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오해와 진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무상복지 오해와 진실 ⑤ 복지가 경제성장 발목 잡나
북유럽 성장률 80년대까진 부침 심했지만
90년대 이후부턴 미국 등에 앞서거나 비슷
세제·복지 프로그램 현명한 조합이 비결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복지 확대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한다. 높은 조세부담률을 전제로 하는 복지지출이 기업 투자 의욕과 개인의 노동 공급을 감소시켜 결국 전체 경제 규모를 늘리는 데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현실적 증거는 없다. 26일 <한겨레>가 주요 선진국의 복지정책을 보편적 복지(북유럽형), 선별적 복지(자유주의형), 보수·조합주의(유럽대륙형) 등 세 유형으로 나눠, 1980년부터 2008년까지 경제성장률 추이를 비교 분석해보니, 보편적 복지국가들이 선별적 복지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세 유형은 사회복지학계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에스핑 안데르센’의 분류체계를 따라 구분했다. 보편적 복지형은 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자유주의형은 미국·스위스·오스트레일리아·일본·캐나다, 보수·조합주의형은 독일·벨기에·오스트리아·이탈리아·프랑스 등이다. 복지 확대가 성장에 해로울 것이라는 주장은 서구에서도 논쟁거리였다. 1950년대 초반 이런 논쟁이 일었으나, 복지국가들의 ‘공공사회지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은 1960년 국내총생산(GDP)의 10%, 70년에 15%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1973년 오일쇼크 때까지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함께 누렸다. 오일쇼크로 성장이 둔화하자, ‘복지국가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복지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확대됐고, 성장도 일시적 부침은 있었으나 계속됐다.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을 분석해보니, 보편적 복지형 5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구매력평가(PPP) 기준)은 선별적 복지 5개국과 엇비슷했고, 보수·조합주의형보다는 높았다. 보편적 복지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80년대 6.15%로 선별적 복지국(6.84%)보다 낮았으나, 90년대에는 보편적 복지국(4.19%)이 선별적 복지국(3.92%)보다 더 높았다. 2000~2008년에는 보편적 복지국이 연 4.18%로 선별적 복지국(4.19%)과 거의 비슷했다. 보수·조합주의형 국가의 성장률은 80년대 5.78%, 90년대 3.64%, 2000년대 3.61%였다. 세 유형의 대표국인 스웨덴, 미국, 독일을 분석해도 추세는 비슷하다. 스웨덴은 80년대 연평균 6%에 이르던 성장률이 90년대 초 통화관리 실패와 자산거품 붕괴로 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연 3.53%로 낮아졌으나 2000년대 연 4.47%로 성장을 회복했다. 특히 2000년대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 4.17%를 추월했다. 독일은 시기별로 5.63%, 3.66%, 3.4%를 각각 기록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보편적 복지가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오히려 1990년대 이후 보편적 복지국의 성장률이 더 높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세계화와 지식기반 경제체제에선 보편적 복지가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이들 국가는 세제와 복지 프로그램을 성장친화적으로 설계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예컨대 스웨덴의 경우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으려고 법인세율(26%)은 미국(35%)보다도 낮게 매긴다. 반면에 근로·자산소득, 소비세, ‘죄악세’(술·담배) 등에는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 놀고먹는 이른바 ‘복지병’을 억제하고자 실업수당도 직업훈련 참여를 조건으로 다는 등 근로 인센티브와 연계시킨다. 인적자본 투자 강화는 지식기반 경제에선 생산성을 높인다. 복지지출 항목 가운데 보건(보육 포함),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실업 관련 지출은 인적자본 축적 등에 기여해 ‘직접적 투자’ 지출로 여겨진다. 노령·유족·장애·가족·주거·기타(공적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공적부조 포함)는 ‘보험적, 간접적 투자’ 성격을 갖고 있다. 이는 인적자원 투자 촉발, 사회통합 등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통해 성장에 기여한다.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는 저서 <코먼웰스>(공동의 부)에서 “사실이 아니라 이념이 논쟁을 지배하고 있다”며 “두터운 사회안전망이 미래에 대한 믿음을 보장하고 사람들에게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를 직시하면 선택지가 미국의 자유시장 이데올로그들이 강변하는 것만큼 그렇게 뻔한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며 “자본주의는 높은 수준의 소득, 성장, 혁신과 높은 수준의 사회적 보호를 결합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북유럽이 그 일을 해냈고, 그 경험이 다른 나라들의 선택에 꽤 밝은 빛을 비춰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90년대 이후부턴 미국 등에 앞서거나 비슷
