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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80년대식 `폭력 매도’ 말라…비폭력 고수”

등록 2008-06-09 20:53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9일 새벽 광화문 네거리에서 도로를 막아선 경찰버스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음’을 빗댄 문구를 적은 손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9일 새벽 광화문 네거리에서 도로를 막아선 경찰버스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음’을 빗댄 문구를 적은 손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부·보수언론 `쇠파이프’ 부풀리기
시민들 “빌미 주지말자” 평화집회 촉구
‘비폭력’ 촛불 문화제에 수세적이었던 치안 당국이 ‘쇠파이프 폭력 사태’를 계기로 국면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이에 시민들과 누리꾼 사이에는 “비폭력을 고수하자”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가 이 기회에 순수한 시민들마저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일 새벽 일부 시위대와 전경 대치 상황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른 시위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9일 밝혔다. 이들은 8일 오전 1시께 지하철 광화문역 공사장에서 쇠파이프를 가지고 와 전경을 향해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송범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은 “8일 새벽 시위는 1980년대 시위를 연상케 하는 격렬한 시위였다”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국가 중요시설이 위협받을 경우, 물대포를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경찰의 방침은 지난 8일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담화 발표에서 예고됐다. 쇠파이프가 등장한 지 10여시간 만에 발표된 담화문에는 ‘폭력 시위 엄단’ 방침이 담겨 있다. 보수언론들도 ‘다시 등장한 쇠파이프’를 집중 부각해 장단을 맞췄다.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촛불집회를 불법이라고 규정짓던 5월 초, 거리 시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던 5월 말에 이어, 쇠파이프가 일부 등장하자 70·80년대 시위방식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대다수는 평화적으로 벌인 집회를 경찰과 정부가 침소봉대해 폭력집회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비폭력으로 돌아가자”는 자정 활동에도 나섰다. 8일 밤 광화문역 네거리 앞 경찰 저지선에서 일부 시위대가 전경버스를 손으로 치거나 경찰에 소리를 지르자, 다수의 시위대는 “비폭력”을 외치며 자제를 촉구했다. 일부 여성 참가자들은 “이런 상황으로 가면 경찰에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라며 전경버스와 시위대 사이를 가로막았다.

누리꾼들도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누리꾼 ‘광개토대왕’은 “비폭력이 겁쟁이의 수단일 때도 있지만, 지금은 가장 용감한 수단”이라며 “전경의 욕설과 폭력에 대항할 것은 주먹이 아니라 문화제와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장모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그들은 ‘뭐 한방 안터지나’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며 “예전에 정원식 국무총리가 밀가루 뒤집어 쓰면서 졸지에 학생들을 패륜으로 몰아서 여론이 반전된 것, 유서 대필 사건으로 국면을 전환시킨 것 등의 흐뭇한 기억이 아직도 그들의 뇌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촛불 집회는 비폭력을 지향합니다’는 제목의 청원 글도 올라왔다. 아이디 ‘박종무’는 “8일 이후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한 촛불집회를 반대한다”며 “경찰이 폭력적으로 나온다고 우리가 폭력적으로 나가는 것은 우리의 대단하신 대통령님이 원하는 불법시위가 되고 만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9일 현재 누리꾼 4천여명이 서명했다.

노현웅 최현준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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