. 전경버스가 촘촘하게 바리케이트를 치고 광화문 쪽 길을 막았다. 그러나 청와대 턱밑이다. 지도부 없이 거리 시위대가 꾸려지다보니 또 다시 갈 길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다른 길을 돌아 계속 걸을 것인지, 아니면 한발짝이라도 더 청와대로 갈 것인지. 토론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신 시민들은 구호를 외쳤다. “폭력 경찰 물러나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한 시민은 전경 버스에 시동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유가급등, 시동꺼라”라고 재치 있는 구호를 만들어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그렇게 40여분이 흘렀다. 11시25분. 대열 뒷쪽에 있는 시민들이 종로경찰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맨 앞에서 대열을 이끌고 있는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일단 막히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이 목표”라며 “대학로로 가자”고 말했다. 11시30분. 시위대는 종로경찰서 앞에서 멈춰 “연행자를 석방하라”고 외쳤다. 놀란 종로경찰서 전경 20여 명이 정문을 지키기 위해 황급히 바리케이트를 쳤다. 11시40분. 시위대는 안국역 앞 갈림길에서 또 한번 멈췄다. 계속 직진해 대학로로 갈지, 가회로를 따라 청와대로 갈지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청와대로 가는 가회로는 길이 좁아 위험하다”는 쪽이 더 많아 결국 대학로로 가기로 결정됐다. 시민들은 대학로를 향해 가면서 “협상무효,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각. 광화문 교보생명 앞 상황도 비슷했다. 신촌로타리 쪽을 향해 서 있는 시위대 1천명은 전후좌우가 모두 꽉 막혔다. 일부 시민들이 “집에 갈 길을 열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꼼짝하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으니 빨리 해산하라”고 방송했다. 오늘 집회에는 넥타이 부대가 대거 참가했다. 30~40대로 보이는 회사원들은 서로 “김부장님도 나오셨어요.” “김과장님도 나왔네”라며 인사를 주고 받았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외협력국장도 넥타이 부대 사이에 끼어 있었다. 조 국장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위가 미친소 뿐 아니라 양극화나 빈곤의 문제로 확대돼야 한다”며 “들불처럼 타오르는 촛불을 보고 진보세력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4신 = 밤 10시30분]
‘5만 촛불’ 이탈없이 거리 행진…“6월항쟁 방불”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를 밀어붙이자, ‘뿔난’ 시민들은 거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마친 5만여 명의 시민들은 이탈 없이 종로 4가를 거쳐 동대문 방향으로 갔다. 그러나 동대문 입구에서 다시 뒤 돌아 광화문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밤 10시. 광화문 교보문구 앞까지 진출한 시위대 선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이라고 밝힌 승합차가 이끌고 있다. 승합차에는 확성기가 달려 있고 “고시 철회, 재협상” 등의 구호가 흘러 나온다. 현재 국민대책회의는 시위 참여 인원을 4~5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고, 경찰은 1만명이라고 집계하고 있다. 국민대책회의가 대열을 이끌고 있지만 관계자들 조차도 “어디로 갈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시위대를 막아서지 않고 있다.
같은 시각 시위대의 꼬리는 3차선 도로를 따라 종로 3가를 지나고 있다. 한 시민은 종로 2가 건널목에서 즉석 연설을 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정길동(54·고양시 행당동)씨는 “이명박 정부는 자정 능력을 잃었다”며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아니지만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옳소!”하고 박수를 쳤다.
교통사고를 당해 목발을 짚고 나온 고3 수험생도 시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우(18·인천 진선고)군은 “깁스한 다리를 이끌고 종로에서 학원이 끝나자 마자 나왔다”며 “아무리 시위를 해도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시위하는 시민과 지켜보는 시민을 딱히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시민들은 5만여 명이 한꺼번에 행진을 벌이는 장관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고, 시위대가 “쥐박이를 때려잡자”는 구호를 외치자 함께 웃었다. 시위대는 길거리 시민들을 향해 “민주시민 함께해요”라고 외치면, 지켜보던 시민들이 스스럼없이 도로로 나왔다. 거리를 행진하면서도 촛불을 놓지 않은 시민들은 촛불이 꺼지면 근처 구멍가게에 들어가 급하게 초를 사기도 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대표와 정태인 진보신당 서민지킴이운동본부장도 시민들과 함께 거리행진을 벌였다. 정태인 본부장은 “정부는 고시를 강행하면 국민이 체념할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국민은 87년 6월 항쟁을 방불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6월 항쟁으로 가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지방 일정을 포기하고 급하게 서울로 왔다”며 “정부가 어물쩍 넘어가거나 미봉책으로 넘어가면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의 맨 끝은 예비군복을 입은 55명이 스크럼을 짜고 지키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진압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며 함께 행진하고 있다. 경찰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차량이 끊긴 시위대의 후미는 한산한 느낌마저 든다.
