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과 ‘블로거’들이 지난달 31일 밤 청와대 인근 서울 삼청동 들머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을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로 촬영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웹 2.0세대’의 시위 형태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의 ‘촛불시위’ 영상 이용자 추이
“수많은 정보채널 있어 ‘선동’ 전혀 통하지 않아” 새로운 정보화 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촛불시위대’가 집회·시위 문화에 일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웹2.0’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웹 2.0이란 공급자 중심이던 초창기 인터넷 이용과 달리, 서비스 업체가 플랫폼을 이용자에게 개방하며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이용자 스스로 참여와 소통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콘텐츠까지 만들어내는 ‘참여지향형 인터넷 이용 형태’를 말한다. ■ 무선인터넷 활용한 현장 생중계= 과거에 특정 게시판과 사이트를 중심으로 정보교환과 연락이 이뤄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무선인터넷 기술과 동영상 중계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런 변화는 대규모 장외집회가 열릴 때마다 이를 중계해온 <오마이뉴스>의 중계방식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오마이뉴스는 그동안 텍스트와 사진을 중심으로 편집한 기사를 ‘현장 O신’ 형태로 시차를 두고 올려왔지만, 이번에는 동영상 현장중계가 중심이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방송팀장은 “현장에서 와이브로를 이용해서 중계센터로 송출해서 화면을 변환하고 자막을 입혀서 내보냈다”며 “전에는 생중계를 하려면 차 한 대 분량의 장비가 출동해야 했으나, 무선인터넷 덕분에 노트북과 캠코더면 충분해 기동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1일 하루 인터넷 중계를 본 사람만 122만2천명으로, 사상 최고치였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개인이 채널을 열고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프리카(www.afreeca.com)는 플랫폼 개방을 통해 이용자들의 적극 참여를 끌어낸 곳이다. 아프리카를 서비스하는 나우콤의 집계로, 촛불집회가 본격화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생중계된 인터넷 개인방송의 누적 시청자 수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갈수록 생중계 채널과 시청자가 늘어 1일에는 2501개 채널을 통해 시청자가 127만명을 넘어섰다. 2500개가 넘는 중계 채널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채널당 200명인 접속자가 꽉 차면 자동으로 영상을 전달받아 방송하는 또다른 채널이 열리기 때문이다. 나우콤 박은희 팀장은 “노트북·캠코더·무선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생중계가 가능하다”며 “현장에서 노트북에 물린 캠코더로 찍은 영상이 편집 없이 실시간 중계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중계방송을 보다 집회현장으로 달려나갔다는 사람들도 많다”며 “서비스를 한 지 3년간 이번처럼 많은 이용자가 몰리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 청소년들의 앞선 정보화 마인드= 이번 집회에서 중심으로 나선 10대들의 앞선 정보화 마인드도 변화를 설명하는 요소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청소년 세대는 휴대전화·캠코더 등 정보화 기기를 사용하는 능력이 20·30대에 비해 탁월하다. 이들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읽는 용도로 사용되던 인터넷 기술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박수호 사무국장은 “인터넷이 정보를 확산시키는 역할은 잘 하지만 구체적 행동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게시판은 익명성이지만 휴대전화를 통해 친구에게 집회 참가를 제안할 경우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인터넷을 통한 인지 확산과 휴대전화를 통한 네트워킹으로 실제 참여를 이끌어낸 데에는 정보화 마인드가 뛰어난 청소년들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들의 가담을 선동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은 성급하다. 윤영민 한양대 교수(정보사회학)는 “선동이란 잠시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로 대중을 속이려는 것인데 웹2.0 시대의 인터넷에서는 선동이 통하지 않는다”며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채널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 잠시 동안 일부를 속일 수는 있어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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