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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월드컵은 나에게 □ 였다

등록 2010-06-27 19:50수정 2010-06-28 10:53

<b>와~ 아~ 극과극 오간 한밤</b>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26일 밤 붉은 악마들은 극과 극을 오갔다. 이청용 선수의 동점골에 기뻐하는 반포 한강시민공원 시민들의 표정(왼쪽)과, 우루과이의 추가 득점에 안타까워하는 서울광장 시민들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박종식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와~ 아~ 극과극 오간 한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26일 밤 붉은 악마들은 극과 극을 오갔다. 이청용 선수의 동점골에 기뻐하는 반포 한강시민공원 시민들의 표정(왼쪽)과, 우루과이의 추가 득점에 안타까워하는 서울광장 시민들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박종식 김명진 기자 anaki@hani.co.kr
생애 최초 장사나선 취업준비생 김씨 ‘도전’
친구·교수와 함께 춤춘 무용학도 오씨 ‘무대’
한국팀 이기면 일느는 편의점 강씨 ‘딜레마’
한바탕 흥겨운 축제가 끝났다.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26일 밤 전국 219곳 101여만명이 거리를 메웠다. 축제는 광장뿐 아니라, 집 앞 호프집과 통닭이 놓인 거실에서도 열렸다.

26일 밤 서울광장에서 만난 장원재(36)씨에게 월드컵은 “가족과 보낸 즐거운 시간”으로 남았다. 장씨는 이날 임신한 부인과 다빛(3), 예빛(2) 두 아들을 데리고 광장에 나왔다. 가족이 모두 빨간 티셔츠를 예쁘게 차려입었고, 아빠는 두 아들이 탄 유모차를 밀었다. 열혈 청소년 심한구(17)군에게 이번 월드컵은 “아쉬움”이었다. 심군은 경기가 끝난 뒤 “광장까지 지저분하면 더 우울할 것 같다”며 친구들과 청소를 시작했다.

6월 한 달 동안 ‘열병’을 앓았던 이들에게 월드컵은 어떤 의미였을까.

■ 나에겐 ‘도전’이었다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사를 했어요.” 김동신(25)씨는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 때 서울 영동대로에서 즉석 사진을 찍어주고 1천원을 받는 장사를 했다. 경기 군포 집에서 필름 500장을 준비해 오후 2시부터 자리를 잡았고, 250장쯤 팔았다. 이익은 남지 않았지만 김씨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팔기 위해 ‘세상에 하나뿐인 사진을 드립니다’란 문구도 만들고, 애초 계획했던 사진값 2천원을 1천원으로 내리는 ‘큰 결정’도 해봤다.

지난 2월 졸업 뒤 취업을 준비 중인 김씨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도전’이란 말을 마음에 품었다. “대표팀이 어려워보였던 16강에 올라간 것도, 그리고 8강 문턱에서 좌절하는 것도 봤잖아요. 이번 경험이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고 취업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 나에겐 ‘무대’였다 “춤추는 사람들이니까, 다같이 응원하며 춤을 춘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서울종합예술학교 무용예술학부 1학년 오광석(19)씨에게 이번 월드컵은 ‘무대’였다.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 때 그는 학교 친구들과 서울 영동대로에서 ‘스트리트 댄스 플래시몹’을 했다. 한 사람이 춤을 시작하면 하나둘 사람들이 합류해 몸을 흔들었다. 오씨는 “무용예술학부가 주축이 되고 교수님과 친구들이 의기투합했는데, 결국 몇백명이 같이 어울리는 큰 판을 만들어냈다”며 “4년 뒤엔 앰프 들고 나가 거리를 더 큰 무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나에겐 ‘딜레마’였다 편의점 직원 강영구(26)씨는 월드컵 예선 세 경기를 모두 일터에서 스마트폰으로 띄엄띄엄 봤다. “손님들은 밀려들지, 맥주는 계속 동이 나고 정말 정신 없었어요. 골 장면 놓치기가 다반사였죠.”

강씨는 “이번 월드컵이 ‘딜레마’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전으로 16강 진출이 확정된 뒤 강씨는 “16강 가는 건 좋았는데, ‘한 경기를 더하면 또 고생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2002년엔 고3 수험생으로, 2006년에는 군대에 있어 월드컵을 마음 편히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다음 월드컵 때는 아무 걱정없이 호프집에서 맥주 마셔가며 경기를 보고 싶다”면서 “그때는 우리 대표팀이 꼭 8강 이상 올라가야 한다”며 웃었다.


이승준 송채경화 김민경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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