세제·복지 프로그램 현명한 조합이 비결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복지 확대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한다. 높은 조세부담률을 전제로 하는 복지지출이 기업 투자 의욕과 개인의 노동 공급을 감소시켜 결국 전체 경제 규모를 늘리는 데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현실적 증거는 없다. 26일 <한겨레>가 주요 선진국의 복지정책을 보편적 복지(북유럽형), 선별적 복지(자유주의형), 보수·조합주의(유럽대륙형) 등 세 유형으로 나눠, 1980년부터 2008년까지 경제성장률 추이를 비교 분석해보니, 보편적 복지국가들이 선별적 복지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세 유형은 사회복지학계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에스핑 안데르센’의 분류체계를 따라 구분했다. 보편적 복지형은 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자유주의형은 미국·스위스·오스트레일리아·일본·캐나다, 보수·조합주의형은 독일·벨기에·오스트리아·이탈리아·프랑스 등이다. 복지 확대가 성장에 해로울 것이라는 주장은 서구에서도 논쟁거리였다. 1950년대 초반 이런 논쟁이 일었으나, 복지국가들의 ‘공공사회지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은 1960년 국내총생산(GDP)의 10%, 70년에 15%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1973년 오일쇼크 때까지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함께 누렸다. 오일쇼크로 성장이 둔화하자, ‘복지국가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복지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확대됐고, 성장도 일시적 부침은 있었으나 계속됐다.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을 분석해보니, 보편적 복지형 5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구매력평가(PPP) 기준)은 선별적 복지 5개국과 엇비슷했고, 보수·조합주의형보다는 높았다. 보편적 복지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80년대 6.15%로 선별적 복지국(6.84%)보다 낮았으나, 90년대에는 보편적 복지국(4.19%)이 선별적 복지국(3.92%)보다 더 높았다. 2000~2008년에는 보편적 복지국이 연 4.18%로 선별적 복지국(4.19%)과 거의 비슷했다. 보수·조합주의형 국가의 성장률은 80년대 5.78%, 90년대 3.64%, 2000년대 3.61%였다. 세 유형의 대표국인 스웨덴, 미국, 독일을 분석해도 추세는 비슷하다. 스웨덴은 80년대 연평균 6%에 이르던 성장률이 90년대 초 통화관리 실패와 자산거품 붕괴로 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연 3.53%로 낮아졌으나 2000년대 연 4.47%로 성장을 회복했다. 특히 2000년대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 4.17%를 추월했다. 독일은 시기별로 5.63%, 3.66%, 3.4%를 각각 기록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보편적 복지가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오히려 1990년대 이후 보편적 복지국의 성장률이 더 높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세계화와 지식기반 경제체제에선 보편적 복지가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이들 국가는 세제와 복지 프로그램을 성장친화적으로 설계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예컨대 스웨덴의 경우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으려고 법인세율(26%)은 미국(35%)보다도 낮게 매긴다. 반면에 근로·자산소득, 소비세, ‘죄악세’(술·담배) 등에는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 놀고먹는 이른바 ‘복지병’을 억제하고자 실업수당도 직업훈련 참여를 조건으로 다는 등 근로 인센티브와 연계시킨다. 인적자본 투자 강화는 지식기반 경제에선 생산성을 높인다. 복지지출 항목 가운데 보건(보육 포함),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실업 관련 지출은 인적자본 축적 등에 기여해 ‘직접적 투자’ 지출로 여겨진다. 노령·유족·장애·가족·주거·기타(공적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공적부조 포함)는 ‘보험적, 간접적 투자’ 성격을 갖고 있다. 이는 인적자원 투자 촉발, 사회통합 등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통해 성장에 기여한다.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는 저서 <코먼웰스>(공동의 부)에서 “사실이 아니라 이념이 논쟁을 지배하고 있다”며 “두터운 사회안전망이 미래에 대한 믿음을 보장하고 사람들에게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를 직시하면 선택지가 미국의 자유시장 이데올로그들이 강변하는 것만큼 그렇게 뻔한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며 “자본주의는 높은 수준의 소득, 성장, 혁신과 높은 수준의 사회적 보호를 결합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북유럽이 그 일을 해냈고, 그 경험이 다른 나라들의 선택에 꽤 밝은 빛을 비춰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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