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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하나 돼 즐기는게 좋아” 새벽 광장에 모였다

등록 2010-06-23 19:18수정 2010-06-23 22:43

한국 축구대표팀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인 23일 새벽 4시30분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아파트 단지의 여러 집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김태형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한국 축구대표팀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인 23일 새벽 4시30분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아파트 단지의 여러 집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김태형 김명진 기자 khan@hani.co.kr
잠 잊은 직장인·교복 싸온 고교생 등
광장으로 모여들며 어울림 한마당
“거리응원 하나의 거대한 놀이가 됐다”
23일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택시기사 맹희준씨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여의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차하기 편한 여의도 한강공원에 차를 대고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을 보기 위해서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하나 될 기회가 있습니까? 일할 시간이기는 하지만 저도 국민이잖아요.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3시20분께 서울광장과 그 주변 대형 전광판에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 나오자 “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 경기 직전까지만 해도 붐볐던 주변 편의점과 노점상에선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요일 새벽 경기가 직장인, 중고등학생들에게 부담스러울 만도 하지만 22일 저녁부터 사람들은 하나둘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22일 오후 6시 500명으로 출발한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의 응원 인파는 경기 시작 때 7만7500여명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구 한전 앞 영동대로에서도 6만여명이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경찰청은 이날 새벽 서울에서만 26만6500여명이 잠을 잊고 거리로 나온 것으로 집계했다.

어떤 이들은 ‘마지막 경기일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에, 또 어떤 이들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하나된 충만감’을 느끼려고 광장에 나왔다고 했다.

경기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광장에선 “와~” 하는 함성과 “아…” 하는 탄식이 번갈아 파도를 탔다.

연신 “골! 골! 골!”을 외치던 직장인 신윤철(25)씨는 “이번에 지면 다시는 이런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며 “제 하루와 이 경기를 맞바꿨다”고 말했다. 아예 교복을 싸들고 나온 현준호(18·우신고3)군은 “고3이라서 경기 뒤 곧바로 학교에 가야 하지만, 부모님도 ‘이기면 봐주겠다’고 흔쾌히 허락해 같은 반 친구들과 나왔다”고 말했다.

집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이정수 선수의 동점골이 터지자마자 트위터로 친구들을 모아 서울광장에 나온 라보람(26·중앙대 체육교육4)씨는 “우리가 언제 이렇게 한마음으로 하나만 바라본 적이 있느냐”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라씨는 “천안함 사건이나 6·2 지방선거 때문에 속상한 일들이 많았는데, 이렇게라도 어울려 놀 기회가 없다면 국민 모두가 지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응원은 2002년 월드컵 이후 4년마다 맞는 축제로 자리잡은 셈이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대표팀은 우리 내부의 여러 갈등을 초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응원 자체에 사회적 갈등을 푸는 요소가 있다”며 “거리응원에 나서는 적극적인 행위자들의 목소리가 사회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스포츠사회학)는 “거리응원은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한편, 우리가 즐기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놀이가 됐다”며 “평소 통제됐던 거리나 광장이 응원할 때만큼은 자유롭게 개방되기 때문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민경 이승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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