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서울대 우희종 교수에 대해 광우병 연구관련 실험노트와 연구비 관련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손 의원은 지난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정활동 관련 자료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광우병 전문가인 서울대 우희종 교수가 식약청 발주로 실시한 각종 연구의 실험노트와 연구비 사용 증빙서류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자료요구 목록은 ▲ '광우병 생체조기 진단기법 개발' 관련 연구계획서와 평가결과서 사본 일체 ▲ 연구비 사용증빙 서류 일체 ▲ 연구과정을 기록한 실험노트 일체 ▲ 연구보고서에 대한 독성병리과의 의견 ▲ 최종 결과보고서에 대한 평가와 평가단의 명단 등이다.
우 교수는 "정치권에서 연구자의 연구노트까지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황당한 요구일 뿐만 아니라 전근대적인 행태"라고 비난하고 "연구자인 내게 직접 요구한 것도 아니고 식약청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료를 내놓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우 교수는 식약청으로부터 한나라당의 요구공문을 팩스로 전달 받은 뒤 곧바로 손 의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간접적으로 연구노트 등 자료를 요구하는데 응할 수 없으며 직접 요구하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 교수의 연구보고서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전체 자료를 요구하다보니 실험노트도 포함하게 됐는데 이렇게 예민한 사항일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의원실에서는 기관에게 자료를 요청할 수는 있어도 개인에게 어떤 자료를 요청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우 교수에게 별도로 자료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조 기자 kbj@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kbj@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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