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젊은이들(왼쪽)이 캠페인 단체 포유앤포미를 만들어 아프리카로 붉은 셔츠를 보내는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한다. 캠페인을 알리는 글을 보고 지난 9일 40여명의 대학생이 자원봉사를 위해 이들을 찾아와 서울 한양대학교에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오른쪽) 포유앤포미 제공
홍보맨 4명 의기투합 ‘티셔츠 보내기’ 캠페인
대학생·시민단체 등 기부·봉사 약속 잇따라
대학생·시민단체 등 기부·봉사 약속 잇따라
“월드컵 평화정신 알릴것”
“월드컵이 있는 단 일주일만이라도 전쟁을 멈춰주세요.”
2005년 코트디부아르가 건국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을 때, 축구 국가대표 선수 디디에 드로그바가 한 호소다. 2006년 6월 월드컵이 열린 한달 동안 거짓말처럼 코트디부아르의 총성은 한달 동안 멈췄고, 2007년 10년 넘게 지속되던 내전은 끝이 났다. 디디에 드로그바, ‘축구’로 세상을 바꿨다.
“대한민국의 붉은악마도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붉은 셔츠 한장으로 기적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광고기획·제작 일을 하던 조맹섭(32)씨 등 4명의 청년들이다. 이들은 캠페인 단체 ‘포유앤포미’(foryounforme.com)를 만들고, 거리 응원에서 사용된 붉은 셔츠를 아프리카로 보내자는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했다. 국내 정상급 광고대행사를 그만두고 캠페인에 나선 조씨는 “축제가 끝나고 붉은 셔츠를 옷장에 넣을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진짜 기적’을 만들어 볼 것”이라며 “우리가 보내는 셔츠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모자와 옷이 되어 그들의 생명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은 월드컵 응원 문화가 이미지 홍보를 하려는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분위기를 바꾸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4년마다 광장으로 모여드는 시민들과 회사를 홍보하려는 기업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한바탕 ‘난장’이 벌어지지만, 축제는 이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광고제작일을 하던 김도형(34)씨는 “광고일을 하다 보니 광고주들의 공익 캠페인 목표가 ‘변화’가 아닌 ‘이미지 홍보’라는 게 뚜렷하게 보였다”며 “월드컵 응원 역시 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한국 승리’라는 구호에 매몰돼 응원이 끝나면 허탈감만 커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캠페인을 통해 다른 형태의 응원물결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캠페인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은 ‘티셔츠의 기적’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고, 트위터(@forun4me)를 통한 홍보도 시작했다.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트위터를 본 대학생 40여명이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이들을 찾아왔다. 이들은 거리에 나가 붉은 셔츠를 기부하겠다는 약속의 사인을 받을 예정이다. 12일 그리스와 한국의 첫 경기 때는 시청광장에서 100여명이 플래시몹도 선보인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도 “열정의 소산인 붉은 셔츠가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평화를 추구하는 월드컵 정신이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캠페인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유앤포미는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티셔츠 보내기’ 응원 물결이 전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산(27)씨는 “붉은 셔츠뿐 아니라 네덜란드의 오렌지 셔츠와 일본의 파란 셔츠가, 아르헨티나의 하늘색 티셔츠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가장 먼저 아프리카에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페인을 통해 모인 티셔츠는 국제 구호단체를 통해 아프리카로 전달된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붉은셔츠를 아프리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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