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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시철회” 뿔난 민심…이틀째 경찰과 대치

등록 2008-06-26 20:50수정 2008-06-27 18:54

5s 정부의 ‘쇠고기 고시 강행’에 분노한 시민들이 26일 저녁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국민토성’을 쌓은 뒤 경찰 차벽(‘명박산성’)을 넘어 청와대로 행진하려하자, 경찰이 25일에 이어 또 다시 물대포를 쏘며 해산시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s 정부의 ‘쇠고기 고시 강행’에 분노한 시민들이 26일 저녁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국민토성’을 쌓은 뒤 경찰 차벽(‘명박산성’)을 넘어 청와대로 행진하려하자, 경찰이 25일에 이어 또 다시 물대포를 쏘며 해산시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장6신] 50번째 ‘촛불문화제’ 열려
경찰, 소화기·물대포·돌멩이 던져·…시민 여럿 부상
강기정·김상희 등 민주당 의원 7명, 촛불 행렬 동참
[현장 6신 : 새벽 3시30분 이후 상황]
민주당 의원 7명 대열 앞에서 시민과 함께해 추가 진입 막아
새벽내 지루한 대치…시민들, 노래·춤추며 축제 분위기 만끽

새벽 3시 30분. 프레스센터 앞 도로에서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해 있다. 2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소강상태다. 경찰도 지휘부 차량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차량을 철수시켰다. 전경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열 뒤쪽의 전경들은 바닥에 앉아 얼굴을 방패에 묻고 쪽잠을 청하고 있다. 눈을 크게 부릅뜨고 바닥에 방패를 내리찍어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던 전경들이 지금은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새벽 3시30분 현재 이종걸 의원까지 가세해 민주당 의원 7명이 시위대 맨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경찰의 추가진압을 막고 있다. 아직 귀가하지 않은 시민은 약 1천여명이다.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던 현장은 이 때,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대책회의 방송차에서 윤도현밴드의 <아리랑> 노래가 들렸고, 시민들은 어깨와 어깨에 손을 얹어 인간띠를 만드는 기차놀이를 시작했다. 지치고 힘든 새벽을 보내느라 피곤기 가득하던 시민들의 얼굴엔 미소꽃이 피었다. 시민들은 활짝 웃으며 마주오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손뼉마주치기를 했다. 수줍은 듯 내민 시민들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시민들은 <아리랑> 노래에 맞춰 두 번의 기차놀이를 즐겼다.


[6월26일 현장] 소화기·물대포·돌멩이 아수라장된 광화문

3시를 넘기자 시민들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느껴지던 감정의 벽이 많이 허물어진 느낌이다. 한 시민은 의원들에게 따뜻한 녹차를 가져다 주었고 악수를 청하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가 하소연을 하거나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한번 말을 붙이기 시작하면 기본이 30분 이상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최대한 시민들의 말붙임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안민석 의원은 그를 찾아온 시민 우아무개(50)씨와 오랫동안 토론을 벌였다.

“50일 넘게 우리가 여기서 싸워왔는데 이제 여길 오면 어떡하나. 솔직히 화난다. 앞으로 계속 올건가.”

“계속 올 거다. 조를 짜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해줘야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솔직히 내부동력이 없다. 의장도 수시로 바뀌고 있지 않나.”

새벽 5시가 다가오자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했다. 시위대 천여명은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시민들과 함께 밤이슬을 맞고 있다. 시민 홍아무개(32)씨는 “끝까지 의원들이 함께 해줘서 좋다. 앞으로도 국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새벽 6시 30분. 시민들은 여전히 한국언론재단 앞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한때 경찰이 ‘경찰병력이 인도로 철수하면, 시민들도 서울시청 광장으로 들어가자’고 시민들에게 제안을 했다. 실제 경찰이 먼저 5시 30분께 조금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해산하지 않았다. 한 시민은 “재충전해서 밤에 다시 나오자”고 말했지만 다른 시민이 “경찰이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 믿을 수 없다”고 말해, 자진해산을 두고 시민들끼리 의견이 대립했다. 지휘부없이 도로에 남아있던 시민들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며 도로에 앉아 있다 아침 7시께 대부분 해산했다.

