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폐지 전국시민모임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로 인한 교육현장의 파행사례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휴일 등교·0교시 수업·중간고사 연기…
“성적 좋으면 인센티브 제공” 일선학교에 공문 보내기도
시민모임 “13·14일 체험학습”
“성적 좋으면 인센티브 제공” 일선학교에 공문 보내기도
시민모임 “13·14일 체험학습”
전국의 여러 초·중·고등학교들이 13~14일 치러지는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휴일에도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등 무리한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지역교육청들은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일제고사 대비를 독려하는 등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폐지 전국시민모임’(시민모임)은 1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 때문에 초등학교에서도 0교시 수업을 하고, 중간고사가 연기되는 등 비교육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일제고사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경북 구미교육청은 지난달 초 각급 학교에 ‘일제고사에 대비한 학력향상 계획’을 세워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내, “평가 결과에 따라 교사 근무평정, 보직, 성과급, 외국 연수 등과 관련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달 16일 ‘일제고사 관련 중·고교 교감회의’를 열어 중간고사 기간을 학업성취도 평가 직후로 조정하고, 중간고사에 학업성취도 평가 기출문제 등을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중간고사를 끝내고 일제고사를 치를 경우 준비 기간이 짧아진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분위기에 충남 ㅂ초등학교 등은 0교시 수업을 했으며, 전남의 한 초등학교는 점심시간 40분을 20분으로 줄이고 학교에서 구입한 문제집을 풀게 했다. 강원의 한 초등학교도 매일 밤 10시까지 하는 야간 자율학습을 2학기 개학 이후 성취도 평가가 끝날 때까지 계속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교조 경남지부가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마산의 25개 중학교 가운데 14곳에서 정규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을 남게 해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마산 ㅁ중은 일제고사를 치르는 3학년생들에게 문제풀이 수업을 하고 있으며, ㅎ중은 0교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수업을 하는 학교는 단 2곳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창원에서도 6개 중학교가 정규수업 이후 강제 보충수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원 ㅂ중은 휴일인 10~11일에도 학생들을 등교시켰다. 일부 학교는 수업시간에 기출문제만 풀었으며, 일부 다른 학교도 12월23일로 예정된 중학교 1·2학년생 대상 일제고사에 대비하기 위해 해마다 11월에 열리는 학교 축제를 취소할 방침이다.
황금주 전교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고등학교의 입시학원화 현상이 일제고사 때문에 중학교와 초등학교로 번지고 있다”며 “각 학교의 파행 수업을 강력하게 막지 않으면 다음 일제고사를 앞두고는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13~14일 전국에서 치러지는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시험 당일 체험학습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3개 광역시와 고양시 등 15개 시에서 600여명 정도가 체험학습을 떠날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모임은 이번 일제고사에 117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며, 채점교사로 2박3일 넘게 1만여명이 동원된다고 주장했다.
이경미 박수진, 창원/최상원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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