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토론회서 ‘경찰의 손배요구’에 부정적 의견 많아
경찰이 촛불집회 주최 쪽에 장비파손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가 소송을 담당하는 서울고검 송무부가 불법 시위 참가자에게 진압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논쟁이 벌어졌다.
1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서울고검 연구모임인 송무실무연구회 발표회 주제발표에서 박해원 공익법무관(사시35회)은 “최근 촛불시위처럼 기본권으로 보장된 자유의 범위를 넘어선 불법·폭력집회 참가자들에게 진압·체포 등에 소요된 경찰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법무관은 외국 학설 등을 제시하며 “불법 주정차 견인 비용을 청구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로, 입법을 통해 비용 청구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용 청구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불법·폭력 집회는 그 취지가 정당하다고 해도 용납되기 어렵다”며 “경찰 투입 비용을 시위 참가자에게 부담시키면 불법시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 과정에서는 이에 대한 반박이 주를 이뤘다. 김기정 서울고검 검사는 “경찰 비용 개념은 질서회복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살인 등 다른 사건의 경우 수사 등에 들어간 비용까지 요구하지 않는다”며 “위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법무관들도 재난구조의 예를 들어 국가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거나 시위 참가자 책임 계량화의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내부 토론회에 대한 보도자료까지 낸 검찰은 진압 비용 청구 주장이 “(검찰의) 공식 의견은 아니며, 견해를 소개하는 자리이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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