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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트럭 없으면 손으로 나르면 되고 ♬

등록 2008-06-22 20:19수정 2008-06-23 03:17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21일 밤 남영역 인근에서 모래를 광화문으로 가져가려고 포대에 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21일 밤 남영역 인근에서 모래를 광화문으로 가져가려고 포대에 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토성’ 모래실은 차 진입 막히자
시민들 십시일반 봉투들고 2.5㎞ 걸어
21일 밤 10시, 시민 3000여명은 모래를 가득 담은 봉투를 하나씩 들고 서울 지하철 숙대입구역에서 광화문 네거리까지 2.5㎞를 걸었다. 힘든 표정이 역력했지만 ‘모래 봉투’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컨테이너 장벽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가로막았던 ‘명박산성’에 맞서, 시민의 손으로 ‘국민토성’을 쌓는 작업은 이날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날 새벽 광우병 쇠고기 국민대책회의는 8톤과 15톤 트럭 두 대 분량의 모래를 준비했다. 차벽과 컨테이너박스로 상징되는 경찰의 저지선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국민토성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통행허가증을 내주지 않았다. 무게가 3.6톤이 넘어서는 차량은 서울 도심에 들어서려면 경찰에 통행허가증을 받아야 했다. 그러자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저녁 다시 2.5톤 트럭 4대 분량의 모래를 준비했다. 그러나 경찰은 도로교통법의 안전운전 지시를 통해 트럭의 집회장 접근을 막았다. 1대의 트럭은 광화문 네거리에 도착해 모래를 쏟아냈지만, 결국 2대의 트럭은 방향을 돌려 사라졌다. 남은 트럭 1대도 경찰 견인차에 매달린 채 곧 사라질 위기였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 3000여명이 숙대입구역으로 몰려가 트럭 견인을 항의했지만, 경찰은 “트럭 열쇠도 없고 돌려줄 수 없다”며 버텼다. 그러나 말싸움을 벌일 시간이 없었다. 시민들 사이에서 “우리가 직접 나릅시다”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맨손으로 숙대입구역까지 뛰어온 시민들은 근처 상점 등에서 구해온 비닐 봉투와 종이상자에 모래를 담아 광화문 네거리로 옮기기 시작했다. 직접 모래를 나른 김아무개(39)씨는 “수많은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래를 나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이것이야말로 ‘명박산성’에 대비되는 국민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국민토성 쌓기’ 행사를 제안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쪽은 “이명박 정부가 명박 산성으로 상징되는 장벽을 쌓았고 국민들은 전경버스 차벽에 가로막혀 번번히 돌아섰다”며 “소통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에 비폭력의 선을 지키며 항의하는 한편 우리 국민의 역량과 비폭력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밤 10시40분께 경찰버스 차벽 위까지 걸어오를 수 있을 높이 만큼 ‘국민토성’이 완성됐다. 곧 50여명의 시민들이 깃발을 들고 차벽 위에 올랐다. 시민들은 경찰을 공격하지도 차벽을 넘어서지도 않은 채, 22일 새벽 1시께 버스에서 내려왔다. 모래주머니는 다시 시민들의 손으로 대책회의 트럭에 수거됐다. 촛불 집회에 참석한 직장인 이용준(32)씨는 “정부는 국민들이 모래 한 줌씩 모아 이렇게 토성을 쌓는 의미를 새겨야 한다”며 “차를 빼앗아 가고, 폭력 행위라고 매도하는 경찰의 대응이 정말 어이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네거리에 직접 모래를 운반한 트럭 운전사는 안전운행 지시 위반으로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받았다.

노현웅 최현준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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