하어영 허재현 기자 haha@hani.co.kr
[3신 = 오후 8시30분]
시민 4만여명 7시20분께 촛불문화제 시작
시청 주변 ‘촛불 시민’ 북적…8시30분 거리행진 저녁 7시20분. 정부가 고시를 강행하던 날, 촛불은 청계광장을 넘어 서울광장에서 불을 밝혔다.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한달간 국민의 바람을 전달했으나 끝내 저버리고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를 강행했다”며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아니라 이 순간부터 독재정권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고 말했다. 4만이 넘는 ‘촛불 시민’은 일제히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22번째 촛불 문화제는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서울광장 촛불문화제도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시작했다. 청계광장 촛불 문화제와 다를 바 없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인권단체 연석회의 활동가 배여진씨는 “우리는 폭력시위를 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결과는 고시강행”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배씨는 “단순히 광우병 쇠고기 수입 재협상만 하라고 할 게 아니라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주장하자”며 “이제는 우리가 직접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미경(서울대 인문대학 4학년)씨는 “언론에선 대학생이 왜 조용하냐고 묻는데, 지금 서울대에선 동맹휴업을 결정하기 위한 총투표를 진행하고 있다”며 “더 많은 대학들이 동맹휴업에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7시45분. 사회자가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중국에 있다고 전하자,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오지마! 오지마!”를 외쳤다. 이에 사회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외국 순방 갔다가 못오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국금융산업연맹 김재일 정책위원장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려면 돈이 필요해 대출을 요구할텐데, 금융기관이 이를 거부하도록 대출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와, 멋있다”고 열광했다. 지방에서온 중학생도 교복을 입은 채 무대에 올라,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강원도 강릉에서온 김가람양은 “인터넷 생중계로 촛불집회를 많이 봤고, 여기 있는 모든 분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 끝에 노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양이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자 서울광장 촛불은 너울 너울 춤을 췄다. 오늘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장관 고시를 강행한 정부를 놓고 “이명박 퇴진” 같은 강경한 주장을 펼쳤다. 최군철(35·구로구 구로동)씨는 “고시강행은 반대하는 90%의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런 식이라면 이명박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연(28·마포구 연희동)씨는 “이제 취임한지 100일인데, 안 좋은 일이 너무 많다”며 “차라리 퇴진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요구하던 시민의 바람을 정부가 끝내 저버리자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8시30분. 촛불집회가 평소보다 늦게 시작해 더 빨리 끝났다. 고시 강행이 시민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시민들은 집회가 끝나기 무섭게 거리로 뛰쳐나갔다. 대열 선두는 롯데백화점 앞까지 거침없이 밀고 나갔다. 그러나 4만여 명이 넘는 시위 참여 인파로 아직 대열의 꼬리는 서울광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찰은 시민들의 거리행진을 제지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시위대와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2신 = 오후 7시]
시청 앞 전경 버스로 봉쇄…촛불집회는 순조롭게 열릴 듯 촛불집회를 앞두고 있는 서울광장 주변을 전경 버스가 에워쌌다.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의 가두 시위를 막으려고 바리케이트를 치는 것이다. 유모차를 앞세운 시민 200여명은 잔디광장에서 시작해 청계광장까지 인도를 따라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예비군복을 입은 3명의 남성과 유모차를 밀고 있는 여성 3명이 대열의 맨 앞에 있다. 아기를 업은 남자, 채증에 대비해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여경들은 행진 대열이 도로로 나오지 못하도록 양옆에서 함께 걷고 있다. 이들은 1시간 만에 벌써 2바퀴를 돌았다. 시민들은 “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떼 지어 있으면 경찰이 잡아갈 것 같아서 계속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진 대열이 지나가는 도로에는 전경들이 앉아 있었다. 전경들도 5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두시위를 진압하느라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어청수 경찰청장 아들은 군대도 안갔다는데… 젊은 사람들이 괜한 고생을 한다. 쯧쯧.” 시민들이 혀를 차며 전경들을 위로했다. 6시50분. 집회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11.5톤 촛불집회 차량이 프리지던트 호텔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1차선 도로를 점거한 무대 차량을 문제 삼아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최 쪽은 “경찰도 1차로를 점거하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경찰이 결국 무대차량 설치를 허용했지만, 이번엔 시청 건물 앞에 설치된 대형 무대가 문제가 되었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이라는 문화공연이 8시~9시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 공연 연출자인 이명훈 연출피디는 “(촛불 집회로) 돌발 상황이 생긴다면 공연을 중단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7시. 서울광장 촛불집회가 순조롭게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민들이 속속 광장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1신 = 오후 5시]
