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검찰서 내사했는데도 상부에 공식보고 안해
자체감사도 부실…서울청, 첩보받고도 후속조처 없어
자체감사도 부실…서울청, 첩보받고도 후속조처 없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6일 피의자를 고문한 곳으로 지목한 양천경찰서가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검찰의 독직폭행 혐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두 달가량 상부에 이런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17일 드러났다.
또 양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 관련 첩보를 전달받은 서울지방경찰청도 적극적으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서지 않아, 이번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식 양천경찰서장(대기발령)과 이해식 형사과장(대기발령)은 서울남부지검 감찰팀이 지난 4월2일 피의자 고문·가혹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유치장 감찰을 하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자료를 요구했는데도, 이를 서울지방경찰청 등 상부에 제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해식 과장이 서울지방경찰청에 공식 보고를 한 것은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시점인 인권위 발표 전날(6월15일)이었다.
이 과장은 이날 “해당 경찰관들이 모두 독직폭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데, 상부에 마치 뭐가 있는 것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며 “위에서 감찰 조사를 한다며 다 헤집으면, 외부에 진짜 사실인 것처럼 비춰질까봐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권위가 직접 증거도 없이 ‘한탕주의’로 그런 발표를 했다”며 인권위 발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은식 서장도 이 과장한테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철저히 조사하라”는 구두지시만 하는 데 그쳤다. 경찰 직제상 독직폭행 등 경찰관 비위 사건은 청문감사관과 해당 부서장이 상부에 각각 보고하게 돼 있는데도, 양천경찰서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번 사실을 인권위 발표 직전에야 제대로 전해들은 것으로 안다”며 “강 청장이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서 자체 조사도 부실했다. 이상원 청문감사관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담당 경찰관들을 불러 무슨 일인지 물었다”며 “경찰관들이 (아니라고) 펄쩍 뛰기에, 동향 파악만 하고 첩보 형식의 간단한 문건을 상부에 보고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고를 받은 서울지방경찰청은 별다른 후속 지시를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이유로 내부 조사를 아예 접은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관련 참고인들을 불러 수사에 속도를 내는 한편, 해당 강력팀 사무실을 녹화한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도 확보해 분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렬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는 “동영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인권위에서 구체적인 자료가 도착하면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 간부도 “독직폭행 사건은 성폭력 사건처럼 피해자들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을 둔다”며 “매우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문제가 된 강력팀 사무실의 시시티브이 카메라는 근처 창문을 열면 가려지게 돼 있어, 시시티브이를 모니터하는 상황실에서 사무실 내부를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고 전했다.
한편, 대기발령 조처된 정은식 양천경찰서장의 후임에는 이재열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장이 임명돼 이날 취임했다. 전진식 기자, 손준현 선임기자 seek16@hani.co.kr
한편, 대기발령 조처된 정은식 양천경찰서장의 후임에는 이재열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장이 임명돼 이날 취임했다. 전진식 기자, 손준현 선임기자 seek1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