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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SSM탓 예전의 10%도 못벌어”…쌀집·과일집도 “폐업”

등록 2010-12-17 08:52수정 2010-12-17 18:27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40년째 정육점을 하고 있는 방아무개씨가 16일 오후 자신의 가게에서 최근 동네에 문을 연 기업형슈퍼마켓의 할인행사 전단을 펼쳐보이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40년째 정육점을 하고 있는 방아무개씨가 16일 오후 자신의 가게에서 최근 동네에 문을 연 기업형슈퍼마켓의 할인행사 전단을 펼쳐보이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반경 100m안 2년새 마트 3개 들어서
“IMF때보다 힘들어” “24시간영업 말라”
수천만원 권리금 날리고 쫓겨나기도
서울 혜화동에선 채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반경 100m 남짓한 거리를 두고 3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서, 지역 상인들이 철저히 무너졌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1년 뒤인 지난 5월 50m 떨어진 아남아파트 1층에 홈플러스보다 3배가량 큰 ‘홈베이스마켓’이 들어왔다. 지난 10월에는 길 건너에 ‘롯데마이슈퍼’가 가세했다.

16일 만난 홈플러스 맞은편 ‘ㅎ정육점’의 주인 방아무개(55)씨는 대뜸 냉동고에서 ‘후지’(돼지 엉덩이)를 꺼냈다. “돼지 한 마리를 경매에서 사오면 삼겹살 등은 소비자에게 팔고, 후지 같은 비인기 부위는 주변 가게에 팔아 이윤을 맞췄거든. 그런데 주변 가게들도 이젠 마트에 가서 고기를 사니까 이렇게 그대로야.”

지난달 11일 구입한 암퇘지는 검은빛을 띠며 냉동고에 걸려 있었다. 방씨는 “요즘엔 삼겹살만 도매로 사서 파는데 이마저도 홈플러스 때문에 팔리지 않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기업형슈퍼마켓을 포함해 이 일대에 정육을 취급하는 곳만 7곳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40년 동안 2대째 정육점을 해온 방씨는 “1997년 외환위기 때도 하루 70만원은 팔았는데, 지금은 5만원 팔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ㅎ정육점 주변에는 폐업을 준비하는 가게만 3곳이다. 1976년부터 쌀과 과일을 팔아온 ‘삼덕상회’는 이날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마수걸이’조차 하지 못했다. 가게엔 몇달 전부터 혹시나 싶어 ‘빅사이즈’ 여성 의류도 들여놨지만 신통치 않다. 삼덕상회 주인 김아무개씨는 지난 12일 ‘화물운송종사 자격시험’을 봤다. 그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시험을 봤는데 2.5점 차이로 떨어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미래 공인중개사’ 간판을 걸고 과일·야채를 파는 임영옥(45)씨도 2~3달 전 가게를 내놨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한창 좋을 때 하루 매출이 150만원이던 가게는 요즘은 매출이 10만원이 안 된다. 결국 생활비는 남편이 청소대행업을 해서 충당하고 있다. 그 옆 작은 슈퍼인 ‘해명할인마트’도 1년 전 가게를 내놨다.

안간힘을 써보지만 쉽지 않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인근의 ‘우리할인마트’ 사장 김종열(51)씨는 “영업시간을 밤 12시에서 새벽 1시30분으로 늘렸지만, 예전 매출의 50%가 안 된다”며 “대형 슈퍼의 문을 닫으라는 소리 안 할 테니 제발 24시간 영업만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 건너 ‘아림사문구’ 사장은 “마트에서 뭘 파나 ‘답사’를 갈 정도로 민감해졌다”고 했다.

홈플러스가 지역 상권을 흔든 뒤 1년 만에 홈베이스마켓이 문을 열면서 10여년 전부터 이 지역에 있었던 ‘아남마트’는 문을 닫았지만, 다섯달 만에 롯데마이슈퍼가 가세하면서 대형업체끼리 ‘제 살 깎기’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김장세일’ ‘고객성원 사은세일’ 등 덤핑 세일이 계속됐고, 홈플러스는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영세한 가게들만 더 극한적인 상황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관련 영상] <길거리 리포트> ‘통큰 치킨’ 끝나지 않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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