시민들 뒤따라…일민미술관앞 경찰과 대치
보수단체 회원조차 “이 대통령 정말 잘못해” “국민 80%가 반대하는 고시를 강행하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인가?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냐?” 오후 4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고시하던 그 시간, 시민 설종태(51·서울시 중계동)씨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설씨는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냐”며 혀를 찼다. 설씨는 “나는 보수단체인 ‘자유시민연대’ 소속 회원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행동은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30여명이 핸드폰 텔레비전으로 고시강행 생방송을 보며 시청광장 앞에 모여 있다. 다음 <아고라> 등에서 시청앞으로 모이자는 호소문을 보거나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다. 머리가 희긋희긋한 정안성(82·부천시 고강동)씨는 “오후 2시부터 나와 장관 고시를 초조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오후 4시20분. 전경 버스가 시청 앞에 도착하더니 광장 주변을 빙둘러 바리케이드를 쳤다. 일사불란하다. 시민들은 웅성거리며 경찰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오후 4시30분. 시청광장 한 쪽으로 갓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앞세우고, ‘엄마들의 대열’이 행진을 시작했다. 엄마들은 오후 2시부터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시청광장 주변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황규남(54·오산시 궐동)씨는 손녀를 유모차에 태워 나왔다. 황씨는 “결국 고시를 강행하다니 착찹하다”며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이젠 이명박 퇴진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손지연(30)씨는 “아이를 데리고 나왔으니 설마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 것 같다”며 “경찰들은 갈길을 막지 말라”고 호소했다. 유모차 대열 뒤엔 시민 1백여 명이 조용히 뒤따르고 있다. 경찰은 유모차 대열이 덕수궁 방면에서 시청광장으로 길을 잡을 때 막기도 했다. 시민들은 “막을 것이 따로 있지 유모차를 막느냐”고 거세게 항의했고 경찰은 할 수 없이 길을 열었다. 그러나 유모차 부대가 일민미술관 앞을 지날 때 경찰이 다시 길을 막아섰고,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뙤약볕이 강하게 내리 쬐는 시청광장. 일부 시청 직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정문 앞에서 시민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전투 경찰들도 속속 시청광장으로 집결하고 있다. 시청 앞은 서서히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몰카 채증’ 사복경찰, 시위대에 딱 걸렸네 [%%TAGSTORY2%%] 한편, 이날도 사복 경찰의 시위대 채증을 놓고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4시40분께 언론재단과 파이낸셜빌딩 앞에서 사복 경찰 2명이 시민들을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를 지켜본 시민 100여명의 이들을 에워쌌고, “이게 뭐냐? 메모리 카드를 내놔라”고 따졌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 관계자는 “인도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도로로 나가면 불법이기 때문에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재현 김성환 기자 cataluni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정부, 끝내 ‘미국산 쇠고기’ 고시 강행
▶ ‘제2 명동성당’ 아고라서 돌 대신 ‘댓글’ 던져
▶ 촛불,서울 시청앞 가득메워 행진대열 2km 늘어서
▶ 검·경 “6월항쟁으로 번질라” 안절부절
▶ 누리꾼들 “정부가 국민 상대 선전포고 한 것”
▶ 끝내 민심 외면…“고시 철회” 촛불 거세질 듯
▶ 정부 ‘쇠고기 고시’ 강행…각계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
스크럼 짠 시민들 “불의의 시대에 잡혀가는 것이 영광” [%%TAGSTORY5%%] 1시30분. 평화롭던 광화문 분위기가 돌변했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며 도로에 앉아 있었다. 광화문 4거리 방향 버스 바리케이드가 열리며 경찰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을 외쳤다. 현장은 시민들의 구호소리와 경찰들의 구호소리가 뒤엉켜 긴장이 높아졌다. 새벽 2시. 골목 곳곳에서 경찰들이 쏟아져 나와 시위대의 허리를 잘랐다. 시위대는 둘로 갈렸다. 도로 시위를 벌이던 2천여 명의 시민들은 혼비백산하며 인도로 도망갔다. 하지만 대열 앞 쪽에 있던 시민 2백여명은 자리에 앉아 팔과 팔을 이어 스크럼을 짠 상태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 중엔 한 부부도 끼어 있었다. 29일 처음으로 집회에 나온 남기보(46·서울 강서구 화곡4동)씨 부부다. 남씨는 “두 아이가 집에 있지만 나라 걱정이 돼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씨는 “차라리 이 불의의 시대에 잡혀 가면 영광”이라며 부인의 팔을 더 꽉 잡았다. 경찰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금방이라도 연행할 분위기다. [22번째 촛불문화제] “고시 강행 규탄…이명박 오지마!”
