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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제단 “공권력이 촛불의 평화를 깨고 있다”

등록 2008-06-30 17:49수정 2008-07-02 16:34

30일 저녁 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시국미사를 마치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30일 저녁 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시국미사를 마치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의구현사제단 시청 앞 시국미사 열어
“국민 상대로 저지르는 폭력·거짓에 분노”
“대통령·정부 존립근거 묻지 않을 수 없어” 강론
기독교계 3일 시국기도회…불교계 4일 시국법회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 생방송 주요장면(16분)

[%%TAGSTORY1%%]

사제단 거리행진 생방송 주요장면

[현장 3신] 시국미사·촛불행진, 밤 10시께 평화롭게 끝나

9시50분께 거리행진이 평화롭게 끝이 났다.


4만여 시민들은 “조중동은 찌라시다” “어청수는 물러나라” “재협상을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남대문-명동 입구-을지로입구를 거쳐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거리행진은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촛불이 이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사제단 소속 300여명의 신부들이 이끌었다. 이들은 행진 중간에 “조중동은 폐간하라” “이명박은 회개하라” “어청수는 물러나라” “최시중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서울광장에 도착한 뒤엔 서로를 격려하며, “대한민국 만세, 민주주의 만세, 우리모두 만세”를 불렀다.

문정현 신부는 <한겨레> 취재영상팀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축산업자를 돕는 대신 우리의 농촌과 국민 건강권을 죽이는 쇠고기 협상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어서, 촛불은 꺼질래야 꺼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촛불문화제에 올 수 없게 된 건 공권력 때문”이라며 “공권력이 촛불집회의 평화를 깨고 있음이 오늘 열린 촛불문화제를 통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밤 10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시작되는 노래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서울광장에 울려퍼졌다.

이어 김인국 신부가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시민들을 향해 호소했다. “오늘 촛불문화제는 끝났다.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달라. 대신 7월5일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석해달라. 아니 내일 촛불문화제도 참석해 달라. 내일은 더 재미있을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늦은 밤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서울광장을 지켰다.

시국미사와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사제단은 서울시청 오른쪽 광장에 천막을 설치했다.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기도에 들어가는 김인국 신부는 <한겨레> 영상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사제의 눈으로 확인해 존경심으로 여러분 앞에 온 것”이라며 “신부 노릇 할 수 있도록 지켜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제단 상임위원회 신부 10여명이 시청 앞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기도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사제단 상임위원회 신부 10여명이 시청 앞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기도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현장 2신] 사제단 “서울광장서 천막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

 “우리는 남쪽으로 행진할 것이다. 더 이상 대통령을 찾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진짜 소통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대통령은 국민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우리가 돌보지 않아서 소실된 남대문을 찾아갈 것이다. 화재로 소실된 남대문의 참상은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참상이다.”

 8시30분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인국 신부가 미사가 끝난 뒤 가두행진을 선언하며, 시민들에게 ‘비폭력’ 원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촛불을 지키는 힘은 비폭력이며, 이 원칙이 깨지면 촛불이 영영 꺼지고, 다시는 서울광장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며 “비폭력의 힘으로 서울광장에서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우리의 손에 넣자”고 제안했다.

 김 신부는 또 사제들이 6월30일부터 단식기도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이날 사제단 상임위원회 신부 10여명은 시청 앞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사제단은 “참회와 세상의 아픔을 나누고 정부와 국민 사이의 교착상태에 활로를 열기 위해 단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동안 21년 전 박종철 군 사망사건 진상 공개를 통해 ‘6월항쟁’을 촉발시켰던 사제단이 ‘광우병 쇠고기’ 국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실제 사제단은 이날 봉헌 노래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광야에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선택했다.

이에 앞서 사제단은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고시를 폐기하고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사제단은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검역주권”이라며 “일부 언론이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으로 몰아감으로써 핵심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제단은 또 “과잉 폭력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거리행진은 8시50분께 시작됐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이 대열 맨 앞에 섰다.

