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의자에 놓고 와” 재확인
“바로 건네줘” 검찰 조서 부인
“바로 건네줘” 검찰 조서 부인
‘한명숙(66) 전 국무총리에게 5만달러를 직접 주지 않고 식탁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곽영욱(70·구속 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이 검찰에서는 “한 총리에게 바로 건네줬다”고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곽 전 사장은 12일 공판에서 진술이 바뀌었음을 시인해, 진술 번복이 아니라는 검찰의 주장이 힘을 잃게 됐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이 만든 곽 전 사장의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조서를 보면, 곽 전 사장은 ‘2만, 3만달러가 든 봉투를 한 전 총리의 손에 줬는지, 아니면 가구 위에 두고 왔는지’에 대한 검찰의 신문에 “출입문 근처에서 둘 다 서 있는 상태에서 준 것 같다. 돈을 올려놓을 만한 가구 같은 것이 없었던 것 같다. 한명숙에게 바로 건네준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은 이날 법정에서 ‘어떤 말이 맞느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식탁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한 어제(11일) 진술이 맞다”고 답했다. 곽 전 사장은 이어 “검찰 조사에서 의자에 놓고 나왔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조사 받을 때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곽 전 사장의 증언에 대해 “조사하면서 들어서 아는 내용”이라고 했던 검찰의 설명과 배치된다.
또 변호인단은 곽 전 사장이 11일 변호인 신문에서 돈을 놓고 나온 뒤 한 전 총리가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한 것도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곽 전 사장은 검찰에서 “한 전 총리가 정 장관에게 나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난 뒤 ‘고맙다’며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곽 전 사장은 이에 대해서도 “법정에서 말한 게 맞다. 조사 받으면서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 전 총리에게 골프 장비 998만원어치를 사줬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에 대해 백승헌 변호사는 “2002년 8월21일 함께 점심을 먹고 골프숍에 이끌려갔지만, 모자 하나만 성의로 받았다”고 반박했다. 곽 전 사장은 “검찰이 골프세트 구입 내역이 적힌 장부를 보여주기 전까진 골프채를 준 걸 기억 못했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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