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시위 연행자 영장신청…3명 모두 평범한 서민·노숙자
‘비폭력’ 촛불 문화제에 수세적이던 검찰과 경찰이 이른바 ‘쇠파이프 폭력’을
계기로 국면 전환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시위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른 이아무개(44)씨와 전경버스 위에 올라간 윤아무개(51)·전아무개(51)씨 등에 대해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경찰 두 명에게 각각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 등을, 윤씨와 전씨는 전경버스 위에 설치된 차단막을 훼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은 건설일용직, 저소득 자영업자, 노숙자로 밝혀졌다.
검·경은 이미 지난달 27일 공안대책협의회를 긴급소집해 “쇠파이프 휴대, 돌멩이 투척, 경찰차량 방화·손괴 등 극렬 행위자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한다”는 강경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경은 이후 촛불집회의 규모가 커지는 등 국민적 저항이 만만치 않자 집회 참가자 연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일 쇠파이프가 등장하자, 호재라도 만난듯 다시 ‘칼’을 빼들었다. 이날 저녁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폭력 시위 엄단’이라는 긴급 담화문을 발표한 것도 ‘국면 전환’의 예고편이었다. 보수언론들도 일제히 ‘다시 등장한 쇠파이프’를 집중 부각하며 장단을 맞췄다. 강경진압에 대한 비난에 시달리던 경찰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국가 중요시설이 위협받을 경우, 물대포를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이날 영장이 청구된 세 명의 행동은 과거의 ‘폭력시위’ 양태에 견주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어, 10일 오후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촛불집회를 불법이라고 규정짓던 5월 초, 거리시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던 5월 말에 이어, 쇠파이프가 등장하자 1970·80년대 시위방식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대다수는 평화적으로 벌인 집회를 경찰과 정부가 침소봉대해 폭력집회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 ‘장모씨’는 “예전에 정원식 국무총리가 밀가루 뒤집어 쓰면서 졸지에 학생들을 패륜으로 몰아서 여론이 반전된 것 등 ‘흐뭇한 기억’이 아직도 그들의 뇌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풍’에 대비해 “비폭력으로 돌아가자”는 자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8일 밤 광화문역 네거리 앞 경찰 저지선에서 일부 시위대가 전경버스를 손으로 치거나 경찰에 소리를 지르자, 일부 여성 참가자들은 “이런 상황으로 가면 경찰에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라며 전경버스와 시위대 사이를 가로막았다.
김지은 노현웅 최현준 기자 goloke@hani.co.kr
김지은 노현웅 최현준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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