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국민들은 1년에 진료비로 900크로나(15만원), 약값도 1800크로나(32만원) 이상은 내지 않는다. 스톡홀름 중심가에 있는 약국에서 사람들이 약을 사고 있다.
총액계약제·포괄수가제가
안정적 재정 유지 큰 구실
의료질 유럽 31개국 중 5위
장기간 진료대기는 숙제
안정적 재정 유지 큰 구실
의료질 유럽 31개국 중 5위
장기간 진료대기는 숙제
의료비 GDP 9%대 유지
스웨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1년에 진료비와 약값을 합해 최대 2700크로나(47만5000원)를 넘지 않는다. 본인부담 수준만 보면 사실상 무상의료에 가깝다. 스웨덴의 의료시스템이 재정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여기서 나온다. 실제 민주당이 무상의료 정책을 내놨을 때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는 “의료비는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결국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스웨덴의 재정은 어떤 상태일까?
■ 총액계약·포괄수가로 재정 안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2010년)를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스웨덴의 국민의료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9.4%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9%)보다는 조금 높은 수치다. 1980년 9%였던 이 비중은 1990년 8.3%, 2000년 8.4%, 2003년 9.4%, 2005년 9.1%를 차지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높은 미국에선 1980년 8%였던 의료비 비중이 2008년엔 16%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는 의료비 비중이 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은 편이지만, 의료비 증가율은 3배 이상 높아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스웨덴이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진료비 지급제도인 총액계약제와 포괄수가제가 큰 구실을 했다. 총액계약제는 병원·의사 등 의료공급자와 ‘란드스팅’(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연간 진료비를 총액으로 계약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의료기관은 총액 한도 안에서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의 안정화를 기할 수 있다. 스웨덴은 여기에 병명에 따라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포괄수가제를 1997년부터 도입해 병원경영의 투명성도 높였다.
행위별 수가제 체계인 한국의 의사와 병원들은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두 제도를 모두 반대한다. 그러나 군넬 블롬그렌 스톡홀름 란드스팅 의료담당자는 이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두 제도를 시행하는 스웨덴의 경우 다양한 건강지표에서 의료의 질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간 의료서비스평가기관인 ‘의료소비자 파워하우스’가 실시한 ‘유로(EURO) 건강소비자 조사’(EHCI, 2008년) 보고서를 보면, 스웨덴은 의료의 질 평가에서 유럽 31개국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영아·암 사망률 등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에서 상당히 낮은 편이다.
■ 병가수당으로 생계 뒷받침 질병으로 노동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소득의 80%를 지원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 병가수당은 사회보험청에서 지급하는데, 재원은 세금과 고용주(소득의 6.71%)·자영업자(소득의 6.93%)들이 내는 의료보험으로 충당한다. 병가 8일째부터는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364일까지는 소득의 80%, 365일부터 550일까지는 75%를 지급한다. 장기 병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재활프로그램이 따라붙는다. 에바 쉴반데르 사회보험청 병가수당 담당자는 “재활을 통해 일할 능력이 생기면 다시 노동시장에 투입한다”고 말했다.
이런 촘촘한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는 스웨덴도 ‘대기시간’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응급환자는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지만, 만성질환 등 일반적인 환자들은 진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란드스팅은 ‘0-7-90-90’ 규칙을 실시하고 있다. 1차 의료접근은 즉시, 의학 검사가 필요한 일반의 진찰은 7일, 전문의 진료는 90일, 수술 따위의 치료는 90일 이내에 할 것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블롬그렌 란드스팅 의료담당자는 “의료기관의 대기시간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등 환자들이 좀더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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