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대책을 설명하려고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자율규제 실효성 없다”
일부업체 결의가 다른 업자에 구속력 없어
유통과정 쇠고기 30개월 넘는지 확인 불가
미 수출업자 인기없는 부위 ‘끼워팔기’ 예사
일부업체 결의가 다른 업자에 구속력 없어
유통과정 쇠고기 30개월 넘는지 확인 불가
미 수출업자 인기없는 부위 ‘끼워팔기’ 예사
정부가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기 위해 양국 수출입 업체들끼리 ‘자율 결의’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는 미국과 재협상 대신, 민간 업체의 ‘선의’에 기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것이어서 실효성 논란과 함께 국민적 반발이 우려된다.
정부 관계자는 5일“ 민간 차원에서 일단 미국 쪽에서 연령 표시를 한다고 발표했고, 우리 업계에서도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 안하기로 결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며 “ 그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되는 ‘수출 자율규제 협정’은 정부가 맺을 의사도 없고 계획도 없음을 분명히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상당수 육류 수입업자들은 민간 업체 자율 결의가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육류 수입업자들의 모임인 한국수입육협의회(가칭)는 수도권의 70여 수입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수입육업체들이 자율 결의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기 위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육류 수입업체의 문아무개 대표는“자율 결의 서명에 참여하려는 업체들은 대부분 지난해 검역이 중단돼 부산항과 경기도 창고에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보관 중인 업체들이어서 하루빨리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기를 바랄 것”이라며, 자율결의는 단지 일부 업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입육협의회가 공문을 보낸 업체가 70곳이라는데 이는 국내 영업 중인 육류수입업체 800~900곳의 1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이들 업체의 자율 결의가 다른 수입업자에게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입업체 홍아무개 대표도 “정부 차원에서 30개월 이상 수입 금지가 되지 않는 한 수출단계에서 월령 표시를 하더라도 쇠고기가 수입된 뒤 유통과정에서 30개월 이상 고기인지, 미만 고기인지 사업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이어 “미국 수출업자들이 지금도 한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부위까지 끼워팔기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계속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수입업체의 자율 결의는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수입육협의회 관계자들이 30개월 이상 수입업자 단속을 명분으로 육류수입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한 수입업자는 “무역자유화 시대에 수입업을 허가제로 바꾼다는 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 수입업자를 단속한다는데 어떤 법적 근거로 누가 단속을 한다는 말이냐”며 반발했다.
윤영미 김수헌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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