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항쟁 기념일 겹쳐 대거 참여
선후배·동료들과 ‘번개’도 많아
선후배·동료들과 ‘번개’도 많아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
지난 10일 밤 촛불 인파가 가득 메운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선 수십명씩 어우러진 ‘넥타이 부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반쯤 풀어헤친 이들은 서로 어깨를 겯고 시도때도 없이 <아침이슬>을 불렀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쪽은 “주말이 아닌 평일 저녁에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데다, 이들이 주도했던 ‘6·10 항쟁’ 기념일과 날짜가 겹치면서 퇴근길 직장인들이 대거 몰려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회장에서 만난 직장인들 가운데는 이날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나왔다는 이들이 많았다. 문상득(31)씨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쁜 업무 때문에 미뤄오다 옛날 생각도 나고 100만 촛불을 밝힌다기에 머릿수라도 보태려 나왔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아무개(43)씨는 “기성세대보다 먼저 촛불을 든 10대들을 보며 사실 부끄러웠다”고 멋쩍어 했다.
옛 선후배·동료들과 ‘번개’를 하러 나온 이들도 상당수였다. 이아무개(45)씨는 “얼마 전 고교 동문회에서 ‘10일 저녁에 역사의 현장으로 모이자’는 문자를 받았다”며 “촛불도 들고 사람도 만나고 일석이조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한바탕 축제가 된 촛불집회를 어떻게 느꼈을까? 대기업에 다니는 이진혁(34)씨는 “예전 같으면 시위대와 구경하는 시민들 사이에 경계가 뚜렸했는데, 촛불집회엔 서로 섞여 전혀 이질감을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임남수(36)씨는 “자발적 참여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더는 가녀린 촛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넥타이 부대는 밤 늦게까지 세종로 네거리를 떠나지 않았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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