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원인 놓고 ‘신경전’
합동조사단 “방배동 래미안쪽…추가조사 계획”
국방부 “부대 아래쪽 150~200m 지점서 물 분출”
합동조사단 “방배동 래미안쪽…추가조사 계획”
국방부 “부대 아래쪽 150~200m 지점서 물 분출”
지난달 27일 발생한 서울 우면산의 산사태 10여갈래 가운데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아파트 쪽 산사태 흔적이 우면산 정상에 있는 공군부대 경계 부근에서 확인됐다. 래미안아파트 쪽을 덮친 산사태는 이 일대 주민 8명을 숨지게 하고 큰 재산 피해를 냈다. 지금까지 우면산 산사태 원인으로 거론된 절개지 관리 부실이나 생태공원 개발 여파 등과는 달리, 공군부대 시설 관리 부실이 산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서울시와 서초구의 공무원,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우면산 산사태 민관합동조사단(단장 정형식 전 한양대 교수)은 1일 서울시청에서 “군부대 방향으로 연결된 산사태 흔적 세 곳 가운데서 래미안아파트 방향 산사태 흔적을 군부대 경계 부근에서 확인했다”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은 헬기에서 관측한 결과 ‘산사태의 출발점이 군부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방부 관계자들과 함께 31일 오후 우면산 정상 공군부대 현장조사를 벌였다. 정형식 단장은 “군부대 안 도로가 함께 무너졌는 줄로 의심했는데, 부대에 들어가보니 시설물이 무너지거나 훼손된 정황을 찾지 못해 (군부대가 사고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며 “강우량, 지질, 식생, 배수 상태, 토층 상태 등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은 “군 시설이 산사태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국방부와 함께 추사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산사태와 군부대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 참석한 김인호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부대 안 배수로가 망가진 흔적이 없고 둑을 쌓아놓은 군부대 외곽도로에서 경사면으로 물이 흘러내려간 흔적도 찾을 수 없다”며 “이는 군부대에서 빗물이 넘쳐 흘러 산사태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쪽은 부대에서 꽤 떨어진 산 중간 지대에서 지하수가 지표면으로 치솟으며 땅이 무너진 여파로 그 윗부분인 부대 경계 부근이 무너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인호 기획관은 “현지 부대원은 산사태 당시 부대에서 아래쪽으로 150~200m 떨어진 지점의 경사면에서 물이 분출되면서 윗부분의 흙이 상당수 떨어져 나갔다고 증언했다”며 “해당 지역은 편마암 지대로, 암반을 따라 흐르던 빗물이 지반이 약한 지점에서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산사태는 군부대와 무관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피해배상 책임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면산 정상의 공군부대는 중대급 부대로 방공 임무를 맡고 있으며, 지난 4월까지 부대 확장 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래미안아파트 쪽으로 산사태가 난 것은 군부대에서 비롯됐을 개연성이 있지만 주된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난 곳이 10여군데 있는데, 산사태 유형별로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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