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일터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골재업체 노동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앉아 있다. 이들은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공사 2년만에 향후 34년간 채취할 수 있는 모래가 퍼 올려져 전국 130여개 골재업체의 노동자 1천여명이 일터를 잃는다"며 공사중단을 요구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낙동강 2년간 준설뒤 일감 뚝”
노조원들 생계대책 요구 시위
노조원들 생계대책 요구 시위
“일자리 만든다는 4대강 사업으로 평생 일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12일 오후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앞에서 낙동강에서 골재채취업을 해오던 대구경북지역 골재원노조원 60여 명이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골재채취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아 강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일이다. 업체에 고용된 골재노동자들은 굴삭기와 준설선 등을 이용해 모래를 채취하고 덤프트럭에 싣는 일을 한다. 전국 130여 개 골재업체 1천여명의 노동자들 중 700여명이 낙동강에 몰려 있다. 10명 이하 작업장 60여 개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 있는데 일하는 사람 대부분은 40∼50대 가장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서만 4억4천만㎥를 준설할 계획이다. 지난 한해 동안 낙동강에서 준설한 골재량이 1300만㎥ 남짓이니 34년간 준설할 골재를 2년 만에 퍼내는 셈이다. 결국 공사가 끝나고 나면 낙동강에서도 한강처럼 골재채취업이 없어질 것이란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대부분 영세한 기존 골재채취업체들은 단가문제 등으로 공사 하청도 받기 힘들어 벌써 폐업이 속출하고, 해고통보서가 날아들고 있다고 골재원 노조는 밝혔다. 골재채취업 업주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보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아무런 대책없이 거리로 내몰릴 상황이다.
중·고등학생인 아들 딸이 있다는 대구경북 골재원노조 권태완(47) 위원장은 “대부분 노조원들이 40대가 넘은 나이이고, 평생 이 일을 해와 그만두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며 “애들 학비를 대야 하는데 해고통지서를 받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국토해양부, 한나라당 당사 등을 찾아다니며 대책을 요구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골재원 노조 쪽은 이날 경북도에 일자리 상실에 대한 보상이나 지자체 기능직 공무원 채용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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