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에 참가경위·신원 꼬치꼬치 캐물어
경찰이 촛불집회에 참가해 정부 정책을 비판한 교사의 학교를 찾아가 신원 파악에 나선 사실이 드러나 사찰 의혹을 받고 있다.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경기 수원서부경찰서 김아무개 경위 등 정보과 형사 두명은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 ㅌ초등학교 장아무개(36)씨가 근무하는 학교를 방문해 교장에게 “장씨 성에 안경을 끼고 몸이 약간 뚱뚱한 교사가 있느냐”고 낱낱이 캐물었다. 이날 경찰은 지난달 21일 수원역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장씨의 신원 확인 및 발언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당시 촛불집회에서 자유발언자로 나서 “‘4·15 공교육 포기 조처’는 잘못됐으며, 어린이신문 강제구독, 0교시와 우열반 부활 등의 정책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장씨는 “개인 사찰이 있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상당히 불쾌했다”며 “퇴근한 교사가 시민들 앞에서 교육 문제를 얘기한 것을 뒷조사한다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대운하를 반대하는 교수들과 촛불집회 신고를 낸 고등학생을 조사한 경찰이 이번에는 교사를 비밀 사찰하려 드니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낀다”며 “수원서부경찰서는 담당자를 파면하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경찰청은 “조사를 나간 김 경위 등의 학교 방문은 정상적인 업무수행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비밀 조사로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경위도 “아동지킴이 활동에 대한 여론을 파악하려고 교장과 면담했으며, 그 과정에서 장씨의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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