시국미사에는 원혜영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이석현·김재윤 의원을 비롯 10여 명,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문국현 창조한국당 의원,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심상정·이덕우 진보신당 공동대표, 김용철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30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국민존엄 선언·국가권력 회개 촉구 비상시국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30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국민존엄 선언·국가권력 회개 촉구 비상시국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현장 1신] 정의구현사제단 시청 앞 시국미사 열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신부 전종훈, 이하 사제단)이 주최하는 ‘국민존엄을 선언하고 교만한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가 30일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신부와 수녀, 일반시민 등 2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에 앞서 오후 6시부터는 사전미사가 진행됐다.

2005년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미군기지 확장반대 시국미사 이후 3년 만이다.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서 대규모 시국미사를 올리는 건 1987년 6월항쟁 이래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80년 광주민중항쟁과 87년 박종철 군 사망사건 진상 공개 등 사제단이 시국의 분수령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던 만큼, 이번 ‘시국미사’ 역시 그 의미가 크다.

사제단은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이라는 제목의 강론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들을 지켜보며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제단은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30일 저녁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시국미사에서 신부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30일 저녁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시국미사에서 신부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사제단은 또 “공권력이 저지르는 폭력과 오늘의 혼란을 아프게 바라보면서 주권재민을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에 동참하되 기도와 성찰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여겨 오늘까지 의견 표명과 행동을 하지 않고 지냈지만 이제는 그런 절제가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고 미사 이유를 밝혔다. 사제단은 “신앙의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오만을 엄중하게 나무라고, 복음의 지혜로 우리의 나아갈 바를 궁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제단은 “정부는 26일 장관고시를 관보에 게재해 국민 건강권과 검역권 그리고 국가 주권과 자존감 회복을 요구하던 국민의 염원을 철저히 짓밟았다”며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사제단의 시국미사가 끝난 오후 8시께부터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며, 사제단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천주교에 이어 불교계도 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법회를 봉행한다. 기독계도 YMCA와 NCC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하는 시국기도회를 7월3일 열 계획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30일 저녁 ‘국민존엄 선언·국가권력 회개 촉구 비상시국 미사’를 집전하려고 십자가를 앞세운 채 서울시청 앞 광장 한복판으로 줄을 지어 들어서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30일 저녁 ‘국민존엄 선언·국가권력 회개 촉구 비상시국 미사’를 집전하려고 십자가를 앞세운 채 서울시청 앞 광장 한복판으로 줄을 지어 들어서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사제단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 강론 전문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너희에게 나타나지마는 속에는 사나운 이리가 들어 있다. 너희는 행위를 보고 그들을 알게 될 것이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딸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마태 7,15)

▶대한민국 민주주의 심각한 위기 맞고 있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합니다. 주권재민을 힘껏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하여 사제들이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침묵 중에 지냈으나 이제 그런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했건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들끓는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하여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조중동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

먼저 보수언론의 폐해를 지적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입니다. 정론직필의 본분을 버리고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뒤집는 언론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현실은 더욱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순진하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뿐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금번 쇠고기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도 울분을 터뜨릴 일이지만, 높이 받들고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 많은 부분 속이고 있는 현실 더 큰 불행

그저 미국에 충성하려드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딱한 일이거니와 오늘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재앙은 무엇보다도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숭배에서 비롯했음을 지적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 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입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 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 꺼지지 않도록 지키겠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 1,5)는 성경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까지 촛불을 지켰던 민심을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원천봉쇄와 강경진압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벌어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압수수색과 체포 따위로 진실을 어둠에 가두려고 하겠지만 이런 모진 마음 때문에 국민이 받은 상처와 모욕은 더욱 깊어만 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1. 국민은 너그럽습니다.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고시를 폐하고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선언하길 바랍니다.

2. 먼저 들으셔야 합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랍니다.

3. 국민은 현명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주권입니다. 일부 언론이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으로 몰아감으로써 핵심을 왜곡하지 말아야합니다.

4. 과잉 폭력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십시오. 그리하여 존엄을 바라는 국민의 상처를 씻어주길 바랍니다.

5. 국민 여러분에게도 호소합니다.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신앙인에게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2008년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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