[%%TAGSTORY3%%] 유모차 부대 “시위대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TAGSTORY4%%]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시민 10여명도 도로에 앉아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노 대표는 “내가 연행돼 다른 사람이 안전하다면, 내가 연행되겠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공권력으로 전국민적인 분노를 막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2시 40분. 연좌시위를 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는 시민 2백여명은 <아침이슬>을 부르며 긴장된 순간을 버티고 있다. 최성근 제1기동대 경정이 시위대를 찾아 확성기로 자진해산을 권유했다. 최 경정은 “연행할 생각은 없다”며 “오래 했으니 차길은 열어야 하지 않겠나. 안전하게 인도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우리가 원하는 건 고시철회다”고 주장했다. 한 40대 남성은 “우리가 여길 못지키면 미친소가 들어온다”고 맞섰다. 시민들이 철수하지 않자 최 경정은 “책임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시민들은 “책임자는 없다. 자발적으로 모여 있다”고 대답했다. 2시 50분. 2백여명의 시민들은 의견이 둘로 갈렸다. “다른 시민들이 모두 인도로 빠졌으니 더 이상 교통 방해 하지 말자”는 쪽과 “청계광장에서만 시위하러 나온 게 아니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결국, 30여명은 끝까지 남아 연좌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이 연좌시위를 하고 있는 곳에 합류했다. 3시. 노회찬 후보가 경찰의 설득에 동의하며 연좌시위를 풀었다. 나머지 연좌시위를 하던 시민들도 도로에서 일어나 인도로 올라갔다. 교보빌딩과 광화문우체국 사이 8차선 도로는 차량 통행이 완전히 재개됐다. 그동안 과잉연행과 폭력진압에 따른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오늘 경찰은 최대한 시민들을 설득해 해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8일 새벽처럼 인도까지 쫒아가 시민들을 공격하진 않았다. 시민들이 인도로 밀려나는 과정에서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경찰과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도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을 연행했다. 경찰의 진압을 막던 예비군 복장의 시민 2명을 포함해 4명이 연행됐다. 이들은 현재 도봉경찰서 등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부상자도 나왔다. 한 40대 초반 남성이 경찰을 피해 도망가다가 넘어져 실신했다. 그는 곧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후송됐다. 3시10분. 광화문 4거리는 평온을 되찾았다. 경찰이 진압 작전에 나선지 1시간 30여 분만이다. 시민들은 퇴각하는 경찰 부대에 “너희들도 수고했다”며 박수를 쳤다. 일부 경찰들도 야광봉을 흔들며 시민들에게 답례 인사를 했다. 시민 3백여명은 청계광장에 모여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밤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소라 조형물 옆엔 시민들이 꽂아 놓은 대형 태극기가 새벽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7신=30일 1시20분]
‘5천 시민’ 광화문 새벽 음악회…노회찬 “쇠귀에 경읽기된 셈”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를 발표한 29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시강행! 국민심판! 촛불대행진’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에 나서자 예비군들도 동참, ‘협상무효 고시철회’ ‘이명박 OUT’ 등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5천 시위대 다시 교보문고로…경찰은 해산 방송 12시20분 교보문고 앞. 대학로로 향하던 시위대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자는 의견에 따라 종로를 거쳐 다시 교보문고 앞으로 돌아왔다. 청와대 턱밑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던 시민들이 돌아오자 교보문고 앞에 남아 있던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시민 5천여 명은 8차선 도로를 차지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해산을 종용하는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시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편, 시위대로 꽉찬 광화문우체국 앞에선 또 다시 ‘프락치’ 소동이 있었다. 시위대를 찍던 한 사진 기자를 시민들이 채증하는 사복 경찰로 오해한 것이다. 이 기자가 자신의 소속을 밝혔지만, 이번엔 시민들이 “조중동 기자 물러가라”고 야유했다. 시민들이 프락치와 조중동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빚어진 헤프닝이었다.
