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구금 악용…경찰 또 ‘못된 버릇’

법원, 즉심 넘겨진 촛불 연행자 인솔 경찰에
“이렇게 경미한 사안 사흘이나 가두나” 호통

법원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체포해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48시간 동안 가둬놓는 경찰의 행태를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장용범 판사는 27일 쇠고기 고시 강행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즉결심판에 회부된 대학생 배아무개(19)씨의 재판에서 “이렇게 사안이 경미한 사람을 사흘씩이나 잡아두면 되냐”며 배씨를 인솔한 수서경찰서 경찰관을 꾸짖었다. 전북 전주에서 올라온 배씨는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6월1일 새벽 1시에 경찰에 체포돼 수서경찰서 유치장에서 48시간 동안 갇혀 있다 3일 새벽 1시에 풀려났다.

벌금 15만원을 선고받은 배씨는 “함께 체포된 친구 5명도 48시간을 다 채운 뒤에야 풀려났다”며 “우리 일행을 포함해 1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수서경찰서에서 48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행 중 자신만 즉심에 회부된 이유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한 친구들과 달리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했기 때문에 나만 즉결에 넘겨진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촛불집회에서 주동자와 단순 참가자를 가리지 않고 참가자들을 체포한 뒤 2~3시간의 조사가 끝난 뒤에도 48시간 동안 가둔 뒤 일부를 즉결심판에 넘기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하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2월 과거에는 훈방 조처하던 가벼운 집시법 위반 행위자를 즉심에 넘길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형사소송법은 “체포한 피의자에 대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때는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촛불집회 연행자들에 대해 ‘48시간까지는 영장 없이 붙잡아 둬도 된다’며 이 조항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형사소송법 조항은 48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지 48시간까지 가둬둘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게 아니다”며 “구속영장 청구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조사가 끝난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