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이 12일 저녁 아름다운가게 안국점에서 ‘오필승코리아 나눔 베팅’ 행사를 열어, 참가자들이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이색 응원전 뜨거운 밤
12일 밤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붉은 악마’는 무려 100만여명이었지만, 이날 밤 거리가 아닌 전국 곳곳에서는 또다른 형태의 응원이 펼쳐졌다. 일터를 지키며 응원했던 이들, 응원의 열기에 나눔의 뜻을 담아보려는 이들, 잠시 자신의 시름을 잊고 온 마음으로 승리를 기원한 이들이 있었다. 장소도, 방법도 달랐지만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는 열정만큼은 비 내리는 광장으로 나선 이들보다 작지 않았다.
아름다운재단 ‘나눔베팅’ 행사
■ 의미를 담아 “대~한민국” 후반 7분 박지성 선수의 ‘쐐기골’로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최아무개(37)씨가 일어섰다. 경기 시작 전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으면 5만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최씨는 지갑에서 선뜻 5만원을 꺼내 스크린 앞에 마련된 기부함에 넣었다. 최씨는 “골을 넣어 기분 좋고, 이 돈이 소외 어린이의 체육 지원사업에 쓰인다니 뿌듯하다”고 활짝 웃었다.
최씨는 이날 아름다운재단이 아름다운가게 안국점 앞 테라스에서 주최한 ‘오 필승코리아 나눔베팅’ 이벤트에 참여해 경기를 지켜봤다. 참가자들은 경기 시작 전 경기 결과나 선수의 골득점 등에 베팅을 하고, 베팅 결과를 맞히면 앞서 약속한 돈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기부된 돈은 아름다운재단이 선정한 15개 단체의 아동·청소년 스포츠 활동 지원사업에 사용된다.
정천식(23·경희대 정치외교학2)씨는 이날 낮 충남 아산의 내이랑 정보화마을을 찾아 뽕나무 밭에서 오디를 따고 저녁엔 마을에 마련된 스크린 앞에서 주민들과 함께 대표팀을 응원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정씨는 “여행객과 지역주민 300여명이 모여 응원을 했는데, 열기가 정말 뜨거웠고 마을 주민들도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날 응원은 희망제작소가 아산의 내이랑 정보화마을과 함께 마련한 ‘오디 따고 응원도 하고’라는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행사를 기획한 박종범(31·정보화마을운영사업단)씨는 “월드컵 응원이 도시만의 축제라는 인식이 강한데, 월드컵 응원을 매개로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자리를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수감자 5만여명도 한목소리 ■ 마음만은 광장에서 “대~한민국” 광장에 나갈 수 없는 처지지만 응원 열기만큼은 ‘붉은 악마’에 뒤지지 않은 이들이 많았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강아무개(26)씨는 ‘월드컵 특수’를 맞아 매장을 떠날 수 없었다. “2002년에는 고3이라서, 2006년에는 군대에 있어서 거리응원을 못 했는데, 이번에는 일을 해야 하네요.” 대신 그는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았다. 편의점에서 무선 인터넷망이 잡히는 곳에 스마트폰을 놓아두고 ‘눈치 응원’을 했다. 강씨는 “첫 골 장면은 잠시 화면이 끊겨서 놓쳤고, 두 번째 골은 매장에 물품을 나르다가 놓쳤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경기를 봐서 다행이고, 한국팀이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병원과 교도소 등에서도 함성이 울려퍼졌다. 환자복 대신 붉은 티셔츠를 입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입원 환자 80여명은 이날 저녁 병원 3층 로비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환자들은 붉은 악마 머리띠와 가면 등을 준비해 잠시나마 병고를 잊고 환하게 웃었다. 교도소 수형자들도 이날만큼은 마음 놓고 응원의 함성을 질렀다. 법무부는 전국 36개 교도소와 11개 구치소의 5만여명 수형자에게 경기 시청을 허용했다. 규정상 수형자들은 밤 9시에 불을 끄고 취침해야 하지만 이날은 9시 이후에도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부터 하안거에 들어간 법보사찰 합천 해인사와 불보사찰 양산 통도사 등 주요 사찰 스님들도 이날 텔레비전 앞에 모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조선업체, 그리스 선주들과 응원
■ 한국인-그리스인 함께한 응원 조선업체들은 주문한 선박 건조 과정을 감독하러 한국에 와 있는 그리스 선주, 감독관들과 어우러진 ‘공동 응원전’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시 동구 울산현대축구단 클럽하우스 앞 광장에 그리스 고객 및 회사 임직원 가족 150여명을 초청했다. 경기 관람에 앞서 승부차기 경기를 벌이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도 경남 진해시 회사 안 마린센터에서 그리스 선주 30여명과 임직원들이 모여 맥주 파티를 즐겼다.
뜨거운 응원 열기는 하늘과 바다에서도 이어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경기 시간 동안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에게 주요 경기 결과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경기국제보트쇼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화성 전곡항에서는 요트대회에 출전한 외국인 선수들이 요트를 타고 응원전을 펼쳤다. 2대의 요트에 나눠탄 선수들은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붉은 티셔츠를 입고 태극전사의 승리를 기원했다.
이승준 황춘화 황예랑 기자 gamja@hani.co.kr
충남 아산의 내이랑 정보화마을에서 열린 ‘오디 따고 응원도 하고’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신나는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내이랑마을 제공
수감자 5만여명도 한목소리 ■ 마음만은 광장에서 “대~한민국” 광장에 나갈 수 없는 처지지만 응원 열기만큼은 ‘붉은 악마’에 뒤지지 않은 이들이 많았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강아무개(26)씨는 ‘월드컵 특수’를 맞아 매장을 떠날 수 없었다. “2002년에는 고3이라서, 2006년에는 군대에 있어서 거리응원을 못 했는데, 이번에는 일을 해야 하네요.” 대신 그는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았다. 편의점에서 무선 인터넷망이 잡히는 곳에 스마트폰을 놓아두고 ‘눈치 응원’을 했다. 강씨는 “첫 골 장면은 잠시 화면이 끊겨서 놓쳤고, 두 번째 골은 매장에 물품을 나르다가 놓쳤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경기를 봐서 다행이고, 한국팀이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병원과 교도소 등에서도 함성이 울려퍼졌다. 환자복 대신 붉은 티셔츠를 입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입원 환자 80여명은 이날 저녁 병원 3층 로비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환자들은 붉은 악마 머리띠와 가면 등을 준비해 잠시나마 병고를 잊고 환하게 웃었다. 교도소 수형자들도 이날만큼은 마음 놓고 응원의 함성을 질렀다. 법무부는 전국 36개 교도소와 11개 구치소의 5만여명 수형자에게 경기 시청을 허용했다. 규정상 수형자들은 밤 9시에 불을 끄고 취침해야 하지만 이날은 9시 이후에도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부터 하안거에 들어간 법보사찰 합천 해인사와 불보사찰 양산 통도사 등 주요 사찰 스님들도 이날 텔레비전 앞에 모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 임직원들이 경남 진해시 회사 마린센터에 그리스 선주 30여명을 초청해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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