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청장 ‘비판글’ 직원 중징계
국세청이 내부 통신망에 한상률 전 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넘긴 나주세무서 소속 김아무개 계장에게 끝내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인 파면 결정을 내렸다. (<한겨레> 10일치 1면 참조)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12일 “광주지방국세청이 이날 오전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김씨에 대해 파면 조처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절차와 배경, 징계위에서 오간 구체적인 논의 내용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김 계장에 대해 국가공무원법과 국세청공무원 행동강령상의 ‘품위 유지 위반’ 등의 이유를 들어 파면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면이란 공무원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로, 공직을 떠나는 것은 물론 공무원연금 지급 자격까지 박탈된다.
국세청은 이날 파면 결정을 내리고도 정작 당사자에게는 징계 내용조차 공식 통보하지 않아, 파문이 커지는 것을 애써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김 계장은 파면 결정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뒤 “국세청 조직문화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렇게 높은데도 끝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내부의 자유로운 소통을 막는 행태에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며 “일단 소청심사 절차를 밟은 뒤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계장에 대한 국세청의 중징계 결정은 오히려 국세청 개혁 요구가 더 거세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이번 사건을 수없이 되풀이되는 정치적 세무조사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내부 고발자나 공익 제보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국세청을 개혁하는 납세자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 계장은 지난달 28일 국세청 내부 통신망의 ‘나의 의견’ 난에 ‘나는 지난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전직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내몰기까지 국세청이 단초를 제공했다”며 태광실업 세무조사 착수 이유 등에 대한 의혹을 밝힐 것을 주장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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