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in]
등록금 알바 끝나지 않은 비극-이마트 황승원씨 죽음의 현장
등록금 알바 끝나지 않은 비극-이마트 황승원씨 죽음의 현장
어두침침한 형광등 조명 아래
냉동기·보일러가 빽빽한 공간
습기와 열기에 땀 맺히고 답답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곳
‘신발’이라 쓰인채 놓인 종이가
그들의 마지막자리를 기록할뿐 황승원(22)씨 등 4명이 질식해 숨진 자리는 출입문에서 불과 열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지난 2일 새벽 황씨와 동료들이 숨진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 안으로 <한겨레> 기자가 16일 오후 직접 들어가봤다. 기계실은 매장 1층 생선코너 옆의 작은 쪽문으로 들어가, 상품 하역장을 지나 미로처럼 생긴 통로를 지나면 나왔다. 기계실 문으로 내려가기 위해선 너비 1m가 안 되는 계단 8칸을 내려가야 했다. 흰색 페인트가 벗겨진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둑한 형광등 아래 놓인 육중한 흡수식 냉동기가 시야를 가로막았다. 동시에 반지하의 눅눅한 습기와 냉동기가 내뿜는 열기와 소음이 밀어닥쳤다. 기계실은 밝고 시원한 바깥 매장과는 사뭇 달랐다. 어둡고 후텁지근했다. 들어선 지 3분이 채 안 돼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고, 이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4m 높이 천장 쪽으로는 대각선으로 각각 흡기와 배기를 담당하는 환풍시설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기계실 공간에 비해 환기구는 작아 보였고 환기가 되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고 당시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환기 시스템은 자정 이후 시간을 두고 켜졌다 꺼졌다 한다”면서도 “당시 주검을 발견한 건물관리 용역업체 직원도 기계실에 들어갔다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기계실은 140㎡의 좁지 않은 크기였지만 3대의 냉동기와 보일러가 자리를 다 차지해 몸을 움직일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 냉동기 주변에선 작업자들이 남겨둔 것으로 보이는 목장갑과 쇼핑백들도 보였다. 2대의 냉동기 사이로 난 통로는 넓은 곳도 2m가 안 돼 양쪽으로 손을 뻗으면 벽이나 기계가 손에 닿았다. 이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왼쪽으로 보일러와 온수 탱크가, 오른쪽으로는 조립하다 만 터보냉동기가 있었다. 황씨와 동료들은 설치할 때 끼여 들어간 터보냉동기의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 숨졌다. 작업은 영업이 끝나 손님들이 다 빠진 밤 12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방홍근(35)씨와 남세현(37)씨는 터보냉동기와 벽면 사이 50㎝도 안 되는 틈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박기순(58)씨는 이들의 반대쪽 통로에 있었다. 황씨는 박씨와 출입구 쪽으로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통로에서 발견됐다. 황씨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겨우 열 걸음만 옮기면 됐다. 숨진 이들의 신발이 놓였던 자리를 표시하고자 경찰이 ‘신발’이라고 쓴 종이만이 그들의 마지막 자리를 기록하고 있었다.
사고 직후 남편의 죽은 자리를 확인한 남씨 부인 임다연씨는 “남편은 여름마다 땀띠와 알레르기를 달고 살았다. 남편이 이렇게 몸 가누기도 힘들고 숨쉬기도 힘든 곳에서 일하는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황씨를 고용했던 냉동기 수리업체 ‘오륜’의 직원들은 작업환경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륜 직원이자 박기순 사장의 형인 박정순씨는 “20년 넘게 냉동설비 보수 일을 해오며 여러 작업장을 다녀봤지만 이마트 탄현점처럼 열악한 곳은 처음 봤다”며 “기계실 내의 다른 가스가 냉매와 화학작용을 일으켜 질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일산경찰서 관계자는 “고용노동청, 가스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현장조사와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하는 데 앞으로도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까지 5000만원을 넘어선 세 사망자(동국대 일산병원에 안치된 황승원·남세현·박기순씨)의 장례식장 비용조차 누가 지불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고 있다. 결국 유족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발인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박태우 임지선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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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기·보일러가 빽빽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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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곳
‘신발’이라 쓰인채 놓인 종이가
그들의 마지막자리를 기록할뿐 황승원(22)씨 등 4명이 질식해 숨진 자리는 출입문에서 불과 열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지난 2일 새벽 황씨와 동료들이 숨진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 안으로 <한겨레> 기자가 16일 오후 직접 들어가봤다. 기계실은 매장 1층 생선코너 옆의 작은 쪽문으로 들어가, 상품 하역장을 지나 미로처럼 생긴 통로를 지나면 나왔다. 기계실 문으로 내려가기 위해선 너비 1m가 안 되는 계단 8칸을 내려가야 했다. 흰색 페인트가 벗겨진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둑한 형광등 아래 놓인 육중한 흡수식 냉동기가 시야를 가로막았다. 동시에 반지하의 눅눅한 습기와 냉동기가 내뿜는 열기와 소음이 밀어닥쳤다. 기계실은 밝고 시원한 바깥 매장과는 사뭇 달랐다. 어둡고 후텁지근했다. 들어선 지 3분이 채 안 돼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고, 이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4m 높이 천장 쪽으로는 대각선으로 각각 흡기와 배기를 담당하는 환풍시설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기계실 공간에 비해 환기구는 작아 보였고 환기가 되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고 당시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환기 시스템은 자정 이후 시간을 두고 켜졌다 꺼졌다 한다”면서도 “당시 주검을 발견한 건물관리 용역업체 직원도 기계실에 들어갔다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기계실은 140㎡의 좁지 않은 크기였지만 3대의 냉동기와 보일러가 자리를 다 차지해 몸을 움직일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 냉동기 주변에선 작업자들이 남겨둔 것으로 보이는 목장갑과 쇼핑백들도 보였다. 2대의 냉동기 사이로 난 통로는 넓은 곳도 2m가 안 돼 양쪽으로 손을 뻗으면 벽이나 기계가 손에 닿았다. 이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왼쪽으로 보일러와 온수 탱크가, 오른쪽으로는 조립하다 만 터보냉동기가 있었다. 황씨와 동료들은 설치할 때 끼여 들어간 터보냉동기의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 숨졌다. 작업은 영업이 끝나 손님들이 다 빠진 밤 12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방홍근(35)씨와 남세현(37)씨는 터보냉동기와 벽면 사이 50㎝도 안 되는 틈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박기순(58)씨는 이들의 반대쪽 통로에 있었다. 황씨는 박씨와 출입구 쪽으로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통로에서 발견됐다. 황씨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겨우 열 걸음만 옮기면 됐다. 숨진 이들의 신발이 놓였던 자리를 표시하고자 경찰이 ‘신발’이라고 쓴 종이만이 그들의 마지막 자리를 기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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