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마저 이의 제기…기준 논란 우려해 목록 고수
국방부가 ‘불온서적’ 목록 재조정 문제를 두고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물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목록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 김동성·유승민 의원은 <나쁜 사마리아인>을 예로 들며 “이 책이 왜 불온하냐”며 국방부의 경직된 발상을 질책했다. 이어 이들은 “‘불온서적’ 목록 전면 철회는 부담스러울 테니, 내용이 검증된 일부 서적들을 목록에서 제외해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불온서적 23권의 목록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런 완강한 공식 태도와 달리 군 관계자들은 “군이 문제를 풀 때를 놓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며 곤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목록을 재조정할 경우 일부는 불온서적에서 풀리고 일부는 불온서적으로 남겨질 텐데, 불온서적으로 남은 책을 두고 ‘불온서적 제외·잔류 기준이 뭐냐’는 또다른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 도서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목록 재조정으로 수습하기엔 일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군 관계자는 “애초 첩보나 업무 참고 정도로 취급하면 될 불온도서 목록을, 각급 부대에 공문으로 무리하게 내려보내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군의 불온서적 작성은 군인권전문위원회 논의 및 상임위 의결을 거쳐 헌법정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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