26일과 27일 사이 벌어진 촛불시위는 어제 못지 않게 격렬하게 진행됐다. 고시가 관보에 게재됐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광화문 네거리에 ‘국민토성’을 쌓고 경찰버스 위로 올라가는 모습도 재현됐다. 경찰도 어제처럼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사용해 시위를 진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패로 시민들을 때리는 행위만 다소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오늘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27일 오후 7시 서울 시청앞광장에선 촛불문화제가 계속된다. 주말을 맞아 다시 대규모 시민들이 거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광우병 대책회의는 이날 3차 국민대토론회를 열어 앞으로 투쟁 방향을 시민들과 함께 찾아갈 것이라 밝혔다. 관보 게재가 현실화 된 이후, 촛불시위 양상이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의 소통에 목말라하며 개최된 촛불문화제도 벌써 쉰 번째를 넘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현장 5신 : 새벽 2시]
민주당 의원 7명 스크럼 짜고 대열 앞에서 경찰과 대치
경찰 의원에게도 ‘소화기’…일부 의원 연행됐다 풀려나

청계광장 인근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1시간을 넘겨 대치하고 있다. 시민들은 민중가요를 부르거나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물대포에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불을 피웠다. 이 때문에 한때 “불났다”는 신고를 받은 119 소방차가 코리아나호텔 앞에 출동하기도 했다.

청계광장 인근 도로에는 강기정, 김상희, 김세웅, 김재윤, 안민석, 최규성 등 민주당 의원 6명이 새벽 12시30분께부터 시민 1만여명과 더불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이 시위대와 함께 하자, 시민들은 의원들을 향해 “의원님들 조심하라”, “어제 여기에서 경찰에게 밀렸다. 꼭 좀 버텨달라”, “민주당, 화이팅!”을 외치며 격려했다. 일부 시민은 “평소부터 잘해야 한다”, “보여주기 위해 서 있지 마라” 처럼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새벽 1시 10분께 서울 청계광장 인근 도로에서 대치중이던 김세웅, 안민석, 최규성 의원과 강기정 의원 장성훈 보좌관이 시민 1명과 함께 경찰에 연행됐다. 이 보좌관은 연행 과정에서 경찰이 의원들을 향해서도 소화기를 뿌려대자, “어떤 놈이 의원에게 뿌리냐”며 전경 얼굴사진을 채증하기 위해 폰카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10분 후쯤 시민과 함께 끌려갔던 민주당 의원들이 풀려났다. 하지만 함께 연행됐던 시민은 풀려나지 않았다. 시민들은 “시민과 함께 연행됐는데, 시민은 안 챙기고 왜 너희들만 왔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진보신당 칼라TV 진행자도 “민주당 의원들 시민 생각은 안하고, 생색만 낸다”고 꼬집어 강기정 의원과 언쟁이 붙기도 했다. 강기정 의원은 “어제 많은 사람이 다쳤고, 강제진압을 당해 오늘도 불상사가 일어날 것 같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김재윤 의원은 “대통령이 이렇게 해선 안된다”며 “청와대로 가겠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1시34분께 민주당 의원 6명이 시위대열 맨 앞에 스크럼을 짜고 서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옥 근처에서는 이종걸 의원을 비롯 민주당 관계자의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시위대는 다시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코리아나호텔 앞으로 몰려가 ‘조선일보 폐간하라’, ‘조선일보는 MB 찌라시’ 등의 구호를 외치고, ‘조선일보 OUT’ 등의 스티커를 붙였다. 이미 코리아나호텔 1층은 시위대가 던진 계란과 화분, 돌 등으로 난장판이 된 상태다. 호텔 회전문 일부도 파손됐다.

1시45분께 또다시 강제진압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2시까지 큰 충돌 없이 소강상태다. 귀가하지 않은 2천여 시민들은 경찰에 밀려나 프레스센터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시민들은 방송 차량에서 나오는 <아침이슬> <광야에서> 등의 민중가요를 따라부르거나 “이명박은 물러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구호를 외치며 숨을 고르고 있다.