| |
5천 시위대 청와대 턱밑에서 경찰에 막혀…대학로로 고시 강행에 성난 시민들은 거침없이 청와대 턱밑까지 진출했다. 10시40분. 교보문고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경찰이 막아서자 혼란에 빠졌다. 일부 시민들은 행진을 계속하자며 뒤로 돌아 종각 4거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민 5천여 명은 종각을 지나 2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인사동 쪽으로 향했다. 시위대는 다시 인사동 3거리를 지나쳐 안국빌딩 앞 3거리까지 나왔다. 시민들의 행진은 여기서 멈췄다. 전경버스가 촘촘하게 바리케이트를 치고 광화문 쪽 길을 막았다. 그러나 청와대 턱밑이다. 지도부 없이 거리 시위대가 꾸려지다보니 또 다시 갈 길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다른 길을 돌아 계속 걸을 것인지, 아니면 한발짝이라도 더 청와대로 갈 것인지. 토론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신 시민들은 구호를 외쳤다. “폭력 경찰 물러나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한 시민은 전경 버스에 시동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유가급등, 시동꺼라”라고 재치 있는 구호를 만들어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그렇게 40여분이 흘렀다. 11시25분. 대열 뒷쪽에 있는 시민들이 종로경찰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맨 앞에서 대열을 이끌고 있는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일단 막히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이 목표”라며 “대학로로 가자”고 말했다. 11시30분. 시위대는 종로경찰서 앞에서 멈춰 “연행자를 석방하라”고 외쳤다. 놀란 종로경찰서 전경 20여 명이 정문을 지키기 위해 황급히 바리케이트를 쳤다. 11시40분. 시위대는 안국역 앞 갈림길에서 또 한번 멈췄다. 계속 직진해 대학로로 갈지, 가회로를 따라 청와대로 갈지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청와대로 가는 가회로는 길이 좁아 위험하다”는 쪽이 더 많아 결국 대학로로 가기로 결정됐다. 시민들은 대학로를 향해 가면서 “협상무효,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각. 광화문 교보생명 앞 상황도 비슷했다. 신촌로타리 쪽을 향해 서 있는 시위대 1천명은 전후좌우가 모두 꽉 막혔다. 일부 시민들이 “집에 갈 길을 열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꼼짝하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으니 빨리 해산하라”고 방송했다. 오늘 집회에는 넥타이 부대가 대거 참가했다. 30~40대로 보이는 회사원들은 서로 “김부장님도 나오셨어요.” “김과장님도 나왔네”라며 인사를 주고 받았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외협력국장도 넥타이 부대 사이에 끼어 있었다. 조 국장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위가 미친소 뿐 아니라 양극화나 빈곤의 문제로 확대돼야 한다”며 “들불처럼 타오르는 촛불을 보고 진보세력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 |
‘5만 촛불’ 이탈없이 거리 행진…“6월항쟁 방불”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를 밀어붙이자, ‘뿔난’ 시민들은 거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마친 5만여 명의 시민들은 이탈 없이 종로 4가를 거쳐 동대문 방향으로 갔다. 그러나 동대문 입구에서 다시 뒤 돌아 광화문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밤 10시. 광화문 교보문구 앞까지 진출한 시위대 선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이라고 밝힌 승합차가 이끌고 있다. 승합차에는 확성기가 달려 있고 “고시 철회, 재협상” 등의 구호가 흘러 나온다. 현재 국민대책회의는 시위 참여 인원을 4~5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고, 경찰은 1만명이라고 집계하고 있다. 국민대책회의가 대열을 이끌고 있지만 관계자들 조차도 “어디로 갈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시위대를 막아서지 않고 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를 발표한 29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시강행! 국민심판! 촛불대행진’에 모인 시민들이 ‘협상무효 고시철회’ ‘이명박 OUT’ 등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를 발표한 29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시강행! 국민심판! 촛불대행진’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에 나서자 예비군들도 동참, ‘협상무효 고시철회’ ‘이명박 OUT’ 등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
시민 4만여명 7시20분께 촛불문화제 시작
