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쌍용차 노동자 치유 나선 정혜신 박사
정혜신(사진) 정신과 전문의가 지난 3월26일 ‘쌍용차 노동자 집단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꺼낸 첫마디는 “미안합니다”였다. 이날 평택시청에서 만난 13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이야기했다. “자살하는 꿈을 꾸고 일어나 앉아 울고 있으니 남편도 일어나 함께 울었다”, “정신을 퍼뜩 차려보니 넥타이로 목을 매고 있었다”, “자꾸만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하루 종일 이어진 상담은 눈물바다였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며 노동자들이 서로를 붙잡고 울면 ‘이제야 와서 미안한’ 의사도 함께 울었다.
오랫동안 고문 피해자들을 위한 집단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 정혜신씨는 “이들의 고통은 근원이 같다”고 말했다. “고문 피해자들은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려 모진 고문을 당하고 집에 돌아온 다음에도 위로는커녕 주위 사람들에게 빨갱이 취급을 당하곤 했다”며 “쌍용차 노동자들은 거대한 구조조정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도 사회적인 위로는커녕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고 있고 그 점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정혜신씨는 지난 2월 쌍용차 노조 조합원 임아무개(44)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치유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평택으로 달려왔다. 쌍용차 노동자·가족의 12번째 죽음이었다. 임 조합원의 아내는 이미 지난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씨는 “감당할 수 없는 재앙적 상황에 노출됐던 만큼 이들의 죽음은 모두 예측 가능했다”며 “현재도 어느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치유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정혜신씨는 트위터에 쌍용차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올리며 누리꾼들에게 ‘퍼나르기’를 요청한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무릎을 꺾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회의 무관심”이라며 “세상에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을 알려 이들이 숨이라도 한번 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주의 상담이 끝나고 난 뒤 이들의 고통을 생생히 녹여낸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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