송경화 허재현 기자

경찰, 물대포 동원 강제해산…27일 오전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해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경찰, 물대포 동원 강제해산…27일 오전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해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7일 오전 경찰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벌이다 진압과정에서 실신한 한 참가자를 연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경찰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벌이다 진압과정에서 실신한 한 참가자를 연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4신 : 12시30분]
‘시민 토성’ 밟고 전경버스 올라…경찰 12시부터 강제진압
시민들 스크럼 짜 대비… ‘삼순이 아버지’ 맹봉학씨도 참여

 밤 11시5분께 계단 형태의 가로 3m, 세로 3m ‘국민토성’이 완성됐다. 10여명의 시민들이 전경버스 위로 올라가 깃발 등을 흔들었다. 가장 먼저 버스 위에 올라간 50대 아주머니 이상림(53)씨는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며 “국민 앞에 면목이 없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의 뒤를 이어 시민들이 차례로 버스 위로 올라가자 “물을 쏘겠다”고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그리고 10분이 지난 11시15분께 살수차에서 물대포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1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버스 위에 선 시민들을 조준하며, 집중적으로 쏘아댔다.

시위대가 깃발과 현수막, 몸을 이용해 물을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경찰은 물과 함께 분말소화기도 난사했다. 11시40분께 살수차의 집중포화를 맞던 한 시민이 전경버스 아래로 떨어졌다.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30대 남성 1명이 쓰러지기도 했다. 앞서 11시 25분께 경찰 차벽 둘레에 ‘이명박, 국민하고 한번 해보자는 거냐’는 빨간색 현수막이 내걸렸다.

광화문 네거리 일대는 현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경찰이 3시간째 난사한 물과 소화기 때문에 광화문 인근 도로는 구정물로 뒤범벅됐다.

경찰은 구 금강제화 뒷길 등에서 격렬하게 저항 중인 시민들에게 “12시까지 자진 해산하지 않으면 공권력을 이용해 강제해산 하겠다”는 경고방송을 연이어 내보내고 있다. 시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바리케이트로 사용된 전경버스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쪽에 배치된 경찰버스는 밤 11시께 한 시민이 차 밑으로 들어가 절단기로 와이어를 끊어 버스가 약간 움직인 상태에 있었다. 경찰버스를 당기는 사람들 중에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 아버지’ 연극배우 맹봉학씨도 있었다. 그는 “종로에 모임이 있어서 나왔는데, 바뀐 것 하나 없이 고시가 게재되어 갑갑해 나왔다”며 “옳은 일이기 때문에 밧줄을 당기는 것이다. 불이익을 당하면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11시58분께 경찰들이 서대문 쪽 방향에서 광화문 네거리 쪽으로 시민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12시10분께부터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 뒤쪽에 있던 병력도 시민들을 향해 뛰어오고 있다. 경찰의 본격적인 ‘토끼몰이식’ 진압작전이 시작된 듯하다. 26일 새벽 상황처럼, 시민들을 시청광장 쪽으로 밀어내려는 의도록 보인다. 시민들은 동화면세점 앞에서부터 스크럼을 짜 경찰의 진압에 대비하고 있다. 12시30분 시민들은 청계광장 인근까지 밀려났다. 아직까지 26일 새벽처럼, 시민을 방패로 찍거나 하는 행위는 하지 않고 있지만, 경찰과 시민과의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허재현 기자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도로에 세워진 버스에 올라가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도로에 세워진 버스에 올라가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산 수입 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소화기를 쏘고 있다. AP 연합
미국산 수입 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소화기를 쏘고 있다. AP 연합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수정안이 고시(관보 게재)된 26일 오후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모래주머니로 벽을 쌓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수정안이 고시(관보 게재)된 26일 오후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모래주머니로 벽을 쌓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3신 : 11시]
‘시민 인간띠’ 700미터 떨어진 공사장서 흙 퍼와 시민토성 쌓아
여전히 물대포 난사…시민, 젖은 몸 데우라 따끈한 ‘희망 오뎅’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쌓기 시작한 ‘국민토성’이 11시께 경찰 차벽(‘명박산성’) 높이까지 쌓였다. 1시간여 동안 국민토성이 올라가는데는 시민들의 하나된 힘이 한 몫했다. 시민들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700여미터나 떨어진 시티은행과 흥국금융가족 건물 사이에 있는 공사장까지 인간띠를 이어 손으로 땅을 파 흙을 모래주머니에 담은 뒤, 손에 손으로 모래주머니를 운반했다. ‘품앗이’를 하는 시민들의 표정에선 체육대회를 하는 것 같은 흥겨움이 묻어났다. 손은 흙투성이지만, 얼굴은 밝다. 정현미(30)씨는 “중간 중간에 파도타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과 농담을 주고받는 게 신기한 경험”이라며 “공사를 해야 하는 곳에 우리가 포크레인 대신 흙을 파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아무개(47)씨는 “지금은 우리가 사유지에서 신세를 지고 있지만, 광우병 소 막아내면 결국 빚을 갚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장 관계자는 “사유지에 들어와 흙을 퍼내는 건 불법인데,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하라고 할 수도 없고 현장 책임자라서 사고나면 책임져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10시10분께 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광화문 네거리에 나타났다. 천 의원은 국민토성에 올라가 “나도 동참하고 싶어서 왔다”며 “우리를 이해하고, 믿어달라.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10여분 만에 토성을 내려와 자리를 떴다. 천 의원에 몇몇 시민들은 악수를 청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 모습을 차분히 지켜보고 있던 윤경중(35)씨는 “시민과 함께 하러 왔다면 사진만 찍고 가지 말고 토성을 같이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어제 연행도 됐는데, 앞으로 민주당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구 금강제화쪽 골목 인근에서는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1시간 넘게 집중적으로 쐈다. 시민들이 비옷을 입은 채 “폭력경찰 물러나라” “이명박은 물러나라”며 저항하고 있다. 몇몇 시민은 경찰차 유리를 깼고, 몇몇 시민은 경찰차를 끌어내기 위해 밧줄을 당기고 있다. 한 시민이 물대포에 젖은 시민들에게 ‘희망 오뎅’을 나눠주는 훈훈한 모습도 목격됐다. 김용(45)씨는 “내가 어제 물대포를 맞았는데, 새벽에 체온이 떨어져 혼났다”며 “물대포 맞은 사람들을 위해 오뎅 300인분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시위대와 경찰의 끝 없는 줄다리기 …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일대에서 버스에 밧줄을 매달고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시위대와 경찰의 끝 없는 줄다리기 …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일대에서 버스에 밧줄을 매달고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수정안이 고시(관보 게재)된 26일 오후 광화문 인근 거리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소화기를 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수정안이 고시(관보 게재)된 26일 오후 광화문 인근 거리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소화기를 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2신 : 9시50분]
늘어난 시민 어느새 3만…“명박산성 넘어 청와대 가자”
경찰 1시간째 물대포 난사…소화기병·보도블록도 던져
시민, 돌 맞아 이마 찢어져…조선·동아 앞서 “폐간하라”