시청 주변 ‘촛불 시민’ 북적…8시30분 거리행진 저녁 7시20분. 정부가 고시를 강행하던 날, 촛불은 청계광장을 넘어 서울광장에서 불을 밝혔다.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한달간 국민의 바람을 전달했으나 끝내 저버리고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를 강행했다”며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아니라 이 순간부터 독재정권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고 말했다. 4만이 넘는 ‘촛불 시민’은 일제히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22번째 촛불 문화제는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민주노총이 2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강동냉장(주)제2창고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고시강행 이명박정부 규탄 대정부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시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용인/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서울광장 촛불문화제도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시작했다. 청계광장 촛불 문화제와 다를 바 없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인권단체 연석회의 활동가 배여진씨는 “우리는 폭력시위를 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결과는 고시강행”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배씨는 “단순히 광우병 쇠고기 수입 재협상만 하라고 할 게 아니라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주장하자”며 “이제는 우리가 직접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미경(서울대 인문대학 4학년)씨는 “언론에선 대학생이 왜 조용하냐고 묻는데, 지금 서울대에선 동맹휴업을 결정하기 위한 총투표를 진행하고 있다”며 “더 많은 대학들이 동맹휴업에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7시45분. 사회자가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중국에 있다고 전하자,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오지마! 오지마!”를 외쳤다. 이에 사회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외국 순방 갔다가 못오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국금융산업연맹 김재일 정책위원장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려면 돈이 필요해 대출을 요구할텐데, 금융기관이 이를 거부하도록 대출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와, 멋있다”고 열광했다. 지방에서온 중학생도 교복을 입은 채 무대에 올라,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강원도 강릉에서온 김가람양은 “인터넷 생중계로 촛불집회를 많이 봤고, 여기 있는 모든 분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 끝에 노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양이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자 서울광장 촛불은 너울 너울 춤을 췄다. 오늘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장관 고시를 강행한 정부를 놓고 “이명박 퇴진” 같은 강경한 주장을 펼쳤다. 최군철(35·구로구 구로동)씨는 “고시강행은 반대하는 90%의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런 식이라면 이명박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연(28·마포구 연희동)씨는 “이제 취임한지 100일인데, 안 좋은 일이 너무 많다”며 “차라리 퇴진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요구하던 시민의 바람을 정부가 끝내 저버리자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8시30분. 촛불집회가 평소보다 늦게 시작해 더 빨리 끝났다. 고시 강행이 시민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시민들은 집회가 끝나기 무섭게 거리로 뛰쳐나갔다. 대열 선두는 롯데백화점 앞까지 거침없이 밀고 나갔다. 그러나 4만여 명이 넘는 시위 참여 인파로 아직 대열의 꼬리는 서울광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찰은 시민들의 거리행진을 제지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시위대와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 |
시청 앞 전경 버스로 봉쇄…촛불집회는 순조롭게 열릴 듯 촛불집회를 앞두고 있는 서울광장 주변을 전경 버스가 에워쌌다.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의 가두 시위를 막으려고 바리케이트를 치는 것이다. 유모차를 앞세운 시민 200여명은 잔디광장에서 시작해 청계광장까지 인도를 따라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예비군복을 입은 3명의 남성과 유모차를 밀고 있는 여성 3명이 대열의 맨 앞에 있다. 아기를 업은 남자, 채증에 대비해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여경들은 행진 대열이 도로로 나오지 못하도록 양옆에서 함께 걷고 있다. 이들은 1시간 만에 벌써 2바퀴를 돌았다. 시민들은 “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떼 지어 있으면 경찰이 잡아갈 것 같아서 계속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발표한 2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 앞에서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요구하며 인도를 따라 행진하던 시민들을 경찰이 막아서자 놀란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행진 대열이 지나가는 도로에는 전경들이 앉아 있었다. 