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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남자의 굴레’ 벗고 아이도 삶도 지킬래요

등록 2011-08-03 20:52수정 2011-12-28 22:55

미혼모인 김미연(가명)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서 생후 19개월 된 아들과 함께 창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미혼모인 김미연(가명)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서 생후 19개월 된 아들과 함께 창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 스물여덟 미혼모 미연씨의 다짐
술에 취해 매질하던 아버지
임신 알고도 떠난 아이아빠
취직않고 기대사는 남동생…
기초수급자 버거운 삶이지만
2살 아들과 희망 키울래요
28년 인생에 남자가 도움이 된 적이 없다. 김미연(가명·28)씨는 생후 19개월 된 아들을 토닥이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서울 약수동 달동네의 좁은 방은 낮에도 어두웠다. 식당 일로 생계를 꾸렸던 엄마가 아침에 출근을 하며 방문을 바깥에서 잠그면 김씨는 2살 어린 여동생, 5살 어린 남동생을 껴안고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무서움을 떨쳐내려고 자꾸만 까치발을 들어 양철을 덧댄 작은 창문 너머를 살피곤 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사우디아라비아로 일하러 갔다던 아버지가 돌아왔다. 건설일을 하는 아버지는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술 취한 아버지는 하루건너 딸들을 때렸다. 식당일을 마친 엄마가 자정이 다 돼서 돌아오면 3남매는 엄마 뒤로 숨었다. 엄마는 밤새 두들겨 맞곤 했다. “술버릇이 안 좋은 걸 알고 결혼 안 하려고 했는데… 니가 생겨서 결혼했어.” 엄마는 딸에게 원망하듯 말했다. 김씨의 어린 시절 일기장에는 “아빠를 죽이고 싶다”고 쓰여 있다.

아버지는 남동생은 때리지 않았다. 늘 말이 없던 남동생은 어느 날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를 향해 다리미를 휘둘렀다. 김씨가 23살 때 일이다. “이러다 남동생까지 큰일이 나겠다” 싶은 생각에 김씨는 엄마와 동생들 손을 잡고 집을 나왔다. 중학교 시절 집을 나간 여동생은 지방의 다방, 유흥업소 등을 전전하며 이따금 돈을 부쳐왔다. 그 돈으로 남동생은 전문대를 마쳤지만, 졸업한 지 2년이 넘도록 취직을 하지 않고 계속 누나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엄마는 어느 날 홀연히 다른 남자를 따라 떠났다.

스무 살 때부터는 작은 무역회사에서 경리로 일했다. 김씨가 지금껏 가장 많은 월급을 받았을 때는 한 중견기업의 경리로 일할 때다. 180만원의 월급은 김씨에게 생전 처음 꿈에 도전할 용기를 불어넣었다. 3년 동안 모은 돈으로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에 등록했다.

아이 아빠는 한 살 연하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었다. 학원을 함께 다니며 사랑을 나눴다. 2년 동안 내리 시험에 떨어진 김씨가 공부를 그만두고 꿈을 포기할 때쯤 남자도 김씨를 떠나갔다. 남자가 떠났는데 아이가 생겼다. 임신했다는 소식에도 남자는 냉랭했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도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그만뒀다. “세무사 사무실이었는데 세무사가 무척 보수적이었어요. 결혼도 안 한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할까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서웠어요.”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뿌리깊은 사회에서 예비 미혼모는 죄지은 듯 먼저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도 아이를 낳았다. “낙태나 입양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 아이니까요.” 2009년 11월 아들을 낳고 김씨는 악착같이 구청, 각종 지원 센터 등의 문을 두드렸다.

구청에서 “부양의무자인 아버지의 소득과 여동생의 소득이 잡혀 수급비를 10만원밖에 줄 수 없다”는 연락을 해왔을 때 김씨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런데 친척집을 전전하느라 아이와 함께 주소지를 옮겼더니 아무런 통보 없이 기초생활수급비가 60만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김씨는 “구청마다, 수급자격 조사를 하는 사회복지사마다 기준이 달라서 왜 갑자기 수급비를 더 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돈이 너무 필요하니 받고 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15만원에 불과한 양육수당에 기대 김씨는 19개월 된 아들과 백수인 남동생을 데리고 살아간다. 얼마 전에는 여동생이 사채를 빌려 그 돈을 대신 갚느라 600만원의 빚까지 졌다. 어렵게 들어간 임대주택에서 임대료는 물론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휴대전화 요금이 모두 두 달 이상씩 밀려있다. 열성 경련을 앓는 아이는 열이 조금만 올라도 발작을 한다. 구청에서는 “아이가 돌이 지났으니 어린이집에 보내고 엄마가 일해야 하지 않느냐”고 전화를 한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김씨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서 피부마사지와 발마사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수업을 듣고 있다. “아이를 낳고 전 더 강해졌어요. 더 이상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고 제 삶을 개척할 겁니다.” 김씨처럼 미혼모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은 매년 6500명을 넘어선다.(한부모가족지원센터 추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전과 낙인·병마에 맞선 가족에 2천만원 모금

한달간 1687명 도움 손길

‘첩의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에 분노를 키워오다 친척을 살해하고 20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이씨와 남편 옥바라지를 하며 두 딸을 키워오다 최근에야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그의 아내 사연(<한겨레> 6월21일 보도)에 많은 이들이 가슴아파했다. 마을버스 운전을 하며 가족과 함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이씨에게 후원의 물결이 이어졌다.

지난 한 달 동안 271명이 후원 계좌에 1341만4224원을 입금했고 1416명이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695만5000원을 모금했다. 모금 총액에서 자동응답전화 수수료(10%)를 뺀 1967만3724원에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지원금 32만6276원을 더해 모두 2000만원을 이씨 가족에게 직접 지원할 예정이다. 후원계좌와 자동응답전화를 통해 접수되는 성금은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에 사연이 소개된 이에게만 전액 전달되도록 등록돼 있다.

희망을 나눠요

060-700-1225 전화하거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 가능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들의 손을 놓지 않으려는 미혼모 김씨에게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세요. <한겨레>는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과 공동으로 ‘근로빈곤층과 희망나누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된 바보의 나눔(이사장 염수정)이 모금 창구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을 도우려면 자동응답전화(ARS·한 통화 5000원) 060-700-1225로 전화를 하시거나, 후원계좌 060-700-1225(기업은행·예금주 바보의 나눔)로 직접 송금하시면 됩니다. 지원이 필요한 근로빈곤층 가정은 바보의 나눔으로 전화(02-727-2503~8)를 하시거나 전자우편(babonanum@catholic.or.kr)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바보의 나눔>이 법정기부금 지정 단체로 지정됐습니다. 법정기부금은 개인 소득의 100%, 법인은 소득의 50%까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7월1일 이후 기부자 중 영수증 발급을 원할 경우 재단으로 문의하면 됩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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