촛불 시민들이 3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시위대가 곧바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찰 차벽(‘명박산성’)을 넘어 청와대로 행진하려 하자, 경찰은 9시께부터 분말소화기, 9시50분께부터 물대포를 쏘며 저지에 나섰다. 경찰은 또 골목을 활용해 시위대 연행까지 시도해,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구 금강제화 뒷길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던 시민 50여명을 향해 경찰들이 분말소화기를 뿌려댔고, 흥분한 경찰과 시민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소화기병과 보도블록을 시민들을 향해 던지고 있다. 50대 시민 1명이 전경이 던진 돌에 부상을 입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어른 주먹 2개 만한 크기의 돌이 날라와 이마를 맞췄고, 이마 부근이 6센티미터 정도 찢어졌다”고 한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30대 남성은 왼쪽 다리 골절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다. <민중의소리> 사진기자도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전경들도 시민에게 맞아, 전경 1명이 실신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민들이 경찰을 밀고 들어오자, 봉고차로 골목을 막았다. 9시30분께 이 골목에 살수차가 등장했다. 

 현재 시민들은 광화문 네거리 뿐아니라 옛 금강제화 앞 도로와 뒷길, 새문안교회 주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거리행진은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이 “오늘은 반드시 청와대 앞에서 모이자”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돌파하자”고 호소하자, 많은 시민들이 박수로 호응하며 8시10분께 시작됐다.

행진하는 도중 500여명의 시민들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 앞으로 몰려가, “폐간하라”를 외치며 계란을 던졌다. <동아일보> 앞에선 건물을 막고 서 있는 경찰과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선량한 시민들을 폭도로 모는 신문은 이미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왜 일반 사기업을 경찰이 보호해주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옛 금강제화 앞 도로에는 시민 1천여명 정도가 경찰과 대치 중이다. 이 곳에는 전경버스 2대로 바리케이트가 세워져 있는데, 시민들이 밧줄을 구해와 차량에 묶고 버스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광화문 네거리쪽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래주머니를 가지고 와 국민토성을 쌓기 시작했다. 수백여명의 시민들은 광화문 주변 신축빌딩 공사장에서 줄을 지어 흙을 퍼 나르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은 파도타기 형식을 빌어서 모래 주머니를 광화문 쪽으로 옮기기도 했다. 나머지 시민들은 “이명박 퇴진하라” “어청수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인근 골목길로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인근 골목길로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물대포 쏘는 경찰과 저항하는 시위대 …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인근 골목길로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물대포 쏘는 경찰과 저항하는 시위대 …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26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인근 골목길로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장1신:8시30분]
1만여명 50번째 촛불문화제…노동자·장애인 동참
“노동자들이 나섰다, 미 쇠고기 유통 끝까지 막자”