전경들도 5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두시위를 진압하느라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어청수 경찰청장 아들은 군대도 안갔다는데… 젊은 사람들이 괜한 고생을 한다. 쯧쯧.” 시민들이 혀를 차며 전경들을 위로했다. 6시50분. 집회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11.5톤 촛불집회 차량이 프리지던트 호텔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1차선 도로를 점거한 무대 차량을 문제 삼아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최 쪽은 “경찰도 1차로를 점거하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경찰이 결국 무대차량 설치를 허용했지만, 이번엔 시청 건물 앞에 설치된 대형 무대가 문제가 되었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이라는 문화공연이 8시~9시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 공연 연출자인 이명훈 연출피디는 “(촛불 집회로) 돌발 상황이 생긴다면 공연을 중단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7시. 서울광장 촛불집회가 순조롭게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민들이 속속 광장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 |
| |
시민들 뒤따라…일민미술관앞 경찰과 대치
보수단체 회원조차 “이 대통령 정말 잘못해” “국민 80%가 반대하는 고시를 강행하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인가?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냐?” 오후 4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고시하던 그 시간, 시민 설종태(51·서울시 중계동)씨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설씨는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냐”며 혀를 찼다. 설씨는 “나는 보수단체인 ‘자유시민연대’ 소속 회원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행동은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30여명이 핸드폰 텔레비전으로 고시강행 생방송을 보며 시청광장 앞에 모여 있다. 다음 <아고라> 등에서 시청앞으로 모이자는 호소문을 보거나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다. 머리가 희긋희긋한 정안성(82·부천시 고강동)씨는 “오후 2시부터 나와 장관 고시를 초조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오후 4시20분. 전경 버스가 시청 앞에 도착하더니 광장 주변을 빙둘러 바리케이드를 쳤다. 일사불란하다. 시민들은 웅성거리며 경찰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오후 4시30분. 시청광장 한 쪽으로 갓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앞세우고, ‘엄마들의 대열’이 행진을 시작했다. 엄마들은 오후 2시부터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시청광장 주변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황규남(54·오산시 궐동)씨는 손녀를 유모차에 태워 나왔다. 황씨는 “결국 고시를 강행하다니 착찹하다”며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이젠 이명박 퇴진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손지연(30)씨는 “아이를 데리고 나왔으니 설마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 것 같다”며 “경찰들은 갈길을 막지 말라”고 호소했다. 유모차 대열 뒤엔 시민 1백여 명이 조용히 뒤따르고 있다. 경찰은 유모차 대열이 덕수궁 방면에서 시청광장으로 길을 잡을 때 막기도 했다. 시민들은 “막을 것이 따로 있지 유모차를 막느냐”고 거세게 항의했고 경찰은 할 수 없이 길을 열었다. 그러나 유모차 부대가 일민미술관 앞을 지날 때 경찰이 다시 길을 막아섰고,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뙤약볕이 강하게 내리 쬐는 시청광장. 일부 시청 직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정문 앞에서 시민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전투 경찰들도 속속 시청광장으로 집결하고 있다. 시청 앞은 서서히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몰카 채증’ 사복경찰, 시위대에 딱 걸렸네 [%%TAGSTORY2%%] 한편, 이날도 사복 경찰의 시위대 채증을 놓고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4시40분께 언론재단과 파이낸셜빌딩 앞에서 사복 경찰 2명이 시민들을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를 지켜본 시민 100여명의 이들을 에워쌌고, “이게 뭐냐? 메모리 카드를 내놔라”고 따졌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 관계자는 “인도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도로로 나가면 불법이기 때문에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재현 김성환 기자 catalunia@hani.co.kr
| |
▶ 정부, 끝내 ‘미국산 쇠고기’ 고시 강행
▶ ‘제2 명동성당’ 아고라서 돌 대신 ‘댓글’ 던져
▶ 촛불,서울 시청앞 가득메워 행진대열 2km 늘어서
▶ 검·경 “6월항쟁으로 번질라” 안절부절
▶ 누리꾼들 “정부가 국민 상대 선전포고 한 것”
▶ 끝내 민심 외면…“고시 철회” 촛불 거세질 듯
▶ 정부 ‘쇠고기 고시’ 강행…각계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