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108일째 발동동…상황실도 없어 정부 방치에 분통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남편이 탄 선박은 왜 방치하는 건가요?”
24일로 108일째 소말리아 해적들한테 억류돼 있는 금미305호(241t) 선장 김대근(55·부산 사하구 감천동)씨의 아내는 정부의 무관심을 성토했다. 김 선장의 아내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인을 태운 한국 국적의 선박이 납치됐는데도 지금까지 정부에 상황실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 아내는 2007년 5월 케냐 몸바사항을 출발해 예멘으로 가던 탄자니아 선적 선박이 납치되자 당시 탑승한 한국인 선원 4명을 구출하려고 정부가 상황실을 꾸렸던 것을 예로 들었다.
선장 김씨는 지난해 9월 아프리카 해역으로 떠났다가 10월9일 케냐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한테 납치됐다.
납치 당시 금미305호에는 김 선장과 김용현(68) 기관장, 중국인 2명, 케냐인 39명 등 43명이 타고 있었다. 김씨 등은 소말리아 해적 본거지인 하라르데레항에서 3㎞가량 떨어진 해상으로 끌려가 억류돼 있다.
해적들은 김 선장 등을 석방하는 대가로 60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금미305호의 열악한 재정 형편을 듣고는 60만달러로 낮췄다.
하지만 몸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21일 한국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한테 납치당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려고 해적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때문이다. 김씨 등의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질수록 해적들이 인질 몸값을 더 올려 요구할 수 있다.
선원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 선장의 아내는 “한국 해군이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때 해적 일부를 사살하며 소탕한 이후 해적들이 ‘앞으로 한국 선박을 납치하면 몸값을 요구하지 않고 배를 불태우고 선원을 살해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걱정”이라며 애를 태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금미호 선원들과 관련해 “현재 몸값 협상을 하고 있고 선원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선원들을 안전하게 구해오도록 여러 경로로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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