 오전 9시 쇠고기 고시가 발효된 가운데 50번째 촛불문화제가 26일 오후 7시께부터 김동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의 사회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부르며 시작됐다.

 오늘도 30~40대 직장인과 주부들이 눈에 많이 띈다. 평일인데다 전날 촛불집회 때 경찰의 과잉진압 여파 때문인지 가족 단위 참가자들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느낌이다. 참석자들은 “이명박 누가 이기나 함 해보자” “고시철회 전면 재협상” “이명박 심판하자” “국민이 승리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촛불집회는 사회자가 “오늘 촛불문화제는 짧고 굵게 하자”고 제안한 탓인지, 곧바로 자유발언으로 이어졌다. 촛불문화제 무대 위에는 장애인을 위해 수화 통역사가 배치됐다.

 경기도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는 최진씨는 “오늘 여성단체들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는데, 기만적인 협상을 여성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 앉아서만 있지 않겠다”며 “냉동창고를 국민의 열기로 녹여버리자. 언제 미국산 쇠고기가 밥상에 오를지 모르는데, 여성들이 온몸으로 막을 준비를 하자”고 호소했다.

 전날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이정희 의원(민노당)은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땅을 밟는 게 불법이냐”며 “연행 당시 ‘국회의원이면 어때? 곧 풀려날텐데 그냥 태워’라고 경찰이 얘기했다. ‘국정운영 바쁠텐데 차 한잔 하고 가세요’라고도 했다. ‘법으로 보장돼 있다며 48시간 가두겠다‘고도 했다. 도대체 누가 불법이고 누가 합법이냐?”고 주장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국민들이 행복권을 추구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데 끝까지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는 1시간 남짓 만에 끝이 났다. 8시10분께 사회자가 “오늘은 청와대로 꼭 갑시다”고 구호를 외치자, 시민들이 재빨리 무대에서 등을 돌려 광화문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과거의 촛불문화제가 축제 같은 흥겨운 분위기였다면, 장관 고시가 발효되고 경찰의 강경진압 방침이 전해진 상황이어서 인지 시민들의 표정엔 “오늘은 끝장을 보자”는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노동자들이 나섰다. 광우병 쇠고기 유통 반드시 저지하겠다!”

 오늘 촛불문화제에는 노동자, 장애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오후 5시께 ‘시각장애인 안마 관련 위헌 판결’에 항의하는 가두집회를 연 시각장애인 500여명이 도착했다. 5시30분엔 보건의노조 조합원 500여명이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6시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3천여명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들이 가져온 200여개의 깃발이 서울광장과 덕수궁 사이 찻길을 가득 메웠다.

민주노총은 결의문에서 “국민이 치켜든 촛불항쟁에 모든 조합원이 적극 참여하고 전국적 투쟁으로 확산시킴으로써 광우병 쇠고기로부터 국민의 건강권과 국민주권을 지켜낼 것”이라며 “광우병 쇠고기 협상 고시 전면 무효화 및 재협상, 한반도 대운하 반대, 물·전기·가스·철도·교육·의료·언론 시장화·사유화 정책 폐기, 기름값 물가폭등 저지를 공동 요구로 내걸고 총파업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7월 2일 총파업을 하기로 했던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관보에 게재하자 즉각 총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또 오전 9시 고시가 발표되자, 부산과 경기 등 미국산 쇠고기가 보관돼 있는 17개 냉동 창고 봉쇄에 들어갔고,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도 운송 거부 투쟁에 나섰다.

한편, 25일 서울 도심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시민 139명이 경찰에 연행된 가운데 26일에도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1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연행자는 이병국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팀장, 권미혁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홍경표 YMCA전국연맹 지도력개발국장,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이보은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김연순 여성민우회 생협 이사장, 복진오 환경운동연합 동영